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KBS 지구촌 뉴스에서 필리핀 슬럼가에 플라스틱병으로 빛을 넣어주는 아이디어를 방송했다. 해외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낮에도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손전등으로 실내를 비추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들에게 빛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해주지 못했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빛이 필요한 곳에 빛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어찌나 반갑던지. 전기도 없고, 전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사치인 이들에게 이 플라스틱병 전구는 꽤 고마운 아이디어다.
흔히 구할 수 있는 1.5 또는 2리터 플라스틱 병에 물과 티스푼 3스푼 정도의 표백제를 넣는다. 지붕에 작은 구멍을 뚫고, 페트병 상단 3분의 1정도를 외부로 낸 상태로 꽂으면 햇빛을 산란시켜서 집안 전체를 마치 형광등을 켠 것처럼 밝혀준다. 55~60와트 백열등에 해당하는 밝기의 빛을 1년에 10개월 가까이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지붕이 없는 경우에는 태양광이 닿는 벽에 설치할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는 Illac Diaz 라는 생태 운동가에 의해 진행이 되었다(이 기술의 최초 아이디어는 MIT의 학생에 의해서 제시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제작된 물병전구(?)는 약5년 정도 지속되는데, 첨가된 표백제가 물의 혼탁과 조류의 발생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밤에는 동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낮 동안 사용되는 이 물병전구에 의해 저소득층의 전기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쓰레기도 줄이고, 저렴한 비용에 간단한 설치방법.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경종을 울리는 물병전구… 버려지는 페트병에 자연에너지의 가치를 붙여 다시 사용하도록 만든 이 친환경 물병전구는 첨단의 하이테크 기술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생활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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