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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넓어져라상식

위대한 예술 작품과 마주할 때의 충격, 스탕달 증후군

"심장이 마구 뛰어 생명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걷는 동안 그대로 쓰러질 듯한 느낌이다"

19C를 풍미한 프랑스의 문호 스탕달(Stendhal | Marie Henri Beyle, 1783~1842)은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탈리아 미술에 빠져들었다. 위의 말은 1817년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Santa Croce) 성당에 있는 미술품을 보고 난 뒤 그가 남긴 메모의 일부이다. 스탕달은 이때의 시각적인 감흥과 여운으로 인한 충격이 몇 주동안 지속되어 1개월이 넘게 치료를 받고서야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마게리니(Graziella Magherini) 박사는 이 일에 주목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198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정신 병리학 협회에서 '뛰어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강렬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사람'을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이란 이름으로 발표한다.

15C 르네상스의 중심지 였던 피렌체는 전 세계 미술품의 1/5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이 미술품들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마게리니 박사는 피렌체를 찾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 가운데 미술 작품을 감상한 뒤 정신적·신체적 충격으로 치료를 받는 107건의 임상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스탕달 증후군'은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곤란, 의식 혼란, 현기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환각을 일으키는 증후군이다. 사람에 따라 그 정도의 다른데, 몇 시간, 길게는 몇 개월 가량 계속된다고 한다. 심한 경우 자아 상실감이나 정서적 혼란, 의기소침, 피해 망상 등의 증상을 동반해 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안정제를 투여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대화요법으로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도 회복된다고 한다.

피렌체의 한 박물관에 따르면 실제로 한 달에 한 명 정도는 작품을 감상하다 급격한 정신적 혼란을 느껴 병원에 실려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