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백편의자현/詩로빚어낸마음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삶은 어디에 있는가? … T.S. 엘리엇 『바위』

 

 

 

 

 

 

The Eagle soars in the summit of Heaven,

The Hunter with his dogs pursues his circuit.

О perpetual revolution of configured stars,

О perpetual recurrence of determined seasons,

О world of spring and autumn, birth and dying!

The endless cycle of idea and action,

Endless invention, endless experiment,

Brings knowledge of motion, but not of stillness;

Knowledge of speech, but not of silence;

Knowledge of words, and ignorance of the Word.

All our knowledge brings us nearer to our ignorance,

All our ignorance brings us nearer to death,

But nearness to death no nearer to GOD.

Where is the Life we have lost in living?

Where is the wisdom we have lost in knowledge?

Where is the knowledge we have lost in information?

The cycles of Heaven in twenty centuries

Bring us farther from GOD and nearer to the Dust.

 

 

 

 

 

 

천상 꼭대기에서 독수리가 비상하면

사냥꾼은 개와 함께 그 선회를 추적해가네.

오, 배열된 별들의 영원한 운행이여!

오, 정해진 계절의 영원환 순환이여!

오, 봄과 가을, 탄생과 죽음의 세계여!

아이디어와 행동의 끝없는 사이클,

끝없는 발명과, 끝없는 실험이,

움직임에 대한 지식은 주지만, 정지에 대한 지식은 주지 않고

발언에 대한 지식은 주지만, 침묵에 대한 지식은 주지 않으며

말에 대한 지식은 주어도, 말씀에 대해서는 무지하게 만드는구나!

우리의 모든 지식은 우리를 무지하게 만들고,

우리의 모든 무지는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가지만,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것은 아니구나!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삶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잃어버린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20세기 천상의 사이클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하고, 티끌과 더욱 가깝게 하는구나!

 

- T.S. Eliot, 『Choruses from 'The Rock'』(1934, 바위) 중에서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정말로 얻고자 했던 것은 '정보, 지식,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인터넷을 하고 TV를 보고 여러 잡지를 보면서 정보를 얻지만 정신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지식을 잃게 되고 조리와 맥락을 놓쳐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진다.

 

지혜란 인생에 대해 '총체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이해'를 이루는 것이다. '총체적'이란 말은 자아에 대한 인식과 나와 타인의 상호관계 방식,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우주와 인간의 관계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근본적'이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사회의 각 영역에 전문가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 자신은 오히려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는' 사람이 많다. 아는 지식의 범위는 매우 한정되어 있는데다 전문가가 될수록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는다.

 

정보화 시대의 미혹과 지식의 한계...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