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어역
의무려산에서 묻고 답하다의무려산(毉巫閭山)은 만주 요령성 북진현 서쪽에 있는 산으로, 오랜 세월 중국의 북진(北鎭)이었고, 요동벌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의산문답」의 배경이 중국과 조선의 지리적 경계인 의무려산이라는 점은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을 천하의 중심이라 여기고 중국 외는 오랑캐라고 하던, 화이(華夷)를 구분 짓는 경계에서 작가는 화와 이의 구분을 부정한다. 그리고 중화주의적 명분론에 사로잡혀 있던 성리학적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세계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성리학적 명분론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는 조선의 지식인을 향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꿀 것을 촉구하고 있다. 허자, 실옹을 만나다 001자허자(子虛子)는 숨어 살면서 책을 읽은 지 30년에, 천지의 조화와 성명(性命)의 은미(隱微)함을 깊이 연구하고, 오행(五行)동양철학에서 만물을 형성하고 우주만물의 형상을 변화시키는 다섯 가지 원소를 가리키는 말로, 오(五)는 자연계의 사물과 현상에서 추상한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를 가리키며, 행(行)은 '순환'이란 의미를 나타낸다.의 근원과 삼교(三敎)유교(儒敎)ㆍ도교(道敎)ㆍ불교(佛敎)의 진리에 통달했다. 사람의 도리를 두루 섭렵하고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통했다. 심오한 원위(源委)처음과 끝. 사건의 원인과 자세한 전말을 말함를 훤히 안 다음에 세상에 나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듣는 자마다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002허자가 말했다. “작은 지혜를 가진 사람과 더불어 큰일을 이야기할 수 없고, 비루한 세속 사람과 더불어 도(道)를 이야기할 수 없다.” 003이에 서쪽의 연도(燕都)북경에 들어가 진신(搢紳)벼슬아치의 총칭. 지위가 높고 언행이 점잖은 사람. '진(搢)'은 백관(百官)들의 관복과 제복에 갖추는 홀(笏)을 허리띠에 꽂는다는 뜻이고, '신(紳)'은 관복을 입을 때 매는 큰 띠를 말하는 것으로, 허리띠를 매면서 홀을 끼운다는 의미에서 모든 벼슬아치들을 아우르는 말이다.들과 더불어 이것저것 토론을 했다. 그러나 여관에서 60일 동안 머물렀지만 결국 알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에 허자가 슬피 탄식하면서 “주공(周公)중국 주(周) 나라의 정치가로, 주 왕조를 세운 문왕의 아들이며 무왕의 동생으로 주 왕조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무왕이 죽은 뒤 나이 어린 성왕이 제위에 오르자 섭정하였다.이 쇠했는가? 철인(哲人)이 죽었는가? 우리 도(道)가 글렀는가?” 하고, 행장을 차려 돌아왔다. 004의무려산(毉巫閭山)에 올라 남쪽의 드넓은 바다[滄海]와 북쪽의 광대한 사막[大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노담(老聃)도교를 창시한 노자의 자은 ‘오랑캐 땅[胡]으로 들어간다.’고 했고노자는 주나라가 쇠퇴하자 이를 한탄하고 은거할 것을 결심한 후 서방으로 떠났다., 중니(仲尼)유교의 창시자 공자의 자는 ‘바다에 뜨고 싶다.’고 했으니도가 이루어지질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볼까[道不行 乘桴 浮于海]-『논어』「공야장」편, 어찌할까, 어찌할까?” 하고는 드디어 세상을 도피할 뜻을 두었다. 005수십 리쯤 갔을 때 돌문[石門]이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실거지문(實居之門)’이라고 씌어 있었다. 허자가 말했다. “의무려산이 조선과 중국[夷夏]‘이’란 동쪽 오랑캐, 즉 조선을 말하고 ‘하’란 하나라를 계승한 중국을 말한다.의 접경에 있는 동북 지역의 이름난 산이다. 반드시 숨은 선비가 있을 것이니, 내가 반드시 가서 물어 보리라.” 006드디어 문으로 들어가니 한 거인(巨人)이 증소(橧巢)지붕 없는 누각. 증(橧)은 섶나무[薪]를 쌓아 놓고 그 위에서 자는 것을, 소(巢)는 새집을 이름. 상고시대의 백성은 궁실(宮室)이 없어서 여름이면 신시(薪柴)를 모아놓고 그 위에서 살았는데, 마치 새집[鳥巢]과 같았다. 『예기』에 “여름에는 증소(橧巢)에 산다.” 하였다. 위에 홀로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괴이하였다. 나무를 쪼개어[斫木] 거기에 ‘실옹지거(實翁之居)’실옹이 살고 있다라고 써 있었다. 007허자가 말하였다. “내가 허(虛)자로써 호(號)를 정한 까닭은 장차 천하의 실(實)을 살펴보고 싶어 한 것이며, 저 사람이 실(實)자로써 호를 정한 것은 장차 천하의 허(虛)를 타파시키려 함일 것이다. 허는 허대로, 실은 실대로[虛虛實實]‘허허실실’은 본래 중국의 손자(孫子)가 처음 무술에 적용한 용어로,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가장해 상대의 허를 찌르고 실을 꾀하는 계책을 가리킨다. 『손자병법』에는 ‘적이 방심하며 오고 있을 때 아군은 편히 쉬고 있다가 기습을 하고, 적이 쉬려고 하면 기습을 한다. 동쪽에서 북을 치면서 서쪽으로 공격하며, 적이 예상하는 지역은 공격하지 않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을 공격한다.’는 등 허허실실의 전법을 중시하고 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종횡무진으로 구사했던 전략들의 대부분이 허허실실 계책이었다. 여기에서 ‘허(虛)’는 마음가짐이나 준비 자세에 틈이 생긴 상태 또는 약점을 가리키며, ‘실(實)’은 틈이 없이 견실한 상태나 부분을 말한다. 오묘한 도(道)의 진리일지니, 내 장차 그 이야기를 들어보리라.” 008허자가 무릎으로 기어 앞으로 나아가 우러러 절한 다음, 공수(拱手)존경의 표시로 양손을 모으는 것으로 남자는 왼손이 위, 여자는 오른손이 위가 오도록 손을 모은다.하고 그의 오른쪽에 섰다. 거인(巨人)은 고개를 떨구고 바라보는데, 멍하게 있는 채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009허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군자(君子)로서 사람을 대하는데 이같이 거만할 수 있습니까?” 010거인이 말하였다. “네가 저 동해(東海)에 살고 있는 허자인가?” 허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부자(夫子)덕행이 높아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높이는 말께서 어떻게 하여 저를 아십니까? 혹시 무슨 술법이라도 있으십니까?” 011거인은 무릎에 기대어 눈을 부릅뜨고 말하였다. “과연 허자로구나. 내가 (도사도 아닌데) 무슨 술법을 부린다는 말이냐? 012너의 옷차림을 보고 너의 음성을 들으니 동해 출신이라는 것을 알겠고, 너의 예법을 보니 겸양을 꾸며서 거짓으로 겸손한 체하고,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 이로써 네가 허자라는 것을 안 것이다. 내가 무슨 술법이 있겠느냐?” 013허자가 말하였다. “공손이란 덕의 바탕입니다. 어진 이를 높이는 것보다 더 공손한 것이 없으니, 조금 전에 제가 부자를 보고 현자(賢者)로 여겼기에, 무릎으로 기어 앞으로 나아가 우러러 절한 다음 공수를 하고 오른쪽에 섰습니다. 지금 부자께서는 제가 겸손을 꾸미고 거짓으로 공손하다고 하시니, 무슨 말씀입니까?” 014거인이 말하였다. “이리 오라. 내 너에게 시험 삼아 물어 보겠다.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허자가 대답했다. “현자라는 것을 알 뿐이지, 부자(夫子)가 누구인 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015거인이 말했다. “그렇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내가 현자라는 것은 어떻게 아느냐?” 016허자가 말하였다. “제가 부자를 보았을 때 얼굴은 토목(土木)같고, 음성은 생용(笙鏞)생황(笙簧)과 큰 종. 생황은 아악에 쓰이는 관악기의 한 가지. 원래 생(笙)은 동쪽에 설치한 악기, 용(鏞)은 서쪽에 설치한 악기라고 하는데, 이들 악기는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할 때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다. 『서경』에서 ‘생과 용을 번갈아 치니 새와 짐승이 음율에 맞추어 춤을 춘다.’ 하였다.과 같으며,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 외로이 서서 큰 산기슭에서 헤매지도 아니하였습니다. 이에 제가 부자께서 현자인 것을 안 것입니다.” 017거인이 말하였다. “심하구나, 너의 허(虛)함이여! 너는 저 석문(石門)에 적힌 것과 작목(斫木)에 쓰인 것을 보지 않았느냐? 네가 석문으로부터 들어왔고 작목에 쓰인 글자를 보았으니 나의 이름은 이미 알았을 터이거늘 도리어 모른다 하고, 나의 어짊을 알지 못하거늘 도리어 안다고 하니, 너의 허(虛)가 지극히 심하도다! 018또한 내가 너에게 백성을 미혹시키는 세 가지를 말하겠다. 식색(食色)식욕과 색욕의 미혹은 가정을 망치고, 이권(利權)이익과 권세의 미혹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며, 도술(道術)① 도교에서 도사나 술사 등이 행하는 축지법, 둔갑술 등의 요술이나 술법. ② 유학이나 성리학을 달리 이르는 말. 여기서는 ②의 의미를 뜻한다.의 미혹은 천하를 어지럽힌다. 너는 도술에 미혹되어 있지 않느냐? 019또한 너는 너무 지나치다. 이름[名]이란 덕(德)의 증거요, 호(號)란 덕의 표현이다. 내 호가 실옹(實翁)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내가 실자(實者)라는 것을 알면 그뿐이지 도리어 나를 현자(賢者)라 함은 무엇이냐? 너는 나의 얼굴을 보고 토목(土木)에 비기었고 나의 음성을 듣고 생용(笙鏞)에 비기었으며 또 내가 산중에 살고 있는 것을 두고 세상을 등지고 외로이 서, 큰 산기슭에서 헤매지 않는 것에 비기었다. 이것은 사물을 접촉함에 따라 싹튼 생각이고, 환경에 따라 그때그때 말하는 것으로 아첨이 아니라면 망령된 것이다. 020대저 사람의 부드러운 육체를 흙덩이와 나무에 비유하면 동떨어져 있고(전혀 적절하지 않고), 목구멍과 폐에서 나오는 기(氣)를 쇠와 대나무에 비유하는 것 역시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또한 세상을 등지고 외로이 섰던 자는 공자요, 큰 산기슭을 헤매지 않는 자는 우순(虞舜)고대 중국의 삼황오제 중 마지막 임금인 순임금의 본명. 