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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Girl/느낌표가있는구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지요 … 푸페이룽『장자교양강의』

이번 해 상반기 독서계획으로 '동양고전강의'를 모두 읽는 것을 정했었다. 논어, 맹자, 장자, 순자 등 '돌베개'에서 출판한 동양고전강의시리즈를 근 6개월동안 읽으면서 왜 우리 선조들이 이런 고전서들을 읽고 배우고 생활의 지침으로, 삶의 가치관으로 삼았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은 고전 원서를 찾아가면서 보느라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이번 해의 전반기는 동양고전에 빠져 아주 유용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6개월의 독서일기와 서평 등을 정리하기 앞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몇 가지 옮겨보려 한다. 그 첫번째로 『장자교양강의』에서 한 부분을 옮겨본다.

 

 

'물고기'와 '즐거움' 두 단어를 보면 자연히 장자를 떠올리게 된다. 자연 풍광이 좋은 곳에 가면 작은 다리에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유람객은 장자가 느낌직한 한가로움과 정취를 맛보고, 물속에 있는 물고기가 즐거워하는 것처럼 사람과 대자연이 하나 되는 흥취를 느끼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도 서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데 무슨 근거로 물고기가 즐거운지를 판단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혜시가 장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를 장자와 혜시가 호수(濠水)의 징검다리 위에서 나눈 논쟁이라 하여, '호량지변(濠梁之辯)'이라 한다. 두 사람 모두 전국시대의 유명한 학자로서 명석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일단 논쟁을 시작하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장자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장자가 이겼을까?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장자와 혜시가 호수의 징검다리 위에서 노닐고 있었다. 장자가 말했다.

"물고기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습니다.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지요."

혜시가 말했다.

"당신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혜시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아니니 물론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물고기가 아니므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신이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습니까?'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나에게 물은 것입니다. 나는 바로 여기 호수의 징검다리 위에서 알았습니다."

 

장자는 징검다리 위에서 유유히 노니는 물고기를 감상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다.'

이를 공감하라는 측면에서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때는 꽃 피는 봄입니다. 자신이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라고 상상하면서 한가로이 거닙니다. 어떤 근심도 없습니다. 이것이 즐거움이 아니면 또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것을 물고기라는 동물에서, 식물까지 확대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화원을 지나가면서 장미가 아름답게 핀 것을 보고 '장미가 정말 즐거워하는구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때 대자연 속에서 이 장미꽃을 감상하는 데는 아무런 곤란함이 없습니다. 한데 어떤 사람이 묻습니다.

"당신은 장미꽃이 아닌데 어떻게 장미꽃이 즐거운지를 압니까?"

저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니 꽃이 피는 것이 꽃이 지는 것보다는 '즐겁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장자교양강의

푸페이룽 저 | 심의용 역 | 돌베개 | 2011

 

'장자'라는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어느 정도 그 깊이와 인생을 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힘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재미있고 심도있는 책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었다. 푸페이룽 교수의 북경TV에서의 강의를 옮겨놓은 이 책은 그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끌림이 있는 책이다. '장자'를 읽어보기 전에 반드시 먼저 읽어봐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