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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속으로콜콜Call/옛노래 선율

[악장가사] 내 손목을 쥐더이다 … 「쌍화점」

KBS에서 하는 《불후의 명곡》은 내가 시청하는 몇 안 되는 TV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아버지 세대의 음악을 우리 세대의 가수들의 목소리로 다시 들으며,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해 주기에 특별히 일이 있지 않는 한 챙겨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꽤 자주 ‘금지곡’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과거 ‘어떤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황당하여 웃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명분을 세워가며 ‘금지곡’을 지정했듯, 조선시대에도 금지곡이 있었다. ‘성리학의 도’라는 명분하에 세상에서 사라져야 했던 수많은 노래 중 살아남은 노래가 「만전춘」, 「쌍화점」, 「이상곡」 등이다. 「쌍화점(雙花店)」은 고려속요 가운데서도 그 노골적인 표현으로 말미암아 조선조 양반계층에 의해 사리부재(詞俚不載, 노랫말이 저속한 것은 문헌에 실지 않는다)로 거론됐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오늘은 남녀 간의 자유로운 애정행각을 보여주는 「쌍화점」을 읽어본다.

「쌍화점」은 모두 4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소와 등장인물만 바뀔 뿐 동일한 구조가 반복된다.

이 노래의 제목이자 1연의 배경이 되는 ‘쌍화점’은 바로 만두가게를 가리킨다. 노래는 한 여인이 만두를 사러 갔더니, 만둣집 주인이 자기 손을 잡더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되며, 중간에 악기의 구음(口音)이라 생각되는 후렴구들이 삽입되어 있다.

솽화뎜(雙花店)에 솽화(雙花) 사라 가고신
휘휘(回回) 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미 이 뎜(店)밧긔 나명들명
다로러거디러 죠고맛감 삿기 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잔 티 거츠니 업다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
회회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소문이 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가 퍼트린)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소문을 들은 다른 여인이)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울창한, 지저분한) 곳 없다.

► 쌍화(雙花) : 쌍화는 霜花, 饅頭. 지금도 평안도에서는 호떡 모양의 ‘쌍화떡’이 있다고 한다. ‘상화(霜花)’는 음역으로서 호떡, 즉 만두의 뜻이다. 최철은 만두는 새끼광대와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으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전체의 대응관계(雙花店 …… 雙花…… 回回아비…… 삿기광대)를 고려해 회회(回回)아비를 삿기 광대에 대응하는 어른(큰)광대로, 쌍화는 광대들이 파는 물건, 따라서 쌍화점은 광대들의 연희와 관계되는 도구를 파는 상점으로 상정하고 있다.
► 回回아비 -당시 송도(松都)에 와 살던 色目人 노옹(김태준), 북방인(김완진), 터키계 중국 서역인(박병채), 몽고의 점령군(정병욱). 회회라는 아이의 아버지(이병기)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회회 아비’는 서역 출신의 몽골인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만두 가게의 주인이라 볼 수 있다. 여성인 화자는 만두를 사러 만두집에 갔다가 회회 아비에게 손목을 잡혔다. 손목을 잡는다는 것은 성적 행위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다. 남녀의 사랑은 결국 성행위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그 단계의 시작에 손목을 잡는 것이 있다. 이미 상대에게 익숙해진 연인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보라.

회회 아비에게 손목을 잡히고 난 후, 여자는 만약 그 소문이 다른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그 모습을 지켜본 ‘새끼 광대’가 퍼뜨린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후렴구 다음에 다른 여성 화자가 등장하여, 그 말을 듣고 ‘나도 자러 가리라’고 하였다. 이 표현으로 미루어 2행의 내용은 회회 아비가 단순히 손목만을 쥔 것이 아니라, 그가 화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행은 손목을 잡혔던 처음 화자의 말인데, 자신이 겪은 바에 따르면 그 잠자리처럼 지저분한 곳이 없다고 답변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마지막 행은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너만은 가지 말라’는 충고의 말일 수도 있고, 자신과 정을 통한 남성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시샘의 심리가 깔려 있는 말일 수도 있다. 또는 그 곳에 가든지 가지 않든지 그것은 네가 알아서 할 바이지만 그 곳처럼 음란한 곳이 없더라’고 타이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거츠니’의 의미를 ‘울창하다’, ‘무성하다’로 해석한다면 ‘그 잔데 같이 무성한데가 없다’를 ‘그 잔데 같이 무성하며 아늑하고 둘러싸이는 기분을 느끼는 곳이 없다’로 미루어 긍정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의미가 어떻든 성적(性的)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2연에서는 절인 ‘삼장사의 사주’와 ‘새끼 상좌’가
3연에서는 ‘우물용’과 ‘두레박’
4연에서는 ‘술집 아비’와 ‘바가지’로 그 대상만 바뀔 뿐 동일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삼장(三藏寺)애 블 혀라 가고신
그 뎔 샤쥬(社主)ㅣ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미 이 뎔밧긔 나명들명
다로러거디러 죠고맛간 삿기 샹좌(上座)ㅣ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잔 티 거츠니 업다

삼장사에 불을 켜러(불공을 드리려고) 갔더니
그 절 사주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절 밖에 나며 들며 하면(소문이 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상좌 네(가 퍼트린)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소문을 들은 다른 여인이)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울창한, 거칠고 지저분한) 곳 없다.

► 사주(社主) : 절의 온갖 일을 맡아 이끌어 가는 사람
► 상좌(上座) :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한 사람

드레 우므레 므를 길라 가고신
우믓 룡(龍)이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미 이 우믈밧 나명들명
다로러거디러 죠고맛간 드레바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잔 티 거츠니 업다

두레 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
우물 용이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우물 밖에 나며 들며 하면(소문이 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두레박아 네(가 퍼트린)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소문을 들은 다른 여인이)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울창한, 거칠고 지저분한) 곳 없다.

술 지븨 수를 사라 가고신
그 짓 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미 이 집밧 나명들명
다로러거디러 죠고맛간 싀구비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잔 티 거츠니 업다

술 파는 집에 술을 사러 갔더니
그 집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집 밖에 나며 들며 하면(소문이 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시궁 바가지야 네(가 퍼트린)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소문을 들은 다른 여인이)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울창한, 거칠고 지저분한) 곳 없다.

「쌍화점」은 성적(性的)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그 당시의 퇴폐적이고 문란한 성윤리를 노골적으로 그린 노래이다. 조선 유학자들에 의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배격의 대상이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이 작품을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심과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진솔한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