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의 젊은 열정으로
토함산 정상 아래
부처의 형상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열정으로 낳은 조급함은
실패로 이어지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부처의 손금 하나, 발금 하나 새길 때마다
얼마나 마음 졸여야 했던가
포기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십오년의 길고도 지루했던 여정은
젊은 열정만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음을 가르쳐 주었다
고단하고 힘겨웠던 인내의 시간들
스물다섯의 청년이 쉰 노인이 되어서야
부처의 형상은 눈앞에서 광채를 내었다
저 높이 앉아 있는 부처의 깨달음이
나의 깨달음이 되어
나는 부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