순임금은 눈먼 부친과 계모 밑에서 온갖 천대를 받으면서도 효성을 다했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순이 큰 산기슭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매서운 바람과 천둥, 번개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그러나 순은 침착하게 길도 잃지 않고 두려움에 떨지도 않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모습을 본 요임금은 순이야말로 천하를 맡을 만한 위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순이 등용되어 정사를 담당한 지 20년 만에 요임금은 순을 천자의 대행으로 임명하였다.이었다. 네가 과연 나를 공자로 여기고, 또 나를 우순으로 생각하느냐? 021나의 배움[學]이 공자와 같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으며, 나의 인격[聖]이 우순과 같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느냐? 너는 나에게 얻은 바가 없는데도 갑작스럽게 비유해서 말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첨이 아니면 망령된 것이다. 022또 내가 너에게 물어보겠다. 네가 이른바 현자란 도대체 어떤 자를 말하는 것이냐?” 허자가 말하였다. “주공(周公)의 업(業)을 숭상하고 정자(程子)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정호(程顥)와 정이(程頥) 형제를 높여 이르는 말. 주희가 정자의 사상을 발전시켜 이룬 유학을 정주학 또는 주자학(성리학)이라고 한다.와 주자(朱子)성리학을 완성한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희(朱熹)를 높이어 이르는 말의 말을 익혀서 정학(正學)을 붙들고 사설(邪說)을 물리치며, 인(仁)으로 세상을 구제하고 명철함으로써 몸을 보전하는 자가 유문(儒門)에서 말하는 현자입니다.” 023실옹이 고개를 치켜들고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도술(道術)에 미혹되어 있음을 진실로 알겠다. 024아아! 슬프다. 도술(道術)이 망해 버린 지 오래구나. 공자가 죽은 후에 제자(諸子)춘추전국시대의 여러 학파. 여기서는 정통 유교가 아닌 묵가, 도교, 법가, 불교 등을 이른다.들이 어지럽혔고, 주자의 문하에 빠진 모든 유학자(儒學者)가 혼란시켰다. 그의 업적은 높이면서 그의 진리는 잊고, 그의 말을 익히면서 그의 본의는 잃어버렸다. 정학(正學)을 받들고자 내세우는 마음에는 이미 자랑하는 마음인 긍심(矜心)이 작용하고, 사설(邪說)을 배척하자는 주장의 속내에는 이기려는 마음인 승심(勝心)이 자리하여 있고, 인(仁)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을 권유하는 바탕에는 권세를 부리려는 마음인 권심(權心)이 꿈틀거리고, 명철함으로 자신을 보전하는 것을 들먹이는 까닭은 자기만 이로우려는 마음인 이심(利心)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이 네 가지 마음이 서로 뒤엉켜 거듭되어, 참뜻은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천하는 온통 휩쓸려 나날이 허(虛)로 치닫고 있구나! 025지금 너는 겸손한 척 꾸미고 거짓 공손함으로 스스로를 현(賢)이라 여기며, 얼굴만 보고 음성만 듣고서 남도 현(賢)으로 만들고 있다. 마음이 헛되면 예의가 헛되고, 예의가 헛되면 헛되지 않은 것이 없다. 자신에게 헛되면 남에게도 헛되고, 남에게 헛되면 온 천하에 헛되지 않은 것이 없다. 도학(道學)의 미혹(迷惑)은 반드시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니, 그대가 그것을 아는가?” 026허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말하였다. “이 허자는 바닷가의 시골 사람입니다. 옛사람의 찌꺼기[糟粕]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 참된 도(道)는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으므로 현재 전하여 오는 성현의 글은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에 불과하다는 뜻. 『장자』「외편천도」에서 제 환공(齊桓公)에게 수레바퀴를 만드는 목수인 윤편(輪扁)이 한 말이다.에 마음을 깃들이고, 종이 위의 투어(套語)생동하는 맛이 없고 버릇이 된 틀에 박힌 말만 외면서 속된 학문에 몸을 의지해온 까닭에 작은 것을 보고 그것을 도(道)본래 사람이 걷는 길이라는 뜻이지만, 추상적인 의미로 바뀌어 인간의 행위에 꼭 따라야 할 기준과 원칙을 가리키게 되었다.로 여겨 왔습니다. 이제 부자의 말을 들으니, 심신이 개운하여 깨닫는 바가 있는 듯합니다. 감히 대도(大道)의 핵심을 여쭙습니다.” 027실옹은 오랫동안 눈여겨보다가 이윽고 말했다. “너의 얼굴에 이미 주름이 잡혔고 머리털이 이미 세었으니, 먼저 그대가 무엇을 배웠는지 말해 보게.” 028허자가 말하였다. “어렸을 때는 성현의 글을 읽었고, 자라서는 시례(詩禮)시와 예의의 공부를 익힌 뒤 음양(陰陽)만물의 생성 변화의 원리로서의 2개의 상반된 성질의 기(氣). 예를 들어 해와 달, 남성과 여성, 낮과 밤, 불과 물, 여름과 겨울 등이 있다.의 변화를 탐구하고 사람과 물(物)의 이치를 헤아렸습니다. 마음을 보살핌에 있어서는 충(忠)과 경(敬)으로 했고, 일을 꾀하는 데는 성실과 민첩함으로 했으며, 경제(經濟)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일는 주관(周官)주나라의 관제를 기록한 책으로 주례(周禮)라고도 하며,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직 제도의 기준이 되었다.을 근본으로 했고, 출처(出處)세상에 나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느냐, 산림에 은거하느냐의 문제는 은나라의 재상 이윤(伊尹)중국 은나라 초기의 대신으로 탕왕을 도와 하나라를 멸하고 은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을 세워 은나라의 재상이 되었다.과 주나라의 재상 여상(呂尙)주나라 초기의 정치가로 흔히 강태공이라고 부른다. 낚시를 드리우며 때를 기다리다 나이 칠순에 주나라 문왕에게 발탁되었다. 문왕이 죽은 후 무왕을 도와 목야의 전투에서 은나라 주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을 본받았습니다.중국 고대 3왕조를 세운 성왕(聖王)들, 즉 하(夏)나라의 우왕, 상(商, 은)나라의 탕왕, 주(周)나라의 문·무왕(文·武王)에게는 그들을 보좌하는 명재상(名宰相)들이 있었다. 우왕은 순(舜)임금으로부터 평화적으로 왕위를 물려받아 제외하더라도, 탕왕은 이윤(伊尹), 문·무왕은 강태공 여상(呂尙)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왕좌를 차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윤(伊尹)은 요리사 출신의 재상으로 유명한 사람으로,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인 폭군 걸왕(桀王)의 잔혹한 정치를 고치기 위해 요리사가 되어 궁궐로 들어갔지만, 수차례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걸왕은 잔혹 무도한 정치를 고치지 않았다. 이윤은 탕왕에게 귀순하여 나라 다스리는 법을 요리에 비유하여 가르쳤다고 하는데, 이에 감동받은 탕은 그를 재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윤은 선과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천하의 민심이 탕왕에게 기울도록 했고, 이에 때가 무르익자 군사를 일으켜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은(殷)나라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여상(呂尙)은 강태공(姜太公)이라는 별호답게, 은나라 말기 폭군 주왕(紂王)이 다스리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피해 강(江)에서 ‘미끼도 없이 세월을 낚는 일’을 벗 삼아 지낸 사람이다. 당시 서백(西伯, 서쪽 제후들의 우두머리)이었던 문왕(文王)을 도와 주(周)나라 개국의 기반을 만들었고, 문왕이 죽고 난 후 무왕(武王)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우는 데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이 공로로 여상은 중국 대륙의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제(齊)나라를 분봉 받아 제나라의 시조가 되었다. 이외에도 예술(藝術)과 성력(星曆)과 병기(兵器)와 변두(籩豆)와 수률(數律)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널리 배웠으나, 결국 육경(六經)유교의 기본이 되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악기(樂記), 역경(易經), 춘추(春秋)의 6가지 경서를 일컬으며, 공자(孔子)가 말년에 고향에 돌아가 제자들을 가르치며, 육경을 편찬하였다고 한다.으로 통하였고 정주(程朱)정호, 정이 형제와 주희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의 학설을 절충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허자가 배운 것입니다.” 029실옹이 말했다. “너의 말과 같다면 유자(儒者)의 학문에 강령(綱領)일의 근본이 되는 큰 줄거리.이 모두 갖춰진 셈인데, 또 무엇이 부족해서 나에게 묻느냐? 나를 말로써 궁하게 할 작정인가? 나와 학문으로써 겨룰 셈인가? 아니면 나의 장정(章程)여러 조목으로 나누어 마련한 규정이나 법도을 시험하려는 것이냐?” 030허자가 일어나서 절하고 말하였다. “부자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소소한 것에 정신을 빼앗겨 큰 도(道)를 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고, 여름 벌레가 얼음을 이야기하듯이 덧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부자를 뵙고 마음이 환히 트이고 이목(耳目)이 쾌청하여 마음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려 하거늘, 부자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사람과 만물은 모두 똑같이 귀한 존재이다 031실옹이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유자(儒者)로구나. 쇄소(灑掃)마당에 물을 뿌리고 비로 쓰는 일. 소학에서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이 쇄소(灑掃)인데, 모든 일의 기본을 말한다.