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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남쪽에 있는 지옥에 가다 … 김시습「남염부주지」(전문)

현대어역

성화(成化)명나라 현종의 연호. 1465∼1487년 초년조선 세조 11년에 경주에 박생(朴生)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유학에 뜻을 두고 언제나 자신을 격려하였다. 일찍부터 태학관(太學館)성균관에서 공부하였지만, 한 번도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불쾌한 감정을 품고 지냈다.

그는 뜻과 기상이 고매하여 세력을 보고도 굽히지 않았으므로, 남들은 그를 거만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남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할 때에는 온순하고 순박하였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찬하였다.

박생은 일찍부터 부도(浮圖)불교, 무격, 귀신 등의 이야기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그러다가『중용』과『주역』을 읽은 뒤부터는 자기의 생각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고 더 이상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성품이 순박하고도 온후하였으므로 스님들과도 잘 사귀었는데, 한유와 태전의 사이나 유종원과 손상인의 사이한유(韓愈)와 유종원(柳宗元)은 모두 당나라 때 이름난 문장가로, 각각 스님인 태전(太顚)이나 손상인(巽上人)과 가깝게 사귀었다처럼 가까운 이들도 두세 사람 있었다.

스님들도 또한 그를 문사(文士)문학하는 선비로서 사귀었다. 혜원이 종병과 뇌차종과 사귀고혜원(慧遠)은 진나라 때 이름난 스님으로 당시 이름난 선비인 종병(宗炳), 뇌차종(雷次宗)과 가깝게 사귀었다, 지둔이 왕탄지와 사안과 사귀었던 것지둔(支遁)은 진나라 때 이름난 스님이고 왕탄지(王坦支)와 사안(謝安)도 당시에 이름난 인물들인데, 이 세상이 가깝게 사귀었다처럼 막역한 벗이 많았다.

어느 날 박생이 한 스님에게 천당과 지옥의 설에 대하여 묻다가, 다시 의심이 생겨서 말하였다.

“하늘과 땅에는 하나의 음(陰)과 양(陽)이 있을 뿐인데, 어찌 이 하늘과 땅 밖에 또 다른 하늘과 땅이 있겠습니까? 그것은 반드시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그가 이렇게 스님에게 물었더니, 스님도 또한 명확하게 대답하지는 못하였다. ‘죄와 복은 지은 데 따라서 응보가 있다.’는 설로써 대답할 뿐이었다. 박생은 여전히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박생은 일찍이「일리론(一理論)」이란 글을 지어서 자신을 깨우쳤는데, 이는 이단불교를 이름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대략은 이렇다.

내가 일찍이 옛 사람의 말을 들으니, ‘천하의 이치는 한 가지가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한 가지’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아니다’는 뜻이다. ‘이치[理]’란 무엇인가? ‘천성[性]’을 말한다. ‘천성’이란 무엇인가?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하늘이 음양(陰陽)우주 만물을 이루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기운. 달과 해, 여자와 남자 등은 모두 음과 양으로 구분된다과 오행(五行)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으로써 만물을 만들 때에 기(氣)로써 형체를 이루었는데, 이(理)도 또한 타고나게 되었다. 이치라고 하는 것은 일용 사물에 있어서 각각 조리를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사랑을 다하여야 하고, 왕과 신하사이에는 의리를 다하여야 하며,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사이에도 각기 당연히 행하여야 할 길이 있음을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도(道)’이다. 우리 마음속에 이 이치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 이치를 따르면 어디를 가더라도 불안하지 않지만, 이 이치를 거슬러서 천성을 어긴다면 재앙이 미치게 될 것이다. ‘궁리진성(窮理盡性)하늘의 이치를 깊이 연구하고 사람의 본성을 다하게 하다’은 이 이치를 연구하는 일이고, ‘격물치지(格物致知)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지식을 완전하게 하다’도 이 이치에 이르는 일이다.

사람은 날 때부터 모두 이 마음을 가졌으며, 또한 이 천성을 갖추었다. 천하의 사물에도 또한 이 이치가 모두 있다. 허령(虛靈)공허하고 신령함한 마음으로써 천성의 자연을 따라 만물에 나아가 이치를 연구하고, 일마다 근원을 추구하여 그 극치에 이르게 된다면, 천하의 이치가 모두 나타나 분명해질 것이며, 이치의 지극함이 마음속에 모두 들어찰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추구하여 본다면 천하와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여기에 포괄되고 해당될 것이니, 천지 사이에 참여하더라도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또 귀신에게 질문하더라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며, 오랜 세월을 지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유학자가 할 일은 오직 이에서 그칠 뿐이다. 천하에 어찌 두 가지의 이치가 있겠는가? 저 이단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하루는 박생이 자기 거실에서 등불을 돋우고 『주역』을 읽다가 베개를 괴고 언뜻 잠이 들었는데, 홀연히 한 나라에 이르고 보니 바로 바다 속의 한 섬이었다.

그 땅에는 본래 풀이나 나무가 없었고, 모래나 자갈도 없었다. 발에 밟히는 것이라고는 모두 구리가 아니면 쇠였다. 낮에는 사나운 불길이 하늘까지 뻗쳐 땅덩이가 녹아내리는 듯하였고, 밤에는 싸늘한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와 사람의 살과 뼈를 에는 듯하니, 타파(吒波)꾸짖을 타, 물결 파를 견딜 수가 없었다.

바닷가에는 쇠 벼랑이 성처럼 둘러싸여 있었는데, 굳게 잠긴 성문 하나가 덩그렇게 서 있었다. 수문장은 물어뜯을 것 같은 영악한 자세로 창과 쇠몽둥이를 쥐고 외물(外物)바깥에서 오는 것을 막고 서 있었다.

