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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의자현/多모아書보기

우리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거 맞나요 _ 같은 상황 다른 생각

영화 《여섯개의 시선》은 제목만으로 ‘누구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전개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른 풍경과 분위기를 띄게 된다. 《여섯개의 시선》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사건을 전개한 작품들을 모아본다.

지옥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은 다중 시점의 묘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무사의 시체를 둘러싼 서로 다른 입장을 그리고 있다. 저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해, 스스로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나만의 입장’을 증언하는데, 이 한 가지 사건은 무려 일곱 가지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누구 이야기가 진실인지 알 수는 없다. 덤불 속에서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다중 시점을 통해 어떤 시점으로도 고착할 수 없는 사건의 불확실성을 표현했다.

위험한 관계
쇼데를로 드 라클로 저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간 175통의 편지를 엮어서 만든 서간체 소설이다. 1782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프랑스 혁명 전의 문란하고 퇴폐적인 상류 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소설은 발몽 자작과 메르퇴유 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간교한 메르퇴유 부인은 바람둥이 발몽 자작을 부추겨 순진한 아가씨 세실을 유혹하고, 메르퇴유는 그녀의 애인 당스니를 차지한다. 게다가 발몽 자작은 정숙한 법원장 부인마저 농락해 그녀를 죽게 만든다. 결국 발몽 자작은 당스니와의 결투에서 죽고, 후작 부인도 몰락하고 만다.

『위험한 관계』는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18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꽃피웠던 서간체 소설 중 그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편지라는 형식을 빌린 허구적인 소설이지만 이런 서간체 소설은 독자가 바로 ‘내가 편지를 받은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여러 사람의 편지로 이루어진 『위험한 관계』는 편지의 수신인과 발신인에 따라 달라지는 사건의 의미, 인물의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역동적인 시점의 미학을 보여준다.

압살롬 압살롬
윌리엄 포크너 저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산골에서 태어난 가난한 백인 서트펜의 야망과 파멸의 일생을 3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계급차별에 눈뜬 소년 서트펜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상류계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버둥대다가 남북전쟁에서 북군에게 패배하자 좌절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농장을 일으키려 동분서주하지만 순수 백인 자손만을 원했던 서트펜의 어긋난 야망으로 흑인 백치 소년 하나만을 남기고 서트펜 일가는 모두 죽는다. 비교적 간단한 줄거리지만 내용의 전개와 긴 호흡의 문장은 그리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로자 콜드필드, 퀸틴의 아버지, 퀸틴, 퀸틴의 룸메이트로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시간 순서와는 상관없이 얽히고설켜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 속에서 사건들의 인과관계, 인물들의 내면이 드러나게 되고, 역사와 인생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세상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독특한 비유와 묘사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