의 학문부터 배운 다음에 성명(性命)천성(天性)과 천명(天命)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성'은 인간에 내재한 천(天)으로 인간의 본성, 본질을 말하고, '명'은 인간의 밖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운명을 가리킨다. 『중용』의 ‘하늘이 인간에게 명한 것을 성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에서 연유하였으며, 유가(儒家)의 형이상학적 우주론과 본체론을 보여 주는 것이다.의 학문을 하는 것이 배움의 차례다. 이제 나는 너에게 대도(大道)를 말하기에 앞서 본원(本源)부터 깨우쳐주려 한다. 032사람이 다른 물(物)과 다른 것은 마음이요, 마음이 다른 물과 다른 것은 몸이다. 지금 내가 너에게 묻겠다. 너의 몸이 물과 다른 점을 이야기해 보라.” 033허자가 말하였다. “그 바탕을 말하면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이요, 발이 모난 것은 땅입니다. 살과 털은 산과 숲을 이루고, 정혈(精血)인체를 구성하고, 생명의 발생과 활동을 유지하는 기본물질인 정(精)과 혈(血)의 통칭은 하수(河水)와 바다를, 양쪽 눈은 해와 달을, 숨 쉬는 것은 바람과 구름을 각각 상징한 것입니다중국의 반고(盤古) 신화를 말하고 있다. 태초의 세상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혼돈만 존재하고 있었다. 한 올의 빛도 없이 캄캄한 어둠 속에 계란과 같은 거대한 알이 하나 있었는데, 중국의 천지창조는 이 알이 깨져 반고가 세상에 나오면서 시작된다. 반고가 알에서 나와서 큰 도끼를 혼돈을 향해 힘껏 휘둘렀는데, 가볍고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무겁고 탁한 기운은 밑으로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 세상은 매우 불안정해서 하늘은 다시 내려앉으려고 했고, 땅은 위로 솟구치려고 했다. 반고는 하늘과 땅이 다시 달라붙지 않도록 두 손으로는 하늘을 들어올리고 다리로는 땅을 짓눌렀다. 반고의 몸은 하루에 한 장(丈, 약 3미터)씩 자랐고, 하늘은 그만큼 높아지고, 땅은 두꺼워지게 되었다. 그렇게 1만 8천 년의 세월이 흘러 힘에 부친 반고가 쓰러져 죽고 마는데, 죽은 뒤에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소리는 벼락이 되었으며, 왼쪽 눈은 태양이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되어 바로 뜨고 있으면 낮이고, 감고 있으면 밤이 되었다. 손과 발, 몸은 산맥과 대지로 변했고, 기름(脂)은 바다가 되고, 피는 거대한 강물이 되었으며, 핏줄은 수많은 길로 변하였다. 그의 살은 밭이 되었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밤하늘에서 무수히 반짝이는 별로 변했다. 피부와 털은 아름다운 꽃과 풀, 싱싱한 나무로, 이와 뼈는 금속과 단단한 돌로, 땀은 비로, 눈물은 이슬로 변하여 마침내 천지창조가 완성되었다. 오나라 서정(徐整)의 『삼오역기(三五歷紀)』, 양(梁)나라 임방(任昉)의 『술이기(述異記)』 등에 반고의 신화가 전한다.. 때문에 사람의 몸을 일러 소천지(小天地)라 합니다. 034사람이 태어나는 것을 말하면 아비의 정(精)과 어미의 혈(血)이 교감하여 태(胎)를 이루고 달이 차면 나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가 진보하고 일곱 구멍두 눈과 두 귀, 두 콧구멍과 입이 모두 트이며 오성(五性)사람의 다섯 가지 성정. 기쁨, 분노, 욕망, 공포, 근심.이 함께 갖추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곧 사람의 몸이 다른 물과 다른 점이 아니겠습니까?” 035실옹이 말했다. “아! 너의 말은 일견 옳은 것 같지만 그르다. 네 말대로라면 사람이 다른 물과 다른 점이 없으니, 대저 털과 살로 된 몸과 정혈(精血)의 교감은 초목이나 사람이 같거늘, 하물며 금수라고 다르겠는가? 036내가 너에게 다시 묻겠다. 생물의 종류는 셋이 있으니, 곧 사람, 금수, 초목이다. 초목은 거꾸로 나는 까닭에‘도생(倒生)’은 식물의 뿌리를 머리로 보고 가지를 손발로 보아 거꾸로 난다는 뜻으로, ‘초목’을 일컫는다. 지(知)앎는 있어도 각(覺)깨달음이 없으며, 금수는 가로 나는 까닭에‘횡생(橫生)’은 짐승이 머리를 옆으로 두고 살고 있는 것에서 나온 말. 각(覺)은 있어도 혜(慧)지혜가 없다. 이 세 가지 생물들은 한없이 삐걱거리고 어지럽게 뒤얽혀 서로 쇠하고 흥하게 하는데, 무릇 그 사이에 귀천의 등급이 있겠는가?” 037허자가 말했다. “천지간 생물 중에 오로지 사람만이 귀합니다. 저 금수나 초목은 지혜나 깨달음이 없으며, 예법이나 의리도 없습니다. 사람이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이 금수보다 천한 것입니다.” 038실옹은 고개를 젖히고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너는 사람이로다. 오륜(五倫)유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기본적 실천덕목. 인생에 있어 대인관계를 다섯 가지로 정리하여 서로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말한다.과 오사(五事)오사는 홍범구주 중 하나로, 모언시청사(貌言視聽思), 곧 얼굴은 단정하게, 말은 바르게, 보는 것은 맑게, 듣는 것은 자세하게, 생각은 투철하게 한다는 것. 홍범구주(洪範九疇)란 『서경』 주서 홍범 편에 기록되어 있는 정치 도덕의 아홉 가지 원칙이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의 현인 기자에게 세상 다스리는 법을 묻자 홍범구주의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는 사람의 예의(禮義)이고,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서로 불러 먹여주는 것은 금수의 예의이며, 떨기가 무성하고 가지가 우거진 것은 초목의 예의이다. 사람의 눈으로 물(物)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물은 천한 것이 되지만, 물의 눈으로 사람을 보면 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한 것이 된다. 이런 이치로 하늘에서 바라보면 사람이나 물은 똑같은 것이다. 039(무릇 짐승과 초목이 아는 것과 깨달음이 없다고 하지만) 아는 것이 없는 까닭에 거짓이 없고, 깨달음이 없는 까닭에 몹쓸 짓도 하지 않는다. 이런 이치로 본다면 물이 사람보다 훨씬 더 귀하다 할 것이다. 또 봉황(鳳凰)은 천 길을 돌아날고, 용(龍)은 날아서 하늘에 있다. 시초(蓍草)톱풀, 뺑때쑥. 점을 치는 데 시초(蓍草)의 줄기를 이용했는데, 『주역』의 점은 시초점이 주류를 이루었다.와 울초(鬱草)향기가 좋아 신을 모실 적에 술에 타서 썼다. 울금향(鬱金香)는 신을 통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재목으로 쓰인다. 인류와 견주어 어느 것이 귀하고 어느 것이 천한가? 040대개 대도(大道)를 해치는 것으로 자만하는 마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물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자만하는 마음의 근본이다.” 041허자가 말했다. “봉황이 돌아날고 용이 날아오른다 하지만 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초⋅울초와 소나무⋅잣나무는 초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백성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인(仁)어짊이 없고,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지(智)지혜가 없으며, 복식(服飾)⋅의장(儀章)의 제도가 없고, 예악(禮樂)⋅병형(兵刑)을 쓸 줄도 모르거늘, 어찌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042실옹이 말했다. “너의 미혹이 너무도 심하구나. 물고기와 다랑어를 놀라게 하지 않음은 용이 백성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요, 새와 참새를 겁나게 하지 않음은 봉황이 세상을 다스림이다. 다섯 가지 채색 구름은 용의 의장이요, 온몸에 두루 미친 문장은 봉황의 복식이며, 바람과 우레가 떨치는 것은 용의 병형(兵刑)이고, 높은 언덕에서 온화하게 우는 것은 봉황의 예악(禮樂)이다. 시초와 울초는 묘사(廟社)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서 보배처럼 귀하게 쓰이며, 소나무와 잣나무는 동량(棟樑)기둥과 대들보. 기둥과 대들보는 집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주요 요소로 집의 규모와 위치를 정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래서 동량지재(棟梁之材)는 한 집안이나 한 나라의 기둥이 될 만한 주요 인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의 귀중한 재목이다. 043이러므로 옛사람이 백성에게 혜택을 입히고 세상을 다스림에 물(物)의 방법을 취하지 않음이 없었다.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는 벌[蜂]에게서, 병진(兵陣)군대의 진영(陣營). 군사들의 대오(隊伍)를 배치한 것.의 법은 개미[蟻]에게서, 예절(禮節)의 제도는 다람쥐[拱鼠]에게서, 그물 치는 법은 거미[蜘跦]에게서 각각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만물(萬物)을 스승으로 삼는다.’성인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고, 보통 사람은 그 성인을 스승으로 삼는다[聖人師萬物 凡人師聖人]. 한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해서 하늘의 관점에서 물(物)을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관점에서 물을 보느냐?” 세상은 둥글며 쉬지 않고 돌고 있다 044허자가 크게 깨닫고 두려운 듯이 다시 절하고 나아가 말하였다. “사람과 물(物)에 등분이 없다는 것은 삼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람과 물의 생긴 근본을 감히 여쭙나이다.” 045실옹이 말하였다. “좋은 물음이다. 그렇지만 사람과 물(物)이 생긴 것은 천지에 근본을 둔 것이니, 내가 천지의 본성부터 이야기하리라. 046태허(太虛)큰 허공. 우주 또는 우주의 근본원리를 뜻한다.는 본디 고요하고 비었으며, 가득히 차 있는 것은 ‘기(氣)’이다. (태허는) 안도 없고 바깥도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소위 ‘우주무한론’. 우주 공간과 시간의 무한성을 주장하고 있다.. 쌓인 기가 일렁거리고 엉켜 모여서 형체를 이루며, 허공(虛空)에 두루 퍼져서 돌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데, 이것이 땅과 달과 해와 별이다. 047대저 땅이란 그 바탕이 물과 흙이며, 그 모양은 완전하게 둥근데, 쉬지 않고 돌면서 공계(空界)자연과학적인 우주에 떠 있다. 