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Girl/느낌표가있는구절 8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지요 … 푸페이룽『장자교양강의』

이번 해 상반기 독서계획으로 '동양고전강의'를 모두 읽는 것을 정했었다. 논어, 맹자, 장자, 순자 등 '돌베개'에서 출판한 동양고전강의시리즈를 근 6개월동안 읽으면서 왜 우리 선조들이 이런 고전서들을 읽고 배우고 생활의 지침으로, 삶의 가치관으로 삼았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은 고전 원서를 찾아가면서 보느라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이번 해의 전반기는 동양고전에 빠져 아주 유용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6개월의 독서일기와 서평 등을 정리하기 앞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몇 가지 옮겨보려 한다. 그 첫번째로 『장자교양강의』에서 한 부분을 옮겨본다. '물고기'와 '즐거움' 두 단어를 보면 자연히 장자를 떠올리게 된다. 자연 풍광이 좋은 곳에 가면 작은 다리에 물이 흐르는 ..

나뭇잎 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 김풍기『옛시에 매혹되다』

산 속 절 집에 하루 밤을 묵었다. 창 밖이 갑자기 소란한 것이 난데없이 비라도 쏟아지는 모양이다. 저녁때까지 말짱하던 날씨였다. 영문을 몰라, 심부름하는 사미승을 부른다. “얘! 비가 오나보다. 바깥 날씨 좀 보고 오너라.” 꼬마 스님, 대답은 않고 그저 생글생글 웃는다. “손님! 비는 무슨 비랍니까? 창문 열고 보세요. 이제 막 떠오른 달님이 남쪽 시내 나뭇가지에 걸려 있어요.” 어라! 요녀석 보게. 비 오냐 묻는데 달 떴다 한다. 창문을 열고 보니 밤바람에 온 산 나뭇잎이 일제히 나부껴 땅에 뒹굴고 있었다. 조선 중기 문인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술과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술은 지나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술을 끊겠다는 글을 지은 적도 있었다. 상대 당파에서는 그의 술이 언제나 공격의 ..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라 … 정민『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 정약용. 예학과 사학을 고루 섭렵했으며,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제작한 인물. 이것뿐이겠는가? 의학에 정통하여 의학서를 펴냈으며, 법률을 정리해낸 법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찾아 정리한 책이 바로 정민이 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정보를 어떻게 경영하면 좋은지를 알려주고 있다. 오늘은 상식과 타성에 젖어 나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 책을 열어본다. 일반지도(一反至道)는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자극 없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역량은 발휘되지 않는다. 늘 하던 대로만 해서는 새로운 성취를 이룰 수가 없다. 생각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면..

자금성은 자금성이고 경복궁은 경복궁이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

《놀러와》에 출연해 유홍준 교수는 한국인들의 문화의식에 관해 언급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TV를 통해 음성으로 듣고 나니 나부터도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을 왔다갔다하는 우리문화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책의 시작에 언급된 이 내용을 마음에 새기며 옮겨본다. 한국인의 이중적 문화의식 한국인의 문화의식에는 이중적인 면이 많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민족적⋅애국적 자부심이 강한가 하면, 한편으로는 이집트, 그리스, 중국의 거대한 문화유산을 보면 우리 문화는 독창적인 것이 적고 스케일도 작으며 초라하다고 말하곤 한다. 외국의 유명한 박물관에서 한국실이 일본의 것에 비해 형편없이 빈약한 것을 보면 마음 상해 씁쓸해하면서도..

하지만 거짓말의 유효기간은 짧아요 … 미야베 미유키『모방범3』

『모방범』 3부에서 사람들은 아미가와 고이치의 거짓말에 놀아난다. 자신의 계획에 의해 범인으로 누명을 쓴 가즈아키의 여동생에게까지 접근해 가즈아키의 무죄를 주장하는 아미가와의 모습은 소름까지 끼치게 한다. 명문대생으로 ‘저 사람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인상을 가진 아미가와. 사람들 속에 그는 호감형 인물이다. 이런 점을 아미가와는 역이용한다. 자신이 진범이면서도 그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친구의 억울함을 풀겠다며 책을 쓰고, 방송에까지 나가 일명 ‘정의의 용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이 풍조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래의 아키쓰의 말처럼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며, ..

저는 행복의 비밀을 알게 되었어요 …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엄격한 고아원에서 힘든 생활을 하던 주디는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간다. 후원자가 마련해 준 그녀의 대학생활은 그녀를 꿈꾸게 하고, 행복을 맛보게 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이런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녀의 후원자에게 대학생활을 편지로 전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화가 주는 낭만은 아마도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그 안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특히 편지라는 형식은 내가 바로 편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빠져들게 한다. 백 년 전의 소녀가 보낸 솔직하고 구김 없는 편지는 오늘의 나에게 직접적 배달되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내 현실도 주디에게 온 행복처럼 구김 없이 밝아질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큰 기쁨을..

되찾을 수 없는 꿈과 꿈이 만나 … 서정인「강」

서정인의 「강」은 산골에서 시작하여 험한 여울을 지나 바다에 도달하는 우리네 인생을 ‘강’이라는 상징으로 포착했다. ‘강’은 “하나의 천재가 열등생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과 포개지며, 꿈을 상실하고 초라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소시민의 삶을 보여준다. 진눈깨비가 내리던 날, 혼인집에 가는 세 남자와 우연히 만난 한 여자가 각자 자신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하루를 보낸다. 전직 교사 박씨, 세무서 주사 이씨, 늙은 대학생 김씨는 버스 안에서 알게 된 여자와 같은 곳에서 내린다. 밤늦게 혼인집을 다녀온 세 남자는 거나하게 취한다. 박씨와 이씨는 낮에 만났던 여자의 술집으로 가고, 김씨는 혼자 여인숙에 남는다. 침구를 가지고 김씨의 방에 들어온 소년은 반장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다. 아이는..

'고대사'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 박노자『거꾸로 보는 고대사』

역사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역사서술방식이다. 랑케로 대표되는 사실로서의 역사, E.H.카로 대변되는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한국사를 배운 후 지겹도록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역사를 배우고, 익히면서 간과하는 것 또한 이 역사서술 방식이 아닌가 싶다. 내가 배우는 것이 과거의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의심해 보려 하지 않았다. 기록으로서의 역사, 즉 역사는 현재의 선택에 의한 다시 쓰는 현대사라는 것을 생각지 않고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왜 우리는 고대사의 위대성에 집착하는가? 왜 우리는 광개토왕, 근초고왕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수많은 전쟁사를 익히고 있는가? 처음 『거꾸로 보는 고대사』를 읽었을 때 솔직히 화가 났었다. 위대한 우리의 역사를 폄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읽어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