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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 : 어이없어 진짜. 뭔지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뭐가 이렇게 많아. 나 그쪽도 지금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김붕도 : “事有急之不白者(사유급지불백자)로되 寬之或自明(관지혹자명)하나니 毋躁急以速其忿(무조급이속기분)하다.“라는 말이 있소. ”급히 해결하려해도 명확해지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느긋하게 내버려두면 저절로 풀릴 수 있으니 쉬이 분노하지 말라.“는 뜻이오.
최희진 : 쳇. 무슨 뜻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에요? 차문도 못 열면서 무슨.
김붕도 : 천 년 전에 공자 말씀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삼백 년 전 일과 뭐가 다르겠소? 다 사람의 일인데……
친구가 요즘 tvN에서 하는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3회에서 언급된 말이라며 ‘사유급지’로 시작하는 한문장에 대해 물어왔다. 고전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가끔씩 고전문장들을 물어오면 난감할 때가 있는데, 이 말은 평소 내가 좋아하고 수첩에 적어두고 있던 말이라 쉽게 답변해 줄 수 있었다. 『채근담』의 내용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전집과 후집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전집 152장에 이 내용이 실려 있다. 원문과 그 해석을 적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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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채근담 152章》[『채근담』 (홍자성 지음, 김성중 옮김, 홍익출판사) 참고] ► 白(백) : 明白. 명백하다. 명백하게 해결되다 |
일에는 급히 서둘러야 할 일도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 특히 사실여부를 밝혀야 할 부분에서는 너무 서두르다가 상대의 오해나 분노를 살 우려가 있으므로 때로는 그냥 내버려 둬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밝혀지는 수가 있다.
또 사람들을 무조건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같은 감정일지라도 감흥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당장 복종시키려 하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스스로 감화하여 따르는 수가 있다. 하지만 상대의 감정은 고려치 않고 조급하게 서둘다가는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완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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