만물은 그 겉에 의지하여 사는 것이다.” 048허자가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天圓地方]’중국 진(秦)나라 때의 『여씨춘추전(呂氏春秋傳)』에 나오는 말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남을 뜻하는 전근대의 우주관이다. 우리 조상들은 ‘천원지방’을 원용하여 우주의 조화를 생활 곳곳에 담아내고자 했다(예 : 엽전, 조경, 건축물, 지방 등). 하였는데, 지금 부자께서는 ‘지체(地體)지각으로 둘러싸인 지구의 몸체란 뜻으로 지리학적 ‘지구’를 의미한다.가 완전하게 둥글다.’ 함은 무슨 말씀입니까?” 049실옹이 말했다. “사람을 깨닫도록 하기가 심히 어렵구나! 만물의 형체가 모두 둥글고 모난 것이 없는데 하물며 땅이랴! 050달이 해를 가릴 때에 일식이 되는데, 가려진 모습이 반드시 둥근 것은 달의 모습이 둥글기 때문이다. 또한 땅이 해를 가릴 때에 월식이 되는데, 가려진 모습이 또한 둥근 것은 땅의 모습이 둥글기 때문이다. 그러니 월식은 땅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월식을 보고도 지체(地體)가 둥글다는 것을 모른다면 거울로 자기 얼굴을 비춰보면서도 자기 얼굴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느냐? 051옛날 증자(曾子)중국 춘추시대의 유학자로 동양 5성의 하나이다. 공자의 도(道)를 계승하였으며, 그의 가르침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를 거쳐 맹자(孟子)에게 전해져 유교사상 사상(儒敎思想史上)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네 모서리를 서로 가릴 수 없지만 그 말만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052대개 ‘하늘이 둥글고 땅이 모났다.’는 것을 어떤 자는 천지의 덕을 말한 것이라고 한다. 그대 또한 옛사람이 전해 기록한 그 말을 믿고 있지만, (그것이) 어찌 직접 눈으로 보고 실증하는 것을 따를 수 있겠는가? 053진실로 땅이 모났다면 네 귀퉁이와 여덟 모서리, 여섯 면이 모두 평평하고, 가장자리는 낭떠러지같이 가파르게 깎아져 마치 담이나 벽이 서 있는 것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대는 그렇게 보이는가?” 허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054실옹이 말했다. “그렇다면 강이나 바닷물이며, 인류와 물(物)의 족속들이 (그 모난 땅의) 한 면(面)에만 모여 살고 있는가? 아니면 여섯 면에 퍼져서 살고 있는가?” 허자가 말했다. “윗면에만 모여 있습니다. 이유는 옆면에서 가로 붙어 살 수 없고 밑면에서 거꾸로 붙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055실옹이 말했다. “그렇다면 가로로 살 수 없고 거꾸로 살 수 없다는 것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인가?” 허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056실옹이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과 물(物)같은 미세한 것도 밑으로 떨어지는데, 어찌하여 무거운 대괴(大塊)큰 덩어리란 뜻으로 천지, 지구, 대지, 하늘과 땅 사이의 대자연, 조물주 등의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여기서는 천문학적 ‘지구’를 의미한다.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냐?” 허자가 말했다. “기(氣)로써 타고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즉, 기가 밑에서 받쳐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057실옹은 거친 목소리로 말하였다. “군자(君子)는 도(道)를 논하다가 자기 이치가 부족하면 상대의 논리에 승복하지만, 소인(小人)은 도를 논하다가 말이 달리면 다른 말로 둘러댄다. 물이 배를 띄움에 있어 배 안이 비면 물 위에 뜨고, 꽉 차면 가라앉는 것은 기(氣)가 힘이 없기 때문인데, 그 기가 어떻게 대괴(大塊)를 받치고 있을 수 있겠는가? 058지금 그대는 낡은 지식에만 집착하여 남에게 이기려 들고 경솔한 말로 남을 누르려 한다. 그러면서도 도(道)를 들으려 하니, 이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닌가? 059소요부(邵堯夫)중국 북송(北宋)의 학자 소옹(邵雍)의 자. 시호가 강절(康節)이라 소강절로 주로 불린다. 도가사상의 영향을 받고 유교의 역철학(易哲學)을 발전시켜 특이한 수리철학을 만들었으며, 성리학의 이상주의 학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만물은 모두 태극(太極)에서 말미암아 변화 생성된다고 주장했으며, 낙양에 살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기로 유명하다.는 이치에 밝은 선비였다. 그런데 그는 (대괴에 대한) 이치를 구하다가 끝내 터득하지 못하자, 말하기를 ‘하늘은 땅에 의지하고 땅은 하늘에 붙어있다.’고 하였다. 땅이 하늘에 붙어 있다는 것은 옳다고 하겠지만, 하늘이 땅에 의지하고 있다니, 크고 넓은 태허가 어찌 하나의 흙덩어리에 의지한단 말이냐? 060뿐만 아니라, 땅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그 자체가 그러한 힘이 있음이지, 결코 하늘과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소옹은 앎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자 억지로 큰 소리를 쳐서 한 시대를 속였으니, 이는 소옹이 그 스스로를 속인 것이다.” 061허자가 절하고 대답하였다. “허자가 실언을 하였으니 어찌 죄를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새의 깃털이나 짐승의 털처럼 가벼운 것도 모두 떨어지는데 그 무거운 대괴(大塊)가 지금껏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062실옹이 말하였다. “낡은 지식에 얽매인 자와 더불어 도(道)를 이야기할 수 없고, 이기려고만 하는 자와 더불어 언쟁할 수 없다. 만일 그대가 도를 듣기를 원한다면, 그대의 낡은 지식을 씻어버리고 그 이기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말을 신중히 하는데 내가 어찌 드러내지 않으리오? 063대저 한없이 크고 넓은[渾渾]본래 물이 솟아흐르는 모양으로 넓고 큰 모양, 분란(紛亂)한 모양, 순박한 모양, 혼돈한 모양, 얼떨떨한 모양 등 알기 어려운 모양을 뜻한다. 태허(太虛)는 육합(六合)천지 사방의 구분도 없는데 어찌 상하지세(上下之勢)위아래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오늘날의 중력과 비슷한 개념.가 있겠느냐? 064또 대답해 보라. 그대의 발은 땅으로 떨어지는데 그대의 머리는 하늘로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허자가 말했다. “이것은 상하지세(上下之勢) 때문입니다.” 실옹이 말했다. “그러하다. 065내가 다시 그대에게 묻겠다. 그대의 가슴이 남쪽으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그대의 등이 북쪽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왼쪽 다리가 동쪽으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오른쪽 다리가 서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066허자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는 남북(南北)의 세(勢)가 없고, 동서(東西)의 세(勢)가 없기 때문입니다.” 067실옹도 웃으면서 말하였다. “총명하다. 더불어 도(道)를 이야기할 만하다. 이제 대저 땅과 해와 달과 별의 위아래가 없는 것은 마치 그대의 몸에 동서와 남북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068또 누구나 땅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괴이하게 여기면서, 해와 달과 별이 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괴이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069대저 해와 달과 별은 하늘로 떠올라도 사실 위로 올라가지 않고, 땅으로 내려와도 사실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허공에 달려 영구히 머물러 있으니 태허(太虛)에는 위아래가 없다는 것이 아주 분명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상 소견에 젖어 있어 그 이유를 찾아보지 않는다. 진실로 그 까닭을 추구한다면 땅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도 (태허에 위아래가 없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070대저 땅덩이는 회전운동을 하는데 하루에 한 바퀴를 돈다. 땅 둘레는 9만 리이고 하루는 12시(時)하루를 열둘로 나누어 십이지(十二支)의 이름을 붙여 이르는 자시⋅축시⋅인시 등에 근거한 시간개념이다. 이 9만 리나 되는 거리를 12시간에 도니, 그 움직임은 번개보다 빠르고 포탄보다 빠르다. 땅이 이처럼 빨리 돌기 때문에 허기(虛氣)가 (물살이 솟구치듯이) 격하게 부딪쳐 허공에서 돌면서 땅으로 모이게 된다.빠른 속도로 자전을 하기 때문에 지구 중심으로 쏠리는 힘이 발생하게 된다. 이리하여 상하지세(上下之勢)가 있게 되는데, 이것이 지면 위에서 작용하는 힘이며 땅에서 멀어지면 이런 힘은 없어진다. 071또 자석(磁石)이 무쇠를 잡아당기고자기(磁氣) 호박(琥珀)이 지푸라기를 끌어당기듯이전기(電氣). 호박은 지질 시대 나무의 진 따위가 땅속에 묻혀서 탄소, 수소, 산소 따위와 화합하여 굳어진 누런색 광물. 불에 타기 쉽고 마찰하면 전기가 생긴다., 근본이 같은 것[本類]끼리 서로 작용함은 물(物)의 이치다. 072이러므로 불꽃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해에 근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요, 조수(潮水)가 위로 솟는 것은 달에 근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며, 만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땅에 근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073지금 사람들이 지면(地面)의 위아래만 보고, 망령되이 태허(太虛)의 정해진 형세를 짐작하면서 땅 주위에 모이는 기(氣)는 살피지 못하니, 또한 좁은 소견이 아니냐? 074또 모두 이르기를 ‘강이나 바닷물이며, 인류와 물(物)의 족속들이 (모난 땅의) 한 면(面)에 모여 살고, 이하(夷夏)의 수만 리 땅이 먼 데나 가까운 데나 고루 평평하므로, 대저 태산(泰山)중국 산둥성 중부, 태안시의 북쪽에 있는 명산. 