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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넓어져라상식

자신을 가둔 인질범에게 감화되다, 스톡홀름 증후군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은행에 무장 강도가 침입했다. 경찰이 출동하여 강도들과 대치하다가, 강도들은 손님 중 4명을 인질로 잡아 도주한다. 6일이 지난 후 강도들은 잡혔는데, 이 과정 중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인질들이 강도의 편을 들며 자신들을 구출하려는 경찰에 대항한 것이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인질들은 범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했고, 한 여성인질은 강도 중 한 명에게 사랑을 느껴 약혼자와 파혼을 했다.

이 사건 이후 인질이나 강도 등을 당해 범인과 장시간 함께 할 때, 범인에게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껴 그를 헤치려는 상대를 적대시하는 현상을 일컬어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라고 한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흔히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는 ‘인간이 자신의 마음속에 양립 불가능한 생각이 대립할 때, 자신의 믿음(태도)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절하려 한다.’는 심리의 메커니즘을 ‘인지 부조화 이론(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으로 설명했다. 개인의 생각이나 태도가 객관적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다가, 결국 자기 합리화를 통해 갈등을 극복한다는 것이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의 뜻과 비슷한 자기합리화 방법. :D


인질들은 범인들의 범죄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인질은 범인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애를 쓰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현실과 생각의 괴리로 이 두 가지는 충돌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간의 갈등과 부조화를 불쾌하게 여기고 감소시키려 한다. 이에 스스로 자신을 적응시키며 어느 한 쪽으로 생각을 몰아가는데 결국 인질범에게 의지하게 된다.

범인들에게도 이런 심리상태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범인들은 그들의 인질을 동정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 자신이 겪을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다. 인질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할 수 없고, 만약 인질을 해치게 되면 체포되었을 때 자신이 살아남기가 어려움을 알고 있으니까.


이와 반대로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을 ‘리마 증후군(Lima Syndrome)’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