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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악부] 남에게 팔지 말고 부디 내게 파시오 ... 신헌조

閣氏각시네 더위들 사시오 일은 더위 느즌 더위 여러 포 묵은 더위
五六月오뉴월 더위에 에 님 만나이셔  근 平牀평상 우희 츤츤 감겨 누엇다가 무음 일 엿던디 五臟오장煩熱번열여 구슬 들니면서 헐덕이 그 더위와 冬至동지 긴긴 밤의 고은 님 픔의 들어 스 아목과 둑거온 니블 속에 두 몸이  몸 되야 그리져리 니 手足수족이 답답고 목굼기 타올 적의 웃목에  슉늉을 벌덕벌덕 켜 더위 閣氏각시네 사려거든 所見소견대로 사시소
쟝야 네 더위 여럿 듕에 님 만난 두 더위 뉘 아니 됴화리 의게 디 말고 브 내게 시소

각시네! 더위들 사시오. 이른 더위, 늦은 더위, 여러 해 묵은 더위
오뉴월 복더위에 정든 임 만나서 달 밝은 평상 위에 친친 감겨 누웠다가, 무슨 일을 하였던지 오장이 활활 타서 구슬땀 흘리면서 헐떡이는 그 더위와, 동짓달 긴긴 밤에 고운 임 품에 들어 따스한 아랫목 두꺼운 이불 속에 두 몸이 한 몸 되어 그리저리 하니, 수족이 답답하고 목구멍이 탈 적에 윗목에 찬 숭늉을 벌떡벌떡 들이켜는 더위. 각시네, 사려거든 소견대로 사시오.
장사야! 네 더위 여럿 중에 임 만난 두 더위는 뉘 아니 좋아하리. 남에게 팔지 말고 부디 내게 파시오.

 

* 원문출처 : 『봉래악부(蓬萊樂府)』(신헌조), 20

'19금' 노래가 오늘날에만 있었을까? 조선시대 사설시조의 대부분은 이 '19금' 노래의 가삿말이다. 오늘날 '19금' 노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듯이 당시에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가사가 묘한 상상을 자극하며 민망함을 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도 지금 조금씩 '19금' 노래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듯이(심지어 싸이는 국제적인 가수가 되지 않았는가), 당시 사설시조는 적지 않게 향유된 음악이었다.

이 노래에서 장사치가 각시에게 팔려는 물건은 '더위'이다. 어렸을 때 정월 대보름 아침이면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상대방이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세요."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내 더위", "내 덕새", 또는 "내 더위 사게"라고 말하면 그 해에는 더위는 먹지 않는다고 해서 꽤 열심히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더위를 팔았었다. 하루종일 누가 부르면 대답하지 않으려 애써가면서. 요즘은 이런 풍속이 많이 없어져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 노래는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인 ‘더위 팔기’를 성적인 내용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장사치가 팔려고 하는 '더위'는 중장에 있는 더위, 즉 여름과 겨울에 남녀의 애정행위로 발생하는 더위이다. 초장에 나열된 더위들은 중장의 내용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종장에서 대화의 상대방인 각시는 중장의 더위들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팔라고 말한다.

성리학의 틀에 묶어 인간의 감성을 억누루고 감춰야 했던 시대, 이런 억압을 무너뜨리고 이 작품은 남녀 사이의 성적인 면모를 직설적으로 표출하며 인간의 진솔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