고대문명 발원지 중의 하나로 고대 각 왕조의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 황제가 제단을 마련하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오악(五嶽)의 하나로 산의 조종(祖宗)이며 대종(垈宗), 동악(東嶽)이라고도 하고, ‘높고 큰 산,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두보(杜甫) 등이 이곳을 방문하여 시를 남겼으며, 특히 『맹자(孟子)』「진심상(盡心 上)」에 나오는 ‘(공자께서) 태산에 올라가서 천하를 작게 여겼다[登泰山而小天下]’는 말이 유명하다. 문학작품과 철학에서 흔히 ‘하찮은 인간과 대비되는 거대한 자연’의 대명사로 쓰인다.과 거악(巨嶽)매우 높고 큰 산, 해외에 있는 나라까지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보면 능히 한 번에 모두 볼 수 있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075허자가 말하였다. “일찍이 사람의 눈은 한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치로 보아 혹 그럴지도 모릅니다.” 076실옹이 말하였다. “사람의 눈이 한계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바다에서 보면 해와 달이 바다에서 나왔다가 바다로 들어가 보이고, 들에서 바라보면 해와 달이 들에서 나왔다가 들로 들어가 보인다. 하늘이 바다와 들에 맞닿은 것을 보는데도 아무런 장애가 없는데, ‘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말은 옳지 못한 말이다.
077땅 측량의 기준은 하늘 측량에 표준하고, 하늘 측량은 남북 양극(兩極)에 근본을 두고 있다. 하늘 측량 방법에는 경(經)과 위(緯)동양의 천문학에서 하늘에는 이십팔수의 경(經)과 오성의 위(緯)가 있다고 했다. 이십팔수의 ‘수(宿)’는 ‘머무르며 묵는다’는 뜻으로, 이십팔수(二十八宿)는 달이 황도(黃道)를 지나면서 어느 별의 위치에 머무는가를 정해 놓은 것인데, 천구를 28개로 등분하여 구획하였다. 오성(五星)은 태양의 둘레를 주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다섯 개의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말하며, 오위(五緯)라고도 한다. 경성(經星)인 이십팔수는 왼쪽으로 돌고, 위성(緯星)인 오성은 오른쪽으로 선회한다. 원래 경위는 실의 날줄[經]과 씨줄[緯]을 말한다. 옷감을 짜려면 베틀에 세로줄인 날줄을 고정시킨 후 실을 감은 북으로 씨줄을 좌우로 왔다갔다하는데, 여기에서 경위(經緯)는 그 의미가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날줄과 씨줄이 켜켜이 쌓여 옷감이 완성되듯 인간의 일도 복잡한 사정들이 쌓여 생겨나므로, 일의 전개 과정을 경위로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의를 보면 가로선과 세로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 세로선과 가로선이 만나는 지점을 숫자로 나타낼 때도 경위라는 말을 쓴다. 경도(經度)는 세로줄로 공간을 구획하는 도수이며, 위도(緯度)는 가로로 공간을 구획한다. 또한 날줄은 고정된 줄이어서 변하지 않아서 변치 않을 진리를 담은 책을 경전(經典)이라 한다.가 있으며, 이에 선을 연장하여 그 직선의 각도를 위쪽으로 측정한 것을 일러 천정(天頂)천문 관측 용어로서, 관측자의 연직선을 위쪽으로 연장해 천구(天球)와 교차되는 점, 즉 관측자의 머리 위 꼭대기를 의미한다. 아래쪽으로 만나는 점은 천저(天底)라 한다. 관측자를 지나는 연직선(지구의 중력 방향)은 지구의 중심을 정확히 관통하지 않으며, 연직선이 지평면에 언제나 수직한 것은 아니다.이라 하고, 극으로부터 떨어진 가깝고 먼 정도를 측량한 것을 기하위도(幾何緯度)직역하면 ‘위도와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가’인데, 현대 천문학의 북극거리(北極距離)에 해당한다. 북극거리는 천구북극에서부터 어떤 천체까지의 각거리를 말하며, 어떤 지역이든 천구북극의 고도는 그 지역의 위도와 같다. 북극성의 북극거리는 현재 약 1° 이다.라 한다. 078지금 중국에서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으로, 북쪽에 악라(鄂羅)러시아가 있고 남쪽에 진랍(眞臘)캄보디아이 있다. 악라의 천정은 북쪽으로 북극과의 각거리가 20도요, 진랍의 천정은 남쪽으로 남극과의 각거리가 60도가 되며, 두 천정이 서로 떨어진 각거리는 90도가 되고캄보디아의 위도는 북위 10~15° 사이에 걸쳐 있고, 러시아의 위도는 북위 40~90° 사이에 걸쳐 있다. 실제로 캄보디아와 러시아의 위도 차이는 약 5~75°가 된다., 두 지역이 서로 떨어진 거리는 2만 2천 5백 리가 된다. 이러므로, 악라 사람은 악라를 정계(正界)중심인 계(界). 기준이 되는 지역.로 하고 진랍을 횡계(橫界)가로로 누운 계(界). 정계와 도계의 중간에 있는 지역.로 삼으며, 진랍 사람은 진랍을 정계로 하고 악라를 횡계로 삼는다. 079또 중국과 서양의 경도(經度) 차이는 180도이다실제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중부 유럽의 경도 차이는 약 120°이다.. 중국인은 중국을 정계(正界)로 하고 서양을 도계(倒界)거꾸로 뒤집힌 계(界). 정계에서 180도, 즉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역.로 삼으며, 서양인은 서양을 정계로 하고 중국을 도계로 삼는다. 실제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이와 같다. 그러므로 횡계도 없고 도계도 없으니 모두가 똑같이 정계이다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구면 위에 따로 중심이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소위 중화주의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080세상 사람은 옛 습관에 안주하여 새로이 살피지 않는다. 이치가 눈앞에 있는데도 일찍이 연구하여 찾아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일평생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 대해 캄캄하다. 오직 서양 어떤 지역만이 지혜와 기술이 정밀하고 상세하여 측량이 해박하고 자세하다. (땅이 둥글기 때문에) ‘지구(地球)’라고 하는 설은 다시 의심할 여지도 없다.” 081허자가 말하였다. “지구의 형체와 상하지세(上下之勢)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신대로 듣겠습니다. 감히 여쭙건대, 지체(地體)의 회전이 그처럼 빠르고, 허기(虛氣)도 그처럼 격렬하다면 그 힘이 틀림없이 세차고 맹렬할 것인데, 사람이나 물(物)이 쓰러지고 넘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082실옹이 말하였다. “만물이 생겨날 때 제각기 기(氣)가 있어, 그것이 만물을 둘러싸고 있다. 형체는 크고 작음이 있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기(氣)는 두텁고 얇음이 있으니, 마치 새알의 노른자와 흰자가 서로 붙어 있는 것과 같다. 083지체(地體)가 크기 때문에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기(氣) 또한 두껍다. 이것이 엉키고 뭉쳐져 하나의 공처럼 허공에서 구르고 돌게 된다. 천하의 두 기(氣)가 갈고 비비는 동안 두 기(氣)가 만나는 가장자리는 심하게 부딪쳐 폭풍과 같이 요동친다. 술사(術士)는 이것을 측량하여 강풍(罡風)도가에서 말하는 ‘높은 하늘의 바람’이라는 뜻으로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 세차게 부는 바람을 의미한다.이라 한다. 여기를 벗어나면 한없이 깨끗하고 고요한 상태이다. 084천하의 두 기(氣)가 서로 부딪쳐 땅으로 모이는데 마치 강과 하수의 물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소용돌이치듯 한다. 상하지세(上下之勢)는 이렇게 생기는 것이다. 085마치 새가 공중에서 날고, 구름이 피어났다 흩어지고, 물고기와 용이 물에서 놀고, 쥐가 땅으로 다니듯이, 모여진 기(氣) 속에 잠기어 활동하는 것은 넘어지거나 쓰러질 염려가 없다. 하물며 사람과 물(物)이 지면에 붙어 있는 것을 말해 무엇하리? 또 그대의 생각지 못함이 심하도다! 땅이 돌고 하늘이 움직이는 것은 그 형세가 같은 것이다. 만약 쌓여진 기(氣)가 회오리바람보다 더 사납게 달린다면 사람과 물(物)의 쓰러지고 넘어짐이 반드시 몇 곱절이나 심할 것이라고 하는데, 맷돌에 붙어 있는 개미를 생각해보라. 개미는 맷돌이 빨리 돌아가고 있지만 바람을 만나고 쓰러짐을 느끼지 못한다. 하늘이 움직이는 것은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땅이 도는 것만을 의심하니, 생각지 못함이 심하도다!” 086허자가 말하였다. “그렇지만 정밀하고 자세한 서양 사람들도 이미 ‘하늘은 운행하고 땅은 고요하다당시 중국의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전래된 한역서학서의 학설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다른 모든 천체가 정지해 있는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天動說)’을 표현한 말이다..’고 하였고, 중국의 성인 공자 또한 ‘하늘의 운행은 강건하다[天行健]천체의 운행은 정확한 주기가 있으며, 어긋남이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주역(周易)』 64괘 중 첫 괘인 ‘건괘(乾卦)’의 ‘하늘의 운행은 강건하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강건하여 끊임없이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말들은 모두 잘못된 것입니까?” 작업중 090또 내가 그대에게 묻겠다. 세상 사람들이 천지를 이야기하면서 지계(地界)지구가 공계(空界)의 중심이 되며, 삼광(三光)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을 이르는 말. 특히 별은 북두칠성을 이른다.에 두루 싸여 있다고 하지 않더냐?” 091허자가 말하였다. “칠정(七政)오늘날의 태양계에 속한 천체와 비슷함. 망원경이 나오기 전에 하늘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임이 관측된 천체들로서, 해,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일곱 천체를 말한다. 