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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Girl/감성ART여라

브룩 왓슨의 충격적인 그 순간 … 존 싱클튼 코플리 《왓슨과 상어》

 

 

 

 

 

 

스캔들 미술사

하비 래클린 | 서남희 역 | 리베르 | 2009

 

『스캔들 미술사』는 모나리자나 게르니카 등 26편의 명화에 얽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은 삶에 관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 뒤에 담긴 이야기들은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그림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그림이 담고 있는 인간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스캔들'을 맛깔 나게 담고 있다.

 

1749년 맑고 고요한 어느 날 뉴잉글랜드에서 온 상선 한 척이 아바나 항에서 평화롭게 닻을 내렸다. 선원들은 선장을 해변으로 호위하기 위해 배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런데 14살짜리 어린 선원 하나가 기다리는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인 이 고요한 항구에서 한가롭게 수영이나 하겠다고 생각했다. 카리브 해를 씻어주는 따스한 공기는 소년의 고향인 보스턴의 차고 축축한 공기와는 매우 달랐다.

 

2미터쯤 떨어진 물속에서 소년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지켜보던 선원들은 문득 그를 향해 쏜살같이 다가오는 상어를 발견하고 소스라쳤다. 소년은 상어가 자신을 잡아먹으러 오는 것을 전혀 몰랐다. 또 상어가 너무도 가까이, 너무도 빨리 다가가는 바람에 공포에 질린 선원들은 그에게 피하라고 고함칠 겨를도 없었다. 그들이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그 게걸스런 짐승은 아가리를 커다랗게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소년을 덥석 물고 물 밑으로 마구 잡아당겼다.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거친 도전을 수없이 겪은 용감하고 노련한 뱃사람들이라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소년이 물속으로 사라진 지점을 향해 재빨리 배를 돌리고 온 힘을 다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러나 탐욕스런 바다 괴물은 잔인하게 또다시 공격하더니 먹잇감을 아가리로 꽉 물고 물 밑으로 끌어당겼다.

 

가련한 소년은 이제 살 가망이 없었다. 그러나 선원들은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구조할 작정이었다. 이들은 사라진 소년이나 사악한 짐승의 흔적을 숨 가쁘게 찾아보았다. 약 2분이 지나자 소년이 기적같이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작정하고 마지막 공격을 하려는 듯, 상어 또한 떠올랐다. 그 짐승이 가까이 오자 선원들은 최후의 대결을 할 준비를 했다. 한 명이 작살을 들고 뱃머리에 섰다. 다른 이들은 소년을 끌어올리려고 오른쪽에 몰렸다. 상어가 톱날 같은 이빨로 또다시 소년의 생살을 물어뜯기 전에, 뱃머리의 남자가 작살을 던졌다. 상어는 물속으로 퇴각하고, 그의 먹잇감은 구조되었다. 피투성이에 엉망으로 찢겼지만 소년은 살아 있었다. 첫 번째로 공격할 때 그 짐승은 소년의 오른쪽 다리 장딴지 아랫부분을 모두 물어뜯어냈다. 두 번째로 물었을 때 상어는 발목 밑의 발을 뜯어냈다.

 

선원들은 다친 소년을 스페인 병원으로 급히 데려갔고, 의사는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 부분을 절단했다. 숨 막히는 경험이었지만, 어쨌든 상어는 흐뭇한 식사를 즐기지 못했고, 소년은 생명을 건졌다.

 

어린 브룩 왓슨은 충격적인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John Singleton Copley / Watson and the Shark / 1778

 

브룩 왓슨은 미국인 화가인 존 싱글튼 코플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 왓슨이 코플리에게 젊은 시절 상어에게 공격을 당한 그 끔찍한 장면을 그려달라고 주문 …… 소년들이 위험한 탐험에 덤벼드는 것으로 용기를 증명하는 게 대세일 때, 그가 젊은 시절 입었던 상처를 새삼 드러내는 게 나쁠 게 무엇인가? 분명, 소년 시절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과 끔찍하게 맞닥뜨린 사건을 묘사하는 그림은 그가 용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터였다. 코플리는 그 사건을 그린 그림에 활동적인 기운과 극적 효과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한 소년이 알몸으로 물속에 뜬 채 오른손은 자기에게 던져진 로프를 잡으려고 죽 뻗었다. 아가리를 한껏 벌리고 이빨을 드러낸 상어는 그에게 점점 빨리 다가오고 있다. 선원 두 명이 소년을 잡으려고 배에서 위험스럽게 몸을 뻗고 있다. 배 앞머리에 서 있는 다른 선원은 한 발은 배 턱에 디딘 채 상어에게 작살을 던질 자세를 취하고 있다. 괴물이 소년을 먹어 치우기 전에 선원들이 그 어린 동료를 무사히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배에 있는 선원 아홉 명의 표정에는 위급한 이 소년뿐 아니라 자기들도 처한 상황에 대한 긴박감과 위험이 서려 있다.

 

그림의 뚜렷한 긴장은 구성과 풍경 양쪽에서 나온다. 헤엄치는 소년의 몸과 상어의 몸은 선원들과 배가 이루는 삼각형 밑변을 따라 지그재그 형태를 이룬다. 서인도제도 사람인 선원의 오른팔은 로프와 작살을 잡고 있는데, 그것들은 삼각형의 양변을 이룬다. 그 오른팔은 보는 이의 관심을 물속의 급박한 상황에 쏠리게 한다. 물론 그 물속이란 작살을 내려치기 전에 상어가 먼저 소년을 잡아먹을지 전혀 알 수 없는 곳이다.

 

왓슨이 사망한 뒤, 유언에 따라 그 그림은 소년 교육을 위해 세워진 학교인 ‘그리스도의 병원’에 넘겨졌다. 액자에는 그 그림이 ‘젊은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교훈’을 주게 될 거라고 새겨져 있다. 이것은 젊은이들이 분별력을 가져야 하며 목숨을 걸었다가 나중에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으로 인해 절뚝거리게 되면 안 된다는 왓슨의 희망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새겨진 그 글은, 그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에서 구조 시도가 과연 성공했는지가 불분명하듯이, 다소 난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