독서백편의자현/독서_톡톡Talk 9

'나'를 인형의 집에서 해방하라 … 헨리크 입센『인형의 집』

『인형의 집』은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3막 희곡으로, 1879년에 코펜하겐 왕립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한 권짜리 작은 문고본은 발표되자마자 사회전체를 발칵 뒤집으며 숫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주인공인 노라에 대한 모의재판이 벌어지기도 했고, 야유회 초대장에 “노라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말하지 말 것”이라고 적을 정도로 사교계에서는 금지된 화제이기도 했다. 당시 여성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었고, 노라를 따라 가출하는 여성들이 속출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인형의 집』은 세계 근대극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고, 입센의 육필 원고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지정됐다. 심지어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5년에 한국에서도 공연됐을 정도니, 이 작품의 인기와 의미가 얼마나 컸는지 쉽게 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아프락사스의 세계 … 헤르만 헤세『데미안』

첫 번째 『데미안』을 읽었던 것이 중학교 때였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었지만 단지 글자만 읽었다는 생각만 남았었다. 두 번째 『데미안』을 다시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나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책을 잡았었는데 그 때조차 『데미안』의 줄거리조차 남지 않았다. 유명한 구절 몇 개와 사람 이름만 외우고 친구들에게 아는 체를 했던 것 같다. 세 번째로 다시 『데미안』을 읽은 것은 대학2학년 때였다. 어떻게든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작심을 하고 며칠을 걸쳐 읽었는데 왜 이 작품을 명작이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내 이해력의 정도가 이렇게까지 엉망인가하는 생각으로 나를 괴롭히며 나와는 맞지 않는 책이라 단정해 버렸다. 그리고 대학 4학년 때 다시 『데미안』을 잡았다. ..

낄낄낄, 아버지의 웃음소리 … 박완서「배반의 여름」

몸이 피곤해 쉬려해도 잠이 안 오는 날이 있다. 지루한 시간에 책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 박완서 전집 중 2권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총 6권으로 된 박완서 단편집 중 2권인 『배반의 여름』은 총 1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또는 다른 책을 읽다가 지겨워질 때면 즐겨 보는 전집인데,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가볍게 읽고자 할 때 보면 제격이다. 그냥 술술 넘어가버리는 탓에 잠깐 본다는 것이 한 권을 다 읽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손이 가는 대로 몇 편을 읽고 난 후,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배반의 여름」에서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배반의 여름 박완서 | 문학동네 | 2006 짧으면서도 강렬한 젊음의 시기, 여름을 배경으로, 「배반의 여름」은 성장..

행복과 자유를 위한 여행 … 아르토 파실린나『기발한 자살여행』

어느 유명인사가 추천한 책이라 하여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치게 된 것은 드라마 《특수사건전담반 TEN》을 보는 중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TEN》 제1, 3화에서 다룬 내용이 자살이었는데,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그 무거움을 좀 내려놓을 만한 뭔가가 필요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큭큭 웃었던 기억으로 가득한 책 『기발한 자살여행』을 다시 읽어본다. 기발한 자살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저 | 김인순 역 | 솔 | 2005 원제 : Der wunderbare Massenselbstmord ‘자살’이란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기발한 자살여행』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핀란드의 작가가 쓴 작품이다. 핀란드 작가의 작품..

생태도시의 표본이 된 꾸리찌바 … 박용남『꿈의 도시, 꾸리찌바』

꿈의 도시 꾸리찌바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 이야기 박용남 | 녹색평론사 | 2009 남미의 한 변방도시 꾸리찌바가 공공영역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치를 실험하고 구현하면서 사람과 장소를 환경친화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바꿔놓은 사례를 소개한 보고서. 꾸리찌바시의 도시계획 중 성공요인을 뽑으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시민과 단체의 ‘참여’일 것이다. 행정당국은 무엇보다도 시민을 존중하였다. 행정당국의 정책은 시민을 대상으로서 취급하지 않고 일방적인 당국의 일처리로도 끝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민의 입장에서 모든 정책은 계획되고 시행되었다. 차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수단으로 주가 될 수 없었고 사람을 위한 보행도로와 꽃의 거리가 중심이 되었다. 행정당국은 이러한 시민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열중이었고 시..

벤자민이 삶을 대하는 자세 … 피츠제럴드『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 케빈 코넬 그림 공보경 역 | 노블마인 | 2009 이 책은 앞부분은 케빈 코넬의 그래픽 노블로, 뒷부분에는 원작 소설과 영어 원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첨가가 이 책이 동명의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그래픽 노블은 한마디로 만화다.) 케빈 코넬이 1860년~1930년 사이의 패션, 건물구조, 기술발달 수준, 골동품, 볼티모어, 예일, 하버드의 풍경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한 후 그려서 당대 옷차림과 풍경을 일러스트에 정확히 반영했다는 그래픽 노블은 소설을 읽으며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을 실제 그림으로 눈 앞에 보여준다. 그것이 책을 읽으며 만끽할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 피츠제럴드『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9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우연히 켠 tv에서 본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피츠제럴드와의 첫 인연이었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의 잃어버린 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피츠제럴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때문에 이름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피츠제럴드는 나에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방송에서 말하는 책 제목들을 메모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피츠제럴드에 대한 정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와 소설을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 책을 검색했을 땐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그 바람에 책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왔을 정도로 화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세상과 얼마나 담을 쌓고 살았는지 깨닫는 순간이기..

'뿌리 깊은 나무'들의 노력과 희생 속에 탄생한 한글 … 이정명『뿌리깊은 나무』

학창시절 배워온 한국사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내게 남기고 그 안에 숨쉬고 있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은 없애버렸다. 몇 년도, 어느 시대에, 누가, 뭘 했다더라 등의 사건 나열식 공부를 강요받던 내게 TV사극이나 영화, 역사소설들은 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그 지식 너머의, 살고자 몸부림쳤던 치열한 삶과 정신, 사랑과 희생 등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비록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를지라도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 시대의 사람을 쫓고, 그들의 생각을 좇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이 없다. 《무사 백동수》, 《계백》, 《광개토대왕》, 《공주의 남자》 등 사극열풍이라 할 정도로 각 방송사에서 다양한 측면의 사극을 반영하고 있는 지금, 며칠 전 또 다른 사극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사극 매니아답게(?) 원작을 ..

내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감'의 책 … 헤르만 헤세『데미안』

데미안원제 : Demian헤르만 헤세 | 전영애 역 | 민음사 | 2000 너무나 유명한 성장소설의 대표작. 에밀 싱클레어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2004년 5월 23일부터 30일까지 난 일주일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일주일의 다이어리 속 내용은 온통 『데미안』 이야기뿐이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난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와 나를 동일시하며 이 책을 읽었나보다. 무엇이 그렇게 공감이 되고, 감탄까지 자아내는지 이 글을 통해 알 수 없다. 적혀있지 않으니까. 글 쓰는 솜씨도, 설득력도 없는 글. 마냥 와! 하는 감정으로 다이어리를 꽉 채우고 있다. 글을 보면서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그대로를 옮겨본다.(2011.12.18.) 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