이때까지 천왕성, 해왕성 등은 알려지지 않았었다.이 땅을 둘러싸고 있음은 관측으로 얻은 근거가 있으니, 땅이 (공계의) 정중앙임은 마땅히 의심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태양계 구조 092실옹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차있고, 그 나름대로 세계 아닌 것이 없다. 성계(星界)천체들이 서로 의존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이루고 있는 우주 공간의 세계에서 보면 지계(地界) 또한 하나의 별일 뿐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공계(空界)에 서로 흩어져 있는데, 오직 이 지계(地界)만이 교묘하게 (공계의) 정중앙에 있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이다. 093그러므로 저마다 세계 아닌 것이 없고, 회전하지 않는 것이 없다. 뭇 세계에서 보면 땅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각기 스스로를 중앙이라 하고 다른 별들을 뭇 세계라 한다. 094칠정(七政)이 땅을 둘러싸고 있다고 하는데, 땅에서 관측하면 물론 그러하다. 그러므로 땅을 칠정의 중앙이라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뭇 별들의 정중앙이라 하는 것은 우물 속에 앉아 있는 자의 소견이다. 095이에 칠정의 천체는 수레바퀴처럼 자전(自轉)하면서 연자방아에 매인 나귀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것을 지계(地界)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땅에서 가까이 있어 사람 눈에 크게 보이는 것들을 일러 태양과 달이라 하고, 땅에서 멀리 있어 사람 눈에 작게 보이는 것들을 일러 다섯 별이라 한다. 하지만 사실은 모두 성계(星界)이다.
096오위(五緯)지구에 가까운 다섯 개의 행성.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가 태양을 둘러싸고 있으니 태양이 그 중심이 되고, 태양과 달이 땅을 둘러싸고 있으니 땅이 그 중심이 된다. 금성과 수성은 태양과 가까우므로 땅과 달은 (금성과 수성의) 궤도권의 바깥에 있다. 삼위(三緯)화성, 목성, 토성.는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땅과 달은 (삼위의) 궤도권 안쪽에 있다.중국을 통해 전래된 튀코 브라헤의 우주론이다. 태양과 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나머지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돈다. 수성과 금성의 궤도는 태양과 달 사이에 있고, 나머지 행성들의 궤도는 달 바깥에 있다.. 금성과 수성 안쪽의 작은 별 수십 개는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하고, 삼위 주변의 작은 별 네댓 개는 모두 각 천체를 중심으로 한다화성, 목성, 토성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을 말한다. 실제 화성은 2개, 목성은 67개, 토성은 62개의 위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땅에서 보이는 모습이 이러하니 다른 각 세계에서 보이는 모습은 이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097따라서 땅은 양요(兩曜)칠정을 칠요(七曜)라고도 하는데, 그 중 가장 밝은 태양과 달을 말한다.의 중심은 될 수 있지만 오위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태양은 오위의 중심은 될 수 있지만 뭇별들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태양도 중심이 될 수 없는데 하물며 땅은 어떠하겠는가?” 작업중 |
원문(활자본, 1939)
毉山問答 001子虛子隱居讀書三十年。竆天地之化。究性命之微。極五行之根。達三敎之蘊。經緯人道。會通物理。鉤深測奧。洞悉源委。然後出而語人。聞者莫不笑之。 002虛子曰。小知不可與語大。陋俗不可與語道也。 003乃西入燕都。遊談于搢紳。居邸舍六十日。卒無所遇。於是虛子喟然歎曰。周公之衰耶。哲人之萎耶。吾道之非耶。束裝而歸。 004乃登毉巫閭之山。南臨滄海。北望大漠。泫然流涕曰。老聃入于胡。仲尼浮于海。烏可已乎。烏可已乎。遂有遯世之志。 005行數十里。有石門當道。題曰實居之門。虛子曰。毉巫閭處夷夏之交。東北之名嶽也。必有逸士居焉。吾必往叩之。 006遂入門。有巨人獨坐于橧巢之上。形容詭異。斫木而書之曰實翁之居。 007虛子曰。我號以虛。將以稽天下之實。彼號以實。將以破天下之虛。虛虛實實。竗道之眞。吾將聞其說。 008虛子膝行而前。向風而拜。拱手而立于右。巨人俛首視。㗳然若無見也。 009虛子擧手而言曰。君子之與人。固若是其倨乎。 010巨人乃言曰。爾是東海虛子也歟。虛子曰。然。夫子何以知之。無乃有術乎。 011巨人乃據膝張目曰。爾果虛子也。余有何術哉。 012見爾服聽爾音。吾知其爲東海也。觀爾禮。飾讓以僞恭。專以虛與人。是以知爾爲虛子也。余有何術哉。 013虛子曰。恭者德之基也。恭莫大於敬賢。俄者吾見夫子以爲賢者也。膝行而前。向風而拜。拱手而立於右。今夫子以爲飾讓而僞恭。何也。 014巨人曰。來。吾試問爾。爾以余爲誰也。虛子曰。吾知其爲賢者而已。吾烏知夫子之爲誰也。 015巨人曰。然。雖然。爾旣不知我之爲誰。則又烏知我之爲賢者乎。 016虛子曰。吾見夫子。土木之形。笙鏞之音。遯世獨立。不迷於大麓。吾以是知夫子之爲賢者也。 017巨人曰。甚矣。爾之爲虛也。爾獨不見夫石門之題斫木之書乎。爾由門而入。見木之書。吾之名。爾所已知而反謂不知。吾之賢。爾所不知而反謂之知。甚矣。爾之爲虛也。 018且吾語子。生民之惑有三。食色之惑。喪其家。利權之惑。危其國。道術之惑。亂天下。爾無乃有道術之惑者乎。 019且爾過矣。名者德之符也。號者德之表也。爾知我之爲實翁。則知我之爲實者而已。反以我爲賢者。何哉。爾見吾之形。擬之土木。聽吾之音。擬之笙鏞。以吾之居山。擬之以遯世獨立。不迷於大麓。是爾觸物而意萌。隨境而口辨。非諛則妄也。 020夫膚肉之脆。去壤樹遠矣。喉肺之氣。去金竹遠矣。且遯世獨立。孔子也。不迷於大麓。虞舜也。爾果以我爲孔子乎。且以我爲虞舜乎。 021我之學。惡知不如孔子。我之聖。惡知不如虞舜。惟爾無所得於我而擬議已遽。是非諛則妄也。 022且吾問爾。何哉。爾所謂賢者。虛子曰。崇周孔之業。習程朱之言。扶正學斥邪說。仁以救世。哲以保身。此儒門所謂賢者也。 023實翁昂然而笑曰。吾固知爾有道術之惑。 024嗚呼哀哉。道術之亡久矣。孔子之喪。諸子亂之。朱門之末。諸儒汩之。崇其業而忘其眞。習其言而失其意。正學之扶。實由矜心。邪說之斥。實由勝心。救世之仁。實由權心。保身之哲。實由利心。四心相仍。眞意日亡。天下滔滔。日趍於虛。 025今爾飾讓僞恭。自以爲賢。見形聽音。擬人以賢。心虛則禮虛。禮虛則事無不虛。虛於己則虛於人。虛於人則天下無不虛。道術之惑。必亂天下。爾其知之乎。 026虛子默然有間曰。虛子海上鄙人也。棲心古人之糟粕。誦說紙上之套語。浮沉俗學。見小爲道。今也聞夫子之言。心神惺悟。如有所得。敢問大道之要。 027實翁熟視良久曰。爾顔已皺矣。髮已蒼矣。吾請先聞爾之所學。 028虛子曰。少讀聖賢之書。長習詩禮之業。探陰陽之變。測人物之理。存心以忠敬。作事以誠敏。經濟本於周官。出處擬於伊呂。傍及藝術星曆兵器籩豆數律。博學無方。其歸則會通於六經。折衷於程朱。此虛子之學也。 029實翁曰。如爾之言。儒者之學。綱領俱備。爾且何所不足而問我爲。爾將竆我以辯乎。將角我以學乎。將試我以章程乎。 030虛子起拜而言曰。夫子是何言也。虛子局於謏僿。未聞大道。妄尊如井蛙窺天。膚識如夏虫談冰。今見夫子。心竅開豁。耳目淸快。輸情竭誠。夫子是何言也。 031實翁曰。然。爾儒者也。先灑掃而後性命。幼學之序也。今吾將語爾以大道。必將先之以本源。 032人之所以異於物者。心也。心之所以異於物者。身也。今吾問爾。爾身之異於物者。必有其說。 033虛子曰。語其質則頭圓者天也。足方者地也。膚髮者山林也。精血者河海也。雙眼者日月也。呼吸者風雲也。故曰人身小天地也。 034語其生則父精母血。感而結胎。月滿而降生。齒增而智長。七竅通明。五性具足。此非人身之所以異於物者乎。 035實翁曰。噫。如爾之言。人之所以異於物者幾希。夫髮膚之質。精血之感。草木與人同。况於禽獸乎。 036我復問爾。生之類有三。人也。禽獸也。草木也。草木倒生故有知而無覺。禽獸橫生。故有覺而無慧。三生之類。坱軋泯棼。互相衰旺。抑將有貴賤之等乎。 037虛子曰。天地之生。惟人爲貴。今夫禽獸也草木也。無慧無覺。無禮無義。人貴於禽獸。草木賤於禽獸。 038實翁仰首而笑曰。爾誠人也。五倫五事。人之禮義也。羣行呴哺。禽獸之禮義也。叢苞條暢。草木之禮義也。以人視物。人貴而物賤。以物視人。物貴而人賤。自天而視之。人與物均也。 039夫無慧故無詐。無覺故無爲。然則物貴於人。亦遠矣。且鳳翔千仞。龍飛在天。蓍鬯通神。松栢需材。比之人類。何貴何賤。 040夫大道之害。莫甚於矜心。人之所以貴人而賤物。矜心之本也。 041虛子曰。鳳翔龍飛。不離禽獸。蓍鬯松栢。不離草木。仁不足以擇民。智不足以御世。無服飾儀章之度。無禮樂兵刑之用。其於人也。若是班乎。 042實翁曰。甚矣。爾之惑也。魚鮪不淰。龍之澤民也。鳥雀不獝。鳳之御世也。雲氣五采。龍之儀章也。遍體文章。鳳之服飾也。風霆震剝。龍之兵刑也。高崗和鳴。鳳之禮樂也。蓍鬯。廟社之寶用。松栢。棟樑之重器。 043是以古人之澤民御世。未嘗不資法於物。君臣之儀。盖取諸蜂。兵陣之法。盖取諸蟻。禮節之制。盖取諸拱鼠。網罟之設。盖取諸蜘蛛。故曰聖人師萬物。今爾曷不以天視物。而猶以人視物也。 044虛子矍然大悟。又拜而進曰。人物之無分。敬聞命矣。請問人物有生之本。 045實翁曰。善哉問也。雖然。人物之生。本於天地。吾將先言天地之情。 046太虛寥廓。充塞者氣也。無內無外。無始無終。積氣汪洋。凝聚成質。周布虛空。旋轉停住。所謂地月日星是也。 047夫地者。水土之質也。其體正圓。旋轉不休。渟浮空界。萬物得以依附於其面也。 048虛子曰。古人云天圓而地方。今夫子言地體正圓。何也。 049實翁曰。甚矣。人之難曉也。萬物之成形。有圓而無方。况於地乎。 050月掩日而蝕於日。蝕體必圜。月體之圜也。地掩日而蝕於月。蝕體亦圜。地體之圜也。然則月蝕者。地之鑑也。見月蝕而不識地圜。是猶引鑑自照而不辨其面目也。不亦愚乎。 051昔者曾子有言曰。天圓而地方。是四角之不相掩也。此其言有自來矣。 052夫天圓而地方者。或言其德也。且爾與其信古人傳記之言。豈若從現前目訂之實境也。 053苟地之方也。四隅八角六面均平。邊際阧絶。如立墻壁。爾見如此。虛子曰然。 054實翁曰。然則河海之水。人物之類。萃居一面歟。抑布居六面歟。虛子曰。萃居上面爾。盖旁面不可橫居。下面不可倒居也。 055實翁曰。然則居不可橫倒。豈不以墜下歟。虛子曰然。 056實翁曰。然則人物之微。尙已墜下。大塊之重。何不墜下。虛子曰。氣以乘載也。 057實翁厲聲曰。君子論道。理屈則服。小人論道。辭屈則遁。水之於舟也。虛則載實則臭。氣之無力也。能載大塊乎。 058今爾膠於舊聞。狃於勝心。率口而禦人。求以聞道。不亦左乎。 059邵堯夫達士也。求其理而不得。乃曰天依於地。地附於天。曰地附於天則可。曰天依於地則渾渾太虛。其依於一土塊乎。 060且地之不墜。自有其勢。不係於天。堯夫知不及此。則强爲大言。以欺一世。是堯夫之自欺也。 061虛子拜而對曰。虛子失辭。敢不知罪。雖然。羽毛之輕。莫不墜下。大塊之重。終古不墜。何也。 062實翁曰。膠舊聞者。不可與語道。狃勝心者。不可與爭口。爾欲聞道。濯爾舊聞。祛爾勝心。虛爾中愨爾口。我其有隱乎哉。 063夫渾渾太虛。六合無分。豈有上下之勢哉。 064爾且言之。爾足墜於地。爾首不墜於天。何也。虛子曰。此上下之勢也。實翁曰然。 065我又問爾。爾胸不墜於南。爾背不墜於北。左膞不墜於東。右膞不墜於西。何也。 066虛子笑曰。此無南北之勢。亦無東西之勢也。 067實翁笑曰。穎悟哉。可與語道也。今夫地日月星之無上下。亦猶爾身之無東西與南北也。 068且人莫不恠夫地之不墜。獨不恠夫日月星之不墜。何也。 069夫日月星。升天而不登。降地而不崩。懸空而長留。太虛之無上下。其跡甚著。世人習於常見。不求其故。苟求其故。地之不墜。不足疑也。 070夫地塊旋轉。一日一周。地周九萬里。一日十二時。以九萬之濶。趍十二之限。其行之疾。亟於震電。急於炮丸。地旣疾轉。虛氣激薄。閡於空而湊於地。於是有上下之勢。此地面之勢也。遠於地則無是勢也。 071且磁石吸鐵。琥珀引芥。本類相感。物之理也。 072是以火之上炎。本於日也。潮之上湧。本於月也。萬物之下墜。