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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목소리를 가져라 … 정민『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 정약용. 예학과 사학을 고루 섭렵했으며,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제작한 인물. 이것뿐이겠는가? 의학에 정통하여 의학서를 펴냈으며, 법률을 정리해낸 법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찾아 정리한 책이 바로 정민이 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정보를 어떻게 경영하면 좋은지를 알려주고 있다.

 

오늘은 상식과 타성에 젖어 나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 책을 열어본다.

 

 

일반지도(一反至道)는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자극 없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역량은 발휘되지 않는다. 늘 하던 대로만 해서는 새로운 성취를 이룰 수가 없다. 생각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환하게 드러난다.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의미를 이끌어 내고, 늘 보던 것에서 처음 보는 것을 끄집어낸다. 역경과 위기에 쉽게 침몰하는 대신 이를 기회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다산의 논설문에서는 의표意表, 생각 밖이나 예상 밖를 찌르는 역발상의 논법과 자주 만날 수 있다. 누구나 뻔히 하는 생각을 뒤집어서 펼치는 주장은 참신하면서도 강렬한 호소력을 갖는다. 이 절에서는 다산의 이러한 글쓰기에 대해 살펴보자.

 

누에 치는 집에는 여러 가지 잠박蠶箔, 누에 채반이 있다. 큰 것은 폭이 넓어 잠실蠶室, 누에를 치는 방 끝에 닿고, 작은 것은 잠실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혹 잠실을 우물 정(井)자로 9등분해서 잠박이 그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도 누에는 상자에서 편안해하며 그 남은 공간을 넉넉해한다. 지나다가 이를 본 사람이 큰 것을 보고는 몹시 부러워하고, 좁은 상자에서 편안해 하는 것을 보면 크게 한바탕 웃곤 한다. 하지만 어진 부인네가 이들이들한번들번들 윤기가 돌고 부들부들한 뽕잎을 따다가 법대로 먹여 세 잠을 재우고 세 번 깨어나게 해서 다 자라면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든다. 이 고치를 켜서 실을 만든다. 작은 잠박의 누에라도 큰 잠박의 누에와 다를 것이 없다.

- 「사촌서실기(沙村書室記)」6-98

 

사촌서실(沙村書室)은 둘째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어 있을 때 그곳 섬 아이들을 가르치던 초가집 서당의 이름이다. 형님의 서당을 위한 기문記文, 기록한 문서을 쓰면서 다산은 뜬금없이 누에 치는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았다. 여기에 이어지는 글은 대뜸 ‘세계는 모두 잠박이다’로 시작한다. 다산이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다. “흑산도는 뭍과는 동떨어진 작은 섬이다. 잠박으로 치면 9등분한 잠실의 한 칸을 차지하기도 힘든 조그만 잠박이다. 형님은 그 조그만 잠박에다 누에를 친다. 지나는 사람들은 이를 보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여기서 무얼 가르치겠느냐고 비웃겠지만, 훌륭한 스승이 단계에 따라 훈도덕으로써 사람의 품성이나 도덕 등을 가르치고 길러 선으로 나아가게 함하고 자양慈養, 자애로써 양육함 있는 말씀으로 이끌면 이들 또한 서울의 훌륭한 스승 밑에서 자란 학생들 못지않은 쓸모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

 

동쪽에서 소리치다가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격으로, 앞에서 뚱딴지같은 말을 잔뜩 늘어놓아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켜 놓고, 느닷없이 본질로 찔러 들어가는 수법이다. 다산은 기문에서 주로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즐겨 했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도입으로 독자를 흡인하는 것이다. …(중략)…

 

다산은 말한다. 상식과 타성惰性, 오래되어 굳어진 좋지 않은 버릇을 걷어 내라. 나만의 눈으로 보아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새롭게 하라. 관습에 절은 타성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생각의 각질을 걷어내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인순고식낡은 관습이나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당장의 편안함을 취함을 버려라. 듣고 나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미처 그런 줄 몰랐던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듣고 나면 더 혼란스러운 것은 괴상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 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읽어 내는 안목을 길러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 김영사 | 2006

 

다산 정약용. 예학과 사학을 고루 섭렵했으며,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제작한 인물. 이것뿐이겠는가? 의학에 정통하여 의학서를 펴냈으며, 법률을 정리해낸 법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찾아 정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정보를 어떻게 경영할 지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