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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의자현/드라마 속 책Check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SBS | 2010.11.13.~2011.1.16.

 

현빈, 하지원, 윤상현, 김사랑, 이필립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 유영미 역 | 갈라파고스 | 2007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호화롭고 부유한 삶을 누리는 주인공 주원이 가난한 라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장면에서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나온다. 책 읽는 장면에 앞서 나온 주원의 집과 다과상의 모습은 이 책의 제목과 대비되며 ‘풍요 속의 빈곤’ 문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세계는 풍요로워졌지만 지구 곳곳에는 아직까지 굶주림, 가난 등 빈곤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1950년에 6억 톤의 농작물을 생산했던 인류는 1970년대에 이르러 13억 톤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매일 3,500kcal를 공급해 비만으로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하루에 세계 인구 6명당 1명꼴인 10만 명이 굶주려 사망하고 있다. FAO의 2006년 보고서에 의하면,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고, 비타민 A의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의 1명꼴이라고 한다.

 

도대체 왜 식량은 남아도는데 이토록 많은 이들이 ‘굶어 죽는’ 것일까?

 

18세기 말, 영국 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가 늘어나는 수치를 식량 생산량이 감당할 수 없으므로, 가난한 가정은 자발적으로 산아 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식량 생산 속도가 인구 증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기근으로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질병과 가난이 인구를 줄이는 자연적인 수단이라고 본 맬서스의 주장은 여전히 일부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지글러는 이렇게 말한다.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것은 대부분의 식량부족국가가 식량수출국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식량이 되는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정작 수많은 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세네갈의 국민들은 무척 부지런해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량을 수입해야만 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 게다가 식량 수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 그래서 고위 관리들이 식량 수입의 독점권을 가지고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자국의 식량생산 증진에는 관심이 없지.”

 

장 지글러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이 ‘시장의 논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삶을 영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식량들이 시장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자유 무역은 이윤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한 ‘경쟁의 장’ 역할에 그칠 뿐 그 안의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 부흥 개발 은행(IBRD), 국제 통화 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기구들이 빈곤 퇴치를 외치지만 그들이 한 일들을 보라. 가난한 나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 커피⋅코코아⋅담배처럼 상품성 높은 작물을 재배하게끔 한다. 또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거나 공공 서비스를 사유화하는 걸 조건으로 내건다. 가난한 나라는 주식량인 쌀이나 밀가루를 부자나라에서 수입하게 되어 또 다른 빚을 지게 된다. 빈곤 감소가 목표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 인류가 문명의 혜택을 고루 누리기 위해서는 이윤의 논리로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재화를 거래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TV나 신문 매체에 나오는 배가 불뚝 나오고 팔다리가 새처럼 가는 기아 상태의 아이를 보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이 되어 버린 비극.

 

“그런 끔찍한 장면은 별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소말리아인들의 참상은 우리에게 그냥 평범한 일이 되고 말았어.”

 

이 책은 장 지글러가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준 세계 기아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던 기아에 대한 오해들을 쉬운 말로 풀어주면서 그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소말리아에 가서
너희들의 자본주의를 보아라
너희들의 사회주의를 보아라
주린 아이들의 눈을 보아라

- 고은 『순간의 꽃』(문학동네, 2001), p.72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나서 고은의 시집을 펼쳐보았다. 책의 내용과 매치되며 시가 더욱 강하게 와 닿았다. 무슨 논리와 어떤 사상이 주린 아이들의 눈앞에서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