本於地也。 073今人見地面之上下。妄意太虛之定勢而不察周地之拱湊。不亦陋乎。 074且曰。河海之水。人物之類。萃居一面也。是夷夏數萬里。遠近均平。夫泰山巨嶽。海外國土。升高測望。可以一覽而盡之。其果然乎。 075虛子曰。竊常聞之。此人視有限也。理或如是。 076實翁曰。人視固有限也。雖然。海行則日月出於海而入於海。野望則日月出於野而入於野。天接於海野。無所障礙。視限之說。不可行矣。 077量地準於測天。測天本於兩極。測天之術。有經有緯。是以垂線而仰測其直線之度。命之曰天頂。距極近遠。命之曰幾何緯度。 078今中國舟車之通。北有鄂羅。南有眞臘。鄂羅之天頂。北距北極爲二十度。眞臘之天頂。南距南極爲六十度。兩頂相距爲九十度。兩地相距爲二萬二千五百里。是以鄂羅之人。以鄂羅爲正界。以眞臘爲橫界。眞臘之人。以眞臘爲正界。以鄂羅爲橫界。 079且中國之於西洋。經度之差。至于一百八十。中國之人。以中國爲正界。以西洋爲倒界。西洋之人。以西洋爲正界。以中國爲倒界。其實戴天履地。隨界皆然。無橫無倒。均是正界。 080世之人。安於故常。習而不察。理在目前。不曾推索。終身戴履。昧其情狀。惟西洋一域。慧術精詳。測量該悉。地球之說。更無餘疑。 081虛子曰。地球之體。上下之勢。謹聞命矣。敢問地體旋轉。如是飈疾。虛氣激薄。其力必猛。人物之不靡仆。何也。 082實翁曰。萬物之生。各有氣以包之。體有小大。包有厚薄。有如鳥卵。黃白相附。 083地體旣大。包氣亦厚。籠絡經持。搏成一丸。旋轉于空。磨盪虛氣。兩氣之際。激薄飈疾。術士測之。認以罡風。過此以外。渾渾淸靜。 084兩氣相薄。內湊於地。如江河之涯。激作匯洑。上下之勢所由成也。 085若飛鳥之㢠翔。雲氣之舒卷。如魚龍在水。如土鼠行地。涵泳於湊氣。無慮其靡仆。况人物之附於地面乎。且爾不思甚矣。地轉天運。其勢一也。若積氣驅走。猛於飈颶。人物靡仆。必將倍甚。譬如蟻附磨輪。疾轉而不悟。遇風而靡。無恠於天運。而疑之於地轉。不思甚矣。 086虛子曰。雖然。西洋之精詳。旣云天運而地靜。孔子。中國之聖人也。亦曰天行健。然則彼皆非歟。 087實翁曰。善哉問。民可使由之。不可使知之。君子從俗而設敎。智者從宜而立言。地靜天運。人之常見也。無害於民義。無乖於授時。因以制治。不亦可乎。 088在宋張子厚微發此義。洋人亦有以舟行岸行。推說甚辨。及其測候。專主天運。便於推步也。 089其天運地轉。其勢一也。無用分說。惟九萬里之一周。飈疾如此。彼星辰之去地。纔爲半徑。猶不知爲幾千萬億。况星辰之外。又有星辰。空界無盡。星亦無盡。語其一周。遠已無量。一日之間。想其行疾。震電炮丸。擬議不及。此巧曆之所不能計。至辯之所不能說。天運之無理。不足多辨。 090且吾問爾。世人談天地。豈不以地界爲空界之正中。三光之所包歟。 091虛子曰。七政包地。測候有據。地之正中。宜若無疑然。 092實翁曰。不然。滿天星宿。無非界也。自星界觀之。地界亦星也。無量之界。散處空界。惟此地界。巧居正中。無有是理。 093是以無非界也。無非轉也。衆界之觀。同於地觀。各自謂中。各星衆界。 094若七政包地。地測固然。以地謂七政之中則可。謂之衆星之正中則坐井之見也。 095是以七政之體。自轉如車輪。周包如磨驢。自地界觀之。近地而人見大者。謂之日月。遠地而人見小者。謂之五星。其實俱星界也。 096盖五緯包日而以日爲心。日月包地而以地爲心。金水近於日。故地月在包圈之外。三緯遠於日。故地月在包圈之內。金水之內。數十小星。並心於日。三緯之旁。四五小星。並心於各緯。地觀如是。各界之觀。可類而推。 097是以地爲兩曜之中而不得爲五緯之中。日爲五緯之中而不得爲衆星之正中。日且不得爲正中。况於地乎。 098虛子曰。地之非中。謹聞命矣。敢問銀河何界也。 099實翁曰。銀河者。叢衆界以爲界。旋規於空界。成一大環。環中多界。千萬其數。日地諸界。居其一爾。是爲太虛之一大界也。 100雖然。地觀如是。地觀之外如河界者。不知爲幾千萬億。不可憑我渺眼。遽以河爲第一大界也。 101是以有明界有暗界有溫界有冷界。近明界者。受明以爲明。近溫界者。受溫以爲溫。明溫者日界也。暗冷者地月也。暗冷而爲明溫者。地月之近日而受之者也。 102虛子曰。衆星皆界也。各界之形色情狀。可得悉聞歟。 103實翁笑曰。邵堯夫謂天地有開闢也。以一元十二萬九千六百年。爲開闢之限。自以爲大觀也。世人亦期之以大觀也。爾爲何哉。虛子曰。開闢之限。聞其說而不能信其理也。 104實翁曰然。物之有體質者。終必有壞。凝以成質。融以反氣。地之有閉闢。其理固也。惟天者虛氣。蕩蕩灝灝。無形無眹。開成何物。閉成何物。不思甚矣。夫吾之出世。計以一元。不知其爲幾千萬億。周遊各界。閱其凝融。又不知其爲幾千萬億。前乎吾者。又不知其爲幾千萬億。後乎吾者。又不知其爲幾千萬億。是以各界之形色情狀。爾所不能知。亦所不必知。吾所不能言。亦所不必言。設或言之。爾必驚疑。無所徵信。今此據爾之所視。語爾之所知。 105日者體大於地。其數多倍。其質火。其色赤。質火故其性溫。色赤故其光明。焰煇四發。漸遠而漸微。極於數千萬里。 106生於本界者。禀受純火。其體晃朗。其性剛烈。其知烱透。其氣飛揚。無晝夜之分。無冬夏之候。終古居火而不覺其溫也。 107月者體小於地。三十居一。其質氷。其色淸。質氷故其性冷。色淸故暎日發光。遠日則凝。空明如鏡。近日則融。汪洋如海。 108生於本界者。禀受純氷。其體瀅澈。其性潔凈。其知澄明。其氣輕浮。晝夜之分。冬夏之候。與地界同。終古居氷而不覺其冷也。 109地者七政之滓穢。其質氷土。其色晦濁。質氷土故其性寒。色晦濁故映日少。光近而受溫。土潤氷解。 110生於本界者。其軆厖駁。其性粗雜。其知昏憨。其氣鈍滯。日照而爲晝。日隱而爲夜。日近而爲夏。日遠而爲冬。日火蒸炙。滋產衆生。形交胎產。人物繁衆。神智日閉。小慧日長。利慾淫熬。生滅芒忽。此地界之情狀而爾之所知也。 111虛子曰。居日界者。如火鼠之居火。居月界者。如水族之居水。其理然也。敢問兩界之生。可通其遊歷歟。 112實翁曰。何言之愚也。陸居者入水則窒死。水居者出陸則喘死。南人不耐寒。北人不耐暑。一界之中。尙不能通。各界之生。形氣絶異。有如水火。水火之同器。豈有其理乎。 113虛子曰。虛子濁界之物也。聞夫子之言。始知太虛之間有此衆界。願賴神力。陞彼九霄。遊歷太虛。今日月之界。尙不相通。將小子終不免芒忽於濁界也。 114實翁笑曰。爾果欲陞彼九霄。不患無術。盖池魚成龍。溟鯤化鵬。壤蟲蟬蛻。野蠶蝶幻。人之靈巧。何患無術。十年胎息。丹成脫殼。法身靈變。超越雲霄。不焦於火。不濡於水。遊歷衆界。永享淸快。爾欲爲之乎。 115虛子曰。此世俗所謂仙人之術也。小子聞其說而不敢信也。果有此術。棄妻子如弊屣也。 116實翁厲聲曰。吾以汝爲可敎也。乃愚滯之難啓。利慾之難淸。有如是乎。 117彼胎丹之術。實有其理。亦有其人。雖然。久則萬年。少則千年。終歸消滅。亦何益哉。 118人之生世也。願慾無極。華美之奉。靡曼之色。崇高之位。燀赫之權。珍恠之物。詭異之觀。人皆慕之。 119其巧且黠者。念其憂危。苦其訿議。患其芒忽。又知其不可必得。則乃反身淸修。逞慾於象外。以圖萬千年淸快。 120及其仙昇。神思窈冥。遊歷衆界。七情永閟。耳如無聞。目如無見。參以俗情。無一樂事。 121衆生見其飛昇度世。以世情妄意。仙人乘龍御風。招呼仙侶。遊戱異境。備諸快樂。不亦愚乎。 122夫仙人之術。要在無爲。恬恬漠漠。凈靜不撓。艶樂俗情。一萌于中。眞元渙散。法身墮落。苟令世人之慕仙者。置之此境。必將厭其寥廓。苦其簡泊。不欲斯須居也。 123且世人或有爲幻妄之術者。托以眞仙。閃忽詭奇。以弄愚俗。愚俗之妄慕。實由於此。 124夫眞仙。飄颻遺世。忘親戚之恩。絶舊鄕之戀。况濁界臭穢。不可嚮邇。豈其辱身降志。挾術驚世。透露光景。自作罪過。甚矣。地界之愚昏也。 125是以仙昇之徒。無營無欲。以葆眞精。萬千年間。終歸消滅。畢竟就盡。久速無分。石火泡幻。實同殤子。 126原其發願。實由利心而卒無其利。巧而實拙。黠而實愚。爾欲學道而乃有是願。不亦悞乎。虛子霍然而悟。犁然而笑曰。小子過矣。 127敢問各界俱轉。亦能周包他界。獨此地界。只能自轉。不能周行。何也。 128實翁曰。衆界之成。體有輕重。性有鈍疾。輕而疾者。轉而能周。重而鈍者。轉而不周。 129輕疾之極。周圈極濶。三緯之類也。重鈍之極。周圈切面。地界之類也。輕界之生。虛而靈。重界之生。實而滯。 130虛子曰。然則五緯。五行之精也。恒星。衆物之象也。下應地界。妖祥有徵。何也。 131實翁曰。五星之體。各有其德。五行之分屬。術家之陋也。 132且自地界觀之。繁星連絡。如昴宿之叢萃。類居羣聚。其實十數點之中。高下遠近。不啻千萬其里。 133自彼界觀之。日月地三點。耿耿如連珠。今以日月地。舍爲一物而命之以三星。可乎。 134惟曆象推步。資於宮度。星之有名。曆家之權定也。乃若繁衍牽合。參以俗事。轉作術家之欛柄。支離乖妄。極於分野。 135夫地界之於太虛。不啻微塵爾。中國之於地界。十數分之一爾。以周地之界。分屬宿度。猶或有說。以九州之偏。硬配衆界。分合傅會。窺覘灾瑞。妄而又妄。不足道也。 136虛子曰。然則分野之說。流傳已久。或有明徵。好風好雨。塋惑守心。凡乾象之符應。皆不足信乎。 137實翁曰。衆口鑠金。積毁銷骨。口不可鑠金。毁不可銷骨。猶致銷鑠者。人衆而勝天也。 138技術雖妄。人心有感。依信之極。或致徵應。此撮空之虛影也。眩於虛影。不察情實。惑之甚矣。 139且箕風畢雨。因其俗諺。借明民情。非謂兩星眞有是好。 140若熒惑之行。時有包旋。留守進退。緣於地觀。天高聽卑。司星之謬也。 141虛子曰。月中明暗。或謂水土。或爲地影。願聞其說。 142實翁曰。吾語其實。爾信吾口。不若據爾所見。開爾實見。 143夫鄙諺所謂桂兎。東昇之望形也。苟其水土也。月之中天。其形必橫。月之西落。其形必倒。今乃隨行而隨變。不橫不倒。化成各形。三停之形。終古如一。 144且觀弦月。宜見其半而全形備焉。特其蹙而狹爾。水土之說。似是而實非。盖月體如鏡。地界半面。隨明透影。東昇之影。東界之半面也。中天之影。中界之半面也。西落之影。西界之半面也。謂之地影。不亦可乎。 145虛子曰。敢問天之有兩極。何也。實翁曰。地界之人。不知地轉。故謂天有兩極。其實非天之極也。乃地之極也。 146凡物之轉動。由於虛實而身外有界耳。 147今夫天者其體至虛。其性至靜。其大無量。其塞無間。雖欲轉動。得乎。 148惟星宿衆界。各有轉動。歲次之論。所由起也。其轉動之勢。各有遲速。南北東西。遊移無定。特以距地絶遠。視差甚微。圖象隨時。稽古無憑。人自不覺爾。 149虛子曰。敢問流妖彗孛。何氣致然。實翁曰。此不一端。有凝合於空界而成者。有各界之氣相盪而成者。有融界之餘氣流走而成者。此皆所以然而致也。 150惟人地之氣。極其和而成者。慶星之類也。人地之氣。失其常而成者。彗孛之類也。 151虛子曰。太白午見。芒氣之盛也。敢問衆界之氣。時有衰旺歟。 152實翁曰。太白包日。其圍半在日外。半在日內。在外者遠於地。在內者近於地。且太白無光。受明於日。晦望如月。近於地而明滿於下者。光盛於地而日不能掩也。非體有衰旺而然也。 153虛子曰。日蝕者陰抗陽也。月蝕者陽抗陰也。至治之世。當食而不食。果有其理歟。 154實翁曰。拘於陰陽。泥於理義。不察天道。先儒之過也。夫月掩日而日爲之蝕。地掩月而月爲之蝕。經緯同度。三界參直。互掩爲蝕。其行之常也。 155且日食於地界而地食於月界。月食於地界而日食於月界。此三界之常度。不係於地界之治亂。 156雖然。日沒而爲夜。亦日之變也。以處晝之道。處夜則亂矣。日食之爲變。亦猶是也。處變修省。人事之當然也。 157虛子曰。風雲雨雪霜雹雷霆虹暈凡天道之變。可得悉聞歟。 158實翁曰。虛者天也。是以井坎之空。甁罌之空。亦天也。凡風雲之屬。皆出於虛。故謂之道。其實地氣之蒸成。不專於天也。 159嘗試言之。風者生於地角。地之轉也。不能無掀搖。山嶺之高。隧壑之深。不能無激盪。故虛氣簸漾。四出而爲風。 160激之急者其風猛。激之徐者其風緩。近於激者其勢大。遠於激者其勢微。一激之後。互相衝撞。東西南北。任其驅射。且蛟龍之騰化。雷雨之翻注。亦能煽呼。皆出於地面。是以離地數百里。未嘗有風焉。 161雲者。山川之氣騰結而成形。其色本淡。借日光以成雜采。日午多白。正受光也。其黑者。積厚而陰也。朝夕多紅紫。地氣之盪日也。 162雨者。甑露之勢也。水土之氣蒸騰于空。鬱于密雲。無所泄而凝成。氣蒸而雲不密則不成雨。雲密而氣不蒸則亦不成雨。 163雪者。冷氣之蒸也。霜者。溫冷之襍也。雹者。溫冷相薄。急雨之凍也。皆成於蒸氣。雨之類也。 164雷者。蒸氣隔鬱。相撞發火。電者其光也。雷者其聲也。火之所觸。物必靡爛。先電而後雷者。發於遠也。電雷並作者。發於近也。遠於地者。散於空界。近於地者。觸而震物。不雷而電者。百里以遠也。不電而雷者。積雲之隔也。 165鐵鎌扣石。火鈴布地。違避堅濕。必就燥絨。蓋堅濕者。火之所畏。燥絨者。火之所嗜。夫雷者。其性剛烈。其氣奮猛。違避正直。必就邪沴。蓋正直者。雷之所畏。邪沴者。雷之所嗜。 166夫人之靈覺。乃一身之火精。况雷者。天地之正火。剛烈奮猛。好生嫉惡。翣時暴霆。靈覺如神。凡人物被震。時顯奇跡。曲施機巧。是雷神之有情也。火精靈覺。實同人心。 167虹者。水氣也。朝東夕西。借日以成。日之斜射。必成半規。日午無虹。水氣不厚也。日月之暈。虹之類也。成於空故必成全規。虹暈之成規。日月之圓也。 168虛子曰。人在地上。見天未半。雖然。或日已東昇而西見月食。且日月之在地面。距人遠而圈徑必大。其在中天。距人近而圈徑反小。何也。 169實翁曰。此氣之所爲也。試將銅錢置于浴盤。退而窺之。纔見一點。及灌注淸水。全形騰露。此水之力也。玻瓈籠眼。秋毫如指。此玻瓈之力也。 170今水土之氣。蒸包地面。外嫋三光。內眩人目。映發如水。靉靆如玻瓈。騰卑爲高。幼小爲大。西洋之人。有見於此。命以淸蒙。仰測見小。淸蒙之薄也。橫望見大。淸蒙之厚也。 171夫雷聲之壯而不過百里。銃丸之猛而不及千步。此遠近之勢也。雖然。遠近之所以致然。必有其故。 172盖遊氣充塞。穿撥有限。聲馳丸走。力竭而止。