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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의자현/多모아書보기

무엇이 그들을 죽음의 충동으로 내몰았을까?

《특수사건 전담반 TEN》 제3회 ‘미모사’ 편을 시청하면서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하루 평균 40명꼴인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자살로 사망할 확률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죽을 확률보다 높다. 무엇이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일까?

《TEN》 3회는 ‘개코’라는 별명을 가진 백도식의 후배가 누군가에게 일곱 번이나 찔린 채 잔혹하게 살해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코는 잇달아 발생한 자살사건에서 타살의 의혹을 제기하고 추적하는 중에 살해되었다. 개코의 집에서 발견된 화분에 "Noli me tangere(놀리 메 탄게레, Don't touch me)"라는 라틴어 문구가 발견되고,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가 진행된다. 자살과 자살사이트, 자살을 돕는 이의 스토리.

 

백도식이 Mr. Mojo라는 별명의 범인에게 “넌 왜 이렇게 사냐?”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난 그냥 사람 죽는 거 보는 거 보는 게 재미있는 놈이야. 세상에 죽고 싶어 하는 놈 널렸고…, 난 사람 죽이는 게 재미있고…, 죽을 용기 없는 애들한테 용기를 불어넣어주니 왠지 좋은 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저

이 이야기는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작품과 닮아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살 안내자’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압축할 줄 모르는 자들은 뻔뻔하다”라고 하면서 무료하고 지루한 인생을 죽음으로 마무리할 이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이 실패하지 않고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렇게 죽는 이들은 죽음 앞에서 단 한 번의 후회나 공포도 없이 죽음을 받아들인다. 절망하지도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죽음을 인간이 자기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믿기에 추하게 죽으려 하지 않고 아름답게 죽으려 한다. 드라마에서의 Mr. Mojo나 자살을 원했던 극중의 사람들은 이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의 충동으로 내모는 것일까?

기발한 자살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저

드라마의 긴장도와 백도식의 추리과정이 흥미로웠던 이번 회는 재미있었지만, 그 내용은 무겁게만 다가온다. 이 무거운 마음을 좀 내려놓기 위해 자살을 죽음으로 마치지 않고, 죽을 장소를 찾기 위해 자살 여행을 떠나며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았던 아르토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여행』을 다시 찾아본다.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주인공은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가진 이들을 찾기 위해 신문에 자살단 모집 공고를 낸다. 자살을 꿈꾸는 612명의 답신을 받고, 그 중 30여 명을 추려 ‘자살단’은 죽을 적당한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자살을 향한 이 여행은 어느새 삶에서 잃어버린 행복과 자유를 되찾기 위한 방랑으로 변하게 되고, ‘자살단’의 멤버들은 삶을 향해서 ‘죽음을 위한 모임’을 해산한다. 그 죽음 앞에 찾은 삶의 의미를 다시 느껴보기 위해 책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