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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경쟁, 찾아보기 힘든데도 관심을 갖는 이유 … 이준구『새 열린 경제학』

※ 완전경쟁의 성립조건

1. 다수의 수용자와 공급자(가격수용자)

-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므로 개별수용자와 공급자는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그러므로 개별수용자와 공급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격수용자(price taker)로 행동한다.

 

2. 재화의 동질성

- 모든 기업은 완전히 동질적인 재화(homogeneous product)를 생산한다.

- 재화의 품질뿐만 아니라 판매조건, 애프터서비스 조건 등 모든 것이 동일함을 의미한다.

 

3. 자유로운 진입과 퇴거(자원의 완전이동성)

-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생산요소의 완전이동성이 보장되므로 기존의 생산요소를 이용해서 다른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 그러므로 특정산업으로의 진입과 퇴거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4. 완전한 정보

- 경제주체들이 가격에 관한 완전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

- 그러므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이 성립한다.

 

 

 현실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도 힘든 완전경쟁시장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현실에서 완전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의 예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부터 설명해 보기로 하자. 한마디로 말해 그것은 완전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들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어떤 시장에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고 있다 해서 바로 완전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의미에서의 완전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것말고도 여러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어 야만 한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어떤 시장 안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완전히 동질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같은 상품이라면 누가 생산했는지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질이 똑같아야 한다는 말이다. 생산자마다 조금씩 다른 상품을 생산할 경우 각 생산자는 어느 정도 독점력을 갖게 되므로, 생산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완전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 과연 어떤 상품이 앞에서 말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만 있을 뿐, 완전히 동질적인 경우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어느 시장이든 자유롭게 들어가고 빠져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어떤 시장에서 정상적인 수준을 넘는 높은 수익률이 발생하면 이에 끌려 그 시장 안으로 진입하기를 원하는 기업이 생기게 된다. 완전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체의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아 어떤 기업이라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손실을 보기 때문에 그 시장에서 떠나기를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역시 자유롭게 빠져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자유로운 진입과 이탈을 방해하는 기술적⋅제도적 장벽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자기가 사려고 하는 상품, 그리고 시장의 상황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급자도 시장의 상황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조건이 충족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까지 든 조건들을 모두 갖춘 시장의 예를 현실에서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완전경쟁시장이 현실에 존재하는 시장의 경쟁상황을 평가하는데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실의 시장에 어느 정도의 경쟁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완전경쟁시장이 중요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쟁형태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완전경쟁이다. 따라서 현실의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까울수록 더욱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이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전경쟁시장에서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근거를 댈 수 있겠지만,경쟁의 압력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효율적인 운영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완전경쟁시장 안의 기업들은 최대한의 효율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경쟁시장에 대해 한 가지 분명히 밝혀두어야 할 점이 있다. 이 시장이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볼 때에 국한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공평한 분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완전경쟁시장이 이상적이라고 말할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경쟁체제하의 분배상태가 독과점시장의 경우보다 더욱 불공평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완전경쟁체제에서 나온 분배상태가 반드시 공평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모두들 완전경쟁시장을 찬양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한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 열린경제학

이준구 | 다산출판사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