人之目力。亦猶是也。夫日月眞徑。終不可測也。 173月體初朏。明飽魄外。是光燄成暈。非月本體。弦望徑圍。靡所適從。况太陽純火。燄暈倍大。眞界深淺。竟無槩量。 174且測望圜體。近則見小。遠則見大。彈丸之微。莫辨本形。况於日月乎。 175虛子曰。地體之圓。分野之妄。旣得聞命矣。敢問一日之間朝晝異候。一歲之中冬夏異候。一地之中南北異候。何也。 176實翁曰。冷者。地界之本氣也。溫者。日火之熏炙也。 177且以中國言之。北京北至之日。不及天頂十六度。日光微斜。溫候已减。從此以北至于極下。則夏候如冬候。若其冬候。土地凍坼。有氷無水。 178南海北至之日。正當天頂。夏日直射。烈炎如焚。終古無氷。從此以南至赤道南二十餘度。一歲溫候。互有消長。惟赤道南北。冬夏易其候。 179赤道南數十度。以南至爲夏。以北至爲冬。其溫冷之候。畧同中國。由此益南至極下。則夏候如冬。若其冬候。土地凍坼。有氷無水。亦如北極之下。 180由南極而南。由北極而北。其漸溫漸冷。極溫極冷幷同。此地界惟南北易其候而已。 181盖日由黃道。出入於赤道。內外各二十三度。地界之近赤道而日光直射者。其氣極溫。稍遠於赤道而日光斜射者。其氣微溫。絶遠於赤道而日光橫射者。其氣極冷。是以地之有溫。受於日也。溫有微極。日之斜直也。察乎此則朝晝之異候明矣。朝晝之異候明。則冬夏之異候明矣。冬夏之異候旣明。則南北之異候亦明矣。 182虛子曰。日南至而一陽生。日北至而一陰生。陰陽交而爲春夏。天地閉而爲秋冬。南陽而北陰。地勢之定局也。夏溫而冬冷。陰陽之交閉也。今夫子舍陰陽之定局。去交閉之眞機。率之以日火之遠近斜直。無乃不可乎。 183實翁曰。然。有是言也。雖然。陽之類有萬而皆本於火。陰之類有萬而皆本於地。古之人有見於此而有陰陽之說。 184萬物化生於春夏則謂之交。萬物收藏於秋冬則謂之閉。古人立言。各有爲也。究其本則實屬於日火之淺深。非謂天地之間別有陰陽二氣隨時生伏主張造化。如後人之說也。 185虛子曰。地界生物。統屬於日火。假令日界一朝融滅。卽此地界將無一物。 186實翁曰。氷土相結。物不生成。暗冷混沌。成一死界。虛空之中。絶遠日火。徒成死界。奚啻千萬。 187虛子曰。天者五行之氣也。地者五行之質也。天有其氣。地有其質。物之生成。自有其具。豈其專屬於日乎。 188實翁曰。虞夏言六府。水火金木土糓是也。易言八象。天地火水雷風山澤是也。洪範言五行。水火金木土是也。佛言四大。地水火風是也。 189古人隨時立言。以作萬物之總名。非謂不可加一。不可减一。天地萬物。適有此數也。 190故五行之數。原非定論。術家祖之。河洛以傅會之。易象以穿鑿之。生克飛伏。支離繚繞。張皇衆技。卒無其理。 191夫火者日也。水土者地也。若木金者。日地之所生成。不當與三者並立爲行也。 192且天者。淸虛之氣彌滿無際。其可以蕞爾地界之噓吸。擬議於至淸至虛之中乎。 193是知天者氣而已。日者火而已。地者水土而已。萬物者。氣之粕糟。火之陶鎔。地之疣贅。三者闕其一。不成造化。復何疑乎。 194虛子曰。人物之生。胎卵根子。各有其本。何待於日火乎。 195實翁曰。人物之生動。本於日火。使一朝無日。冷界凌兢。萬品融消。胎卵根子。將安所本。故曰地者萬物之母。日者萬物之父。天者萬物之祖也。 196虛子曰。古云天不滿西北。地不滿東南。天地果有不滿歟。 197實翁曰。此中國之野言也。見北極之低旋。則疑天之不滿。見江河之東注。則疑地之不滿。泥於地勢之適然。不察環面之異觀。不亦愚乎。 198虛子曰。地面之晝夜長短。彼此齊同。無有差別乎。實翁曰。豈其然乎。 199假如晝午於此。則自此以東九十度爲夕照。過此則爲昏曚。自此而西九十度爲朝暾。過此則爲晨曚。東西各一百八十度。卽此之對面而爲夜半。赤道南北各二十餘度。終年晝夜俱均。所差不過刻分。過此則晝夜之差漸多。 200極長或過十一時。極短或不及一時。至于兩極而赤道爲地平。則日在赤道上爲晝而占半年。日在赤道下爲夜。亦占半年。 201虛子曰。今夫海之爲物也。旱不渴雨不溢寒不氷。百川灌注而不變其鹹。朝汐隨時而不失其期。願聞其理。 202實翁曰。月者水精也。水遇月則感而應之。湧而成浪。月有常道。潮有常期。浪勢簸掀。自成進退。 203近於本浪者。進退俱猛。遠於本浪者進退俱微。其益遠者。浪勢不及。不成潮汐也。 204海水雖大畜而不洩。近於赤道。日火蒸炙。轉成鹹味。味鹹如鹽豉。浪湧如灘水。地且近日。冬不成氷。 205若兩極之下。地候極冷。日火煮微而潮浪不及。則亦有氷海。 206且積水巨涵。汪洋無際。江海之灌。霖雨之浸。實如一杯之水。無所增損於千頃之陂。 207且江河之源。本於重泉。重泉之源。本於海水。水隨土脉。如激如吸。橫流倒行。無遠不到。土氣滲潤。變鹹爲淡。溢爲井泉。湊成江河。此是互相輸瀉。均是海水。 208且風陽之熯曝。人物之沃飮。足以當雨雪之淋漓。則不渴不溢。其勢然也。虛子曰。古云桑海之變。亦有其理乎。 209實翁曰。余觀地界。人壽不過百年。國史未傳實蹟。地水之變。漸而不驟。人不能覺也。蚌蛤之殼。水磨之石。或在高山。海傍之山。類多沙白。此其互相進退。其蹟甚著。 210且觀中國。遼野千里。乃是九河故道。漠外沙磧。乃是黃河故道。孟子不云乎。洪水橫流。汎濫於中國。 211夫流沙淤塞。水道漸高。不能不橫決也。 212黃河橫決。正當堯時。崇伯不察時運。爲中國遠慮。欲復其故道。陻之九年。績用不成。堤防一壞。九州懷襄。禹乃嗣興。鑿龍門順其勢而導之。以救其急而卒爲中國患。觀乎此。則桑海之互變。可知也。 213虛子曰。地之有震。山之有遷。何也。 214實翁曰。地者活物也。脉絡榮衛。實同人身。特其體大持重。不如人身之跳動。是以少有變。則人必恠之。妄測其灾祥也。 215其實水火風氣周行流注。閡而成震。激而推遷。其勢然也。 216虛子曰。地之有溫泉鹽井。何也。實翁曰。太虛者。水之精也。太陽者。火之精也。地界者。水火之査滓也。地非水火。不能生活。旋轉定位。化成萬物。水火之力也。夫溫泉鹽井。水火之相盪也。 217虛子曰。然則人之死也。葬不得其地。則風火之爲灾。亦有其理歟。 218實翁曰。水火風氣。運行有脉。遇實則走。遇虛則集。葬失其道。灾必立至。翻覆焦坼。化生蟲廉。骨骸朽散。不得安厝。 219虛子曰。方其葬人。土性凈潤。水火風蟲。無所形現。及其發開舊壙。絶少安吉。何也。 220實翁曰。善哉問也。人之於父母。生則致其養。死則致其敬。遺書遺服。尊奉而謹藏之。敬之至也。况於遺骸乎。宅兆者。遺骸之藏也。敢不敬謹也。 221雖然。布帛衣衾。養生之具也。棺槨旌翣。美觀之文也。入土則腐汚穢遺骸。惟務目下之美觀。不念畢竟之汚穢。可謂孝且智乎。 222况虛必引物。地之理也。旌翣之備而槨虛。衣衾之腐而棺虛。瀝靑灰石之堅而壙虛。水火蟲風。皆由於虛。哀哉。藏父母之遺骸。內被腐穢。外引風火。肢節焦散。不保其體。於人心其能恔乎。 223夫土者。物之母也而生之本也。文繡不足以擬其美。珠玉不足以擬其凈。惟人生血肉。濕處則病。服用采色。近地則汚。是以高堂重茵。遠土以爲貴。陶穴藉處。近土以爲賤。 224人習故常。遂忘其本。及其死也。衾冒襲斂。惟恐其不厚。棺槨灰石。惟恐其不堅。深憂永圖。惟遠土是謀。 225殊不知死生異道。貴賤殊物。黃中溫潤。莫貴於土。眞美眞淨。實爲遺骸之寶藏也。 226是以不封不樹。太古之已愨也。包布裸葬。達士之弔詭也。茶毗舍利。佛氏之淨法也。堲周瓦棺。聖人之中制也。 227虛子曰。然則太上茶毗。其次裸葬。安用封樹堲瓦爲哉。 228實翁曰。葬師主義。葬親主恩。西竺之敎。割恩而立義。中國之敎。屈義而伸恩。王孫裸葬。矯俗之激也。 229生于中國。自有其義。崇其儉節其文。不忘其本。參以時義。勿循俗習。永思安厝。夫平原高崗。俱是福地。何有於風火之灾。此爲人子之所當知也。 230盖成周尙文。禮物太備。孟氏距墨。力排薄葬。重棺明器之具。無土親膚之論。不能無流弊也。 231虛子曰。宅兆有吉凶。子姓有禍福。一氣感應。亦有其理乎。 232實翁曰。重囚在獄。宛轉楚毒。至不堪也。未聞重囚之子身發惡疾。况於死者之體魄乎。 233雖然。技術之妄。實無其理。傳信之久。衆心合靈。想無成有。往往有中人之機巧。天亦隨之。鑠金銷骨。自有其理。 234夫天文之祥祲。卜筮之休咎。禱祀之格響。地術之禍福。其理一也。 235蔡季通之得罪也。悔遷人墓。夫無故改葬。宜其罪悔。惟崇信左術。實爲罪悔之本。 236况紫陽之山陵議狀。專主術說。甚矣臺史。言出儒宗。人不敢議。異說鴟張。天下若狂。訟獄繁興。人心日壞。流弊之酷。奚啻頓悟事功之比而已哉。 237虛子曰。天地之體形情狀。旣聞命矣。請卒聞人物之本。古今之變。華夷之分。 238實翁曰。夫地者虛界之活物也。土者其膚肉也。水者其精血也。兩露者其涕汗也。風火者其魂魄榮衛也。是以水土釀於內。日火熏於外。元氣湊集。滋生衆物。草木者地之毛髮也。人獸者地之蚤蝨也。 239巖洞土窟。氣聚成質。謂之氣化。男女相感。形交胎產。謂之形化。 240邃古之時。專於氣化。人物不繁。鍾禀深厚。神智淸明。動止純厖。養生不資於物。喜怒不萌於心。呼吸吐納。不飢不渴。無營無欲。遊戱于于。鳥獸魚鼈。咸遂其生。草木金石。各葆其體。天無淫沴之灾。地無崩渴之害。此人物之本。眞太和之世也。 241降自中古。地氣始衰。人物生成。轉就駁濁。男女相聚。乃生情欲。感精結胎。始有形化。自有形化。人物繁衍。地氣益泄而氣化絶矣。氣化絶則人物之生。專禀精血。滓穢漸長。淸明漸退。此天地之否運。禍亂之權輿也。 242男女形交。精血耗竭。機巧攻心。神火焦熬。內有飢渴之患。外有寒暑之苦。囓草飮水。以充飢渴。巢居穴處。以御寒暑。於是萬物各私其身而民始爭矣。 243草水之薄而濫以佃漁。鳥獸魚鼈。不得遂其生矣。巢穴之陋而侈以棟宇。草木金石。不得葆其體矣。膏粱適其口而臟腑脆矣。布帛暖其體而支節解矣。園囿臺榭陂塘之役作而地力損矣。忿怒怨詛淫穢之氣昇而天灾現矣。 244於是勇智多欲者生於其間。驅率同心。各占雄長。弱者服其勞。强者享其利。割裂疆界。睢盱兼幷。治兵格鬪。張拳肉薄。民始傷其生矣。 245巧者運技。挑發殺氣。鍊金刳木。凶器作矣。刀戈之銳。弧矢之毒。爭城爭地。伏尸原野。盖生民之禍至此而極矣。 246冀方千里。號稱中國。負山臨海。風水渾厚。日月淸照。寒暑適宜。河嶽鍾靈。篤生善良。夫伏羲神農黃帝堯舜氏作而茅茨土階。身先儉德。以制民產。欽文恭讓。躬行明德。以敷民彜。文敎洋溢。天下煕皥。此中國所謂聖人之功化至治之世也。 247因時順俗。聖人之權。制治之術也。夫太和純厖。聖人非不願也。時移俗成。禁防不行。逆而遏之。其亂滋甚。則聖人之力。實有不逮也。故曰居今之世。欲反故之道。烖及其身。 248情欲之感。旣不可禁。則婚姻之禮。夫婦定偶。禁其淫而已。宮室之居。旣不可禁。則蔀屋蓬藋。不礱不斲。禁其華而已。魚肉之食。旣不可禁。則釣而不網。厲禁山澤。禁其濫而已。布帛之服。旣不可禁。則老少異制。上下有章。禁其侈而已。 249是以禮樂制度。聖人所以架漏牽補。權制一時。而情根未拔。利源未塞。勢如防川。畢竟潰決。聖人已知之矣。 250夏后傳子而民始私其家。湯武放殺而民始犯其上。非數君之過也。至治之餘。衰亂之漸。時勢然矣。 251夏忠商質。比唐虞則已文矣。成周之制。專尙夸華。降自昭穆。君綱已替。政在列侯。徒擁虛器。寄生於上。不待幽厲之傷而天下之無周久矣。 252靈臺辟雍。遊觀美矣。九鼎天球。寶器藏矣。玉輅朱冕。服御侈矣。九嬪御妻。好色漁矣。洛色鎬京。土木繁矣。夫秦皇漢武。其有所受之矣。 253且捨微箕而立武庚。殷道不復。興周之微意。焉可諱也。及成王初立。管蔡䦧墻。三年東征。缺戕破斧。八誥妹邦。頑民梗化。周之代殷。其能無利天下之心乎。 254孔子贊舜。以德爲聖人。及武王則曰不失天下之令名。稱泰伯以至德。語武則曰未盡善也。孔子之意。大可見也。 255自周以來。王道日喪。覇術橫行。假仁者帝。兵彊者王。用智者貴。善媚者榮。君之御臣。啗以寵祿。臣之事君。餂以權謀。半面合契。隻眼防患。上下掎角。共成其私。嗟呼咄哉。天下穰穰。懷利以相接。 256儉用蠲租。非以爲民也。尊賢使能。非以爲國也。討叛伐罪。非以禁暴也。厚往薄來。不寶遠物。非以柔遠也。惟守成保位。沒身尊榮。二世三世傳之無窮。此所謂賢主之能事。忠臣之嘉猷也。 257或曰。木石之灾。肇於有巢。鳥獸之禍。創於包羲。飢饉之憂。由於燧人。巧僞之智。華靡之習。本於蒼頡。縫掖之偉容。不如左袵之便易。揖讓之虛禮。不如膜拜之眞率。文章之空言。不如騎射之實用。暖衣火食。體骨脆軟。不如毳幕潼酪。筋脉勁悍。此或是過甚之論。而中國之不振則所由來者漸矣。混沌鑿而大樸散。文治勝而武力衰。處士橫議。周道日蹙。秦皇焚書。漢業少康。石渠分爭。新莽簒位。鄭馬演經。三國分裂。晉氏淸談。神州陸沈。 258六朝附庸於江左。五胡跳盪於宛洛。拓跋正位於北朝。西凉一統於唐祚。遼金迭主。合於松漠。朱氏失統。天下薙髮。夫南風之不競。胡運之日長。乃人事之感召。天時之必然也。 259虛子曰。孔子作春秋。內中國而外四夷。夫華夷之分。如是其嚴。今夫子歸之於人事之感召。天時之必然。無乃不可乎。 260實翁曰。天之所生。地之所養。凡有血氣。均是人也。出類拔華。制治一方。均是君王也。重門深濠。謹守封疆。均是邦國也。章甫委貌。文身雕題。均是習俗也。自天視之。豈有內外之分哉。 261是以各親其人。各尊其君。各守其國。各安其俗。華夷一也。 262夫天地變而人物繁。人物繁而物我形。物我形而內外分。 263臟腑之於肢節。一身之內外也。四體之於妻子。一室之內外也。兄弟之於宗黨。一門之內外也。鄰里之於四境。一國之內外也。同軌之於化外。天地之內外也。夫非其有而取之謂之盜。非其罪而殺之謂之賊。四夷侵疆。中國謂之寇。中國瀆武。四夷謂之賊。相寇相賊。其義一也。 264孔子周人也。王室日卑。諸侯衰弱。吳楚滑夏。寇賊無厭。春秋者周書也。內外之嚴。不亦宜乎。 265雖然。使孔子浮于海。居九夷。用夏變夷。興周道於域外。則內外之分。尊攘之義。自當有域外春秋。此孔子之所以爲聖人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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