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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속으로콜콜Call/옛노래 선율

[악장가사] 밝은 달빛 아래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다 … 「감군은」

어느 왕조나 공식행사에 사용하던 음악이 있게 마련인데, 그때 불린 노래 가사가 ‘악장(樂章)’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악장은 대체로 조선 시대 궁중에서 불렀으며,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그 주체 세력들의 위업을 예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조선 건국이 천명(天命)이었음을 들어 창업주들의 공적을 찬양하고, 임금의 만수무강과 자손의 번창을 축원하며, 후대 임금을 권계(勸戒)하는 내용이다.

수많은 병사들이 동원되어 궁궐을 수비하고, 갖가지 색깔의 옷을 입은 신하들이 벼슬의 높고 낮음에 따라 정해진 자리에 선다. 곧 국왕을 나타내는 깃발과 부채 등을 배경으로 임금이 등장하면 향로에서 향이 피어오르고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때 신하들은 임금을 향해 네 번 절하며, 임금의 만수무강과 번창을 축원한다. 이런 예식 때 불린 송축가(頌祝歌) 중 하나가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실려 전하는 「감군은(感君恩)」이다.

「감군은」은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는 노래’라는 뜻의 제목처럼, 각 절에 공통적으로 붙은 후렴은 임금의 ‘향복무강(享福無彊)’과 ‘만세(萬歲)’를 비는 축원으로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의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는 표현은 조선 전기의 이름난 재상인 맹사성의 연시조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중종 때의 문신 이현보의 시조 ‘공명이 그지 있을까~’, 명종 때의 문신 송순의 가사 「면앙정가(俛仰亭歌)」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임금의 뛰어난 치적으로 인해 태평성대를 이룩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 작품은 궁중 의식에서 불렸기에, 조정 대신들에게 임금의 절대적인 위치를 되새기기 위한 뜻도 있었을 것이다. 조정 대신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 내용을 음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감군은」에서 화자는 깊은 바다라 할지라도 그 깊이를 자로 잴 수 있으나 임금의 은덕은 어떤 줄로도 잴 수 없으며,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태산도 하늘의 해 아래에 있으나 군주의 은덕은 그 높이를 하늘에 견줄 수 있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임금의 은덕을 이번 생에서는 다 갚을 수 없다고 표현하면서, ‘일편단심(一片丹心)’이라는 말로 자신의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四海) 바닷 기픠 닫줄로 자히리어니와
님의 덕(德澤) 기픠 어 줄로 자히리잇고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일간명월(一竿明月)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사해 바다의 깊이는 닻줄로 잴 수 있겠지만
임이 베풀어 주신 은혜의 깊이는 어떤 줄로 잴 수 있겠습니까?
끝없이 많은 복과 영원한 삶을 누리소서.
밝은 달빛 아래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 또한 임금의 은혜이십니다.

► 자히리어니와 : 재려니와. ‘자히다’는 ‘재다, 측량하다’의 뜻임.
► 향복무강(享福無彊) : 끝없이 많은 복을 누림.
► 일간명월(一竿明月) : 한 가닥 낚싯대 위의 달.

태산(泰山)이 높다컨마 하해 몬 밋거니와
님의 높샨 은(恩)과 덕(德)과 하티 노샷다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일간명월(一竿明月)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태산이 높다고 하건마는 하늘의 해에 미치지 못하듯이
임의 높으신 은덕은 하늘같이 높으시도다.
끝없이 많은 복과 영원한 삶을 누리소서.
밝은 달빛 아래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 또한 임금의 은혜이십니다.

► 높다컨마 : 높다고 하건마는.
► 밋거니와 : 미치거니와.

(四海) 넙다 바다 쥬즙(舟楫)이면 건너리어니와
님의 너브샨 은(恩澤)을 (此生)애 갑소오릿가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일간명월(一竿明月)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사해 넓은 바다는 배로 건널 수 있겠지만
임의 넓으신 은혜는 이승에서 갚을 수 있겠습니까?
끝없이 많은 복과 영원한 삶을 누리소서.
밝은 달빛 아래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 또한 임금의 은혜이십니다.

► 쥬즙(舟楫) : 배와 노. 배를 의미함.
► (此生) : 이승. 이 세상.

일편단심(一片丹心)을 하하 아쇼셔
골미분(白骨麋粉)인 단심(丹心)이 가리잇가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향복무강(享福無彊)샤 만셰(萬歲) 누리쇼셔
일간명월(一竿明月)이 역군은(亦君恩)이샷다

한 조각의 붉은 마음뿐임을 하늘이시여 알아주소서.
뼈가 가루가 된다고 한들 붉은 마음이야 변하겠습니까?
끝없이 많은 복과 영원한 삶을 누리소서.
밝은 달빛 아래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 또한 임금의 은혜이십니다.

► 一片丹心(일편단심) :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① 한결같은 참된 정성(精誠), 변(變)치 않는 참된 마음. ② 오로지 한 곳으로 향한 마음 ③ 결코 변하지 않을 충성되고 참된 마음.
► 골미분(白骨麋粉) : 백골이 가루가 됨.
► 가리잇가 : 변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