그 가운데 거주하는 백성들은 쇠로 지은 집에 살고 있었는데, 낮에는 (피부가) 불에 데어서 문드러질 듯 뜨겁고 밤에는 얼어 터질 듯 추웠다. 오직 아침과 저녁에만 사람들이 꿈틀거리며 웃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별로 괴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박생이 깜짝 놀라서 머뭇거리자, 수문장이 그를 불렀다. 박생은 당황하였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공손하게 다가갔다. 수문장이 창을 세우고 박생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박생이 두려워 떨면서 대답하였다.

“저는 아무 나라에 사는 아무개인데,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선비입니다. 감히 영관(靈官)영혼세계의 관리을 모독하였으니 죄를 받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박생이 엎드려 두세 번 절하며 당돌하게 찾아온 것을 사죄하자, 수문장이 말하였다.

“‘선비는 위협을 당하여도 굽히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대는 어찌 이처럼 지나치게 굽히시오? 우리들이 이치를 잘 아는 군자를 만나려 한 지가 오래 되었소. 우리 왕께서 그대와 같은 군자를 한번 만나서 동방 사람들에게 한 말씀을 전하려 하신다오. 잠깐만 앉아 계시면, 내가 곧 우리 왕께 아뢰겠소.”

말을 마치자 수문장은 빠른 걸음으로 성안에 들어갔다. 얼마 뒤에 그가 나와서 말하였다.

“왕께서 그대를 편전(便殿)왕이 평상시에 생활하며 사는 궁전에서 만나시겠다니, 아무쪼록 정직한 말로 대답하시오. 위엄이 두렵다고 숨기면 안 되오. 우리나라 백성들이 대도(大道)의 요지를 알게 하여 주시오."

(말이 끝나자) 검은 옷과 흰옷을 입은 두 동자가 손에 문서를 가지고 나왔다. 하나는 검은 문서에 푸른 글자로 썼고, 다른 하나는 흰 문서에 붉은 글자로 쓴 것이었다. 동자가 그 문서를 박생의 좌우에서 펴 보기에 들여다보았더니, 박생의 이름이 붉은 글자로 씌어져 있었다.

“현재 아무 나라 박아무개는 이승에서 지은 죄가 없으므로, 이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없다.”

박생이 (이 글을 보고 동자에게) 물었다.

“나에게 이 문서를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이오?”

동자가 말하였다.

“검은 종이의 것은 악인의 명부이고, 흰 종이의 것은 선인의 명부입니다. 선인의 명부에 실린 사람은 왕께서 선비를 대하듯 예를 갖추어 맞이하십니다. 악인의 명부에 실린 사람도 처벌하지는 않지만, 노예로 대우하십니다. 왕께서 만약 선비를 보시면 예를 극진히 하실 것입니다.”

동자가 말을 마치더니, 그 명부를 가지고 들어갔다.

얼마 뒤에 바람을 타고 수레가 달려왔는데, 그 위에는 연좌(蓮座)불상이나 보살상 등을 모셔 두는 연꽃 모양의 자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예쁜 동자와 동녀가 불자(拂子)삼이나 짐승 털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매달아 만든 일종의 총채. 먼지를 털거나 벌레를 쫓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선(禪)에서는 마치 먼지를 털듯, 상념을 털어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를 잡고 일산(日傘)왕이 행차할 때 받치던 의장 양산을 들었으며, 무사와 나졸들이 창을 휘두르며 ‘물렀거라’고 외쳤다.

박생이 머리를 들고 멀리 바라보니 그 앞에 세 겹으로 된 철성(鐵城)이 있고, 높다란 궁궐이 금으로 된 산 아래 있었는데, 뜨거운 불꽃이 하늘까지 닿도록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더니, 불꽃 속에서 녹아내린 구리와 쇠를 마치 진흙이라도 밟듯이 밟으면서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박생의 앞에 뻗은 길은 수십 걸음쯤 되어 보였는데, 숫돌같이 평탄하였으며 흘러내리는 쇳물이나 뜨거운 불도 없었다. 아마도 신통한 힘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왕성(王城)에 이르니 사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연못가에 있는 누각 모습이 하나같이 인간 세상의 것과 같았다. 아름다운 두 여인이 마중 나와서 절하더니, 모시고 들어갔다.

왕은 머리에 통천관(通天冠)왕이 나라 행정을 볼 때 쓰는 관을 쓰고 허리에는 문옥대(文玉帶)아름다운 광채가 나는 옥띠를 띠였으며, 손에는 규(珪)옥으로 만든 홀로, 나라에 큰일이 있을 대 왕이 손에 들고 나와 뒷날 증거로 삼았다를 잡고 뜰아래까지 내려와서 맞이하였다. 박생이 땅에 엎드려 쳐다보지도 못하자, 왕이 말하였다.

“서로 사는 곳이 달라서 내가 그대를 통제할 권리도 없을 뿐 아니라, 이치에 통달한 선비를 어찌 위세로 굽히게 할 수가 있겠소?”

왕이 박생의 소매를 잡고 (궁궐) 전각 위로 올라와 특별히 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옥난간에 놓인 황금으로 만든 자리였다. 자리를 잡자, 왕이 시자(侍者)시중드는 자를 불러 차를 올리게 하였다. 박생이 곁눈질하여 보았더니, 차는 구리를 녹인 물이었고 과일은 쇠로 만든 알맹이였다.

박생이 놀랍고도 두려웠지만 피할 수가 없었으므로, 그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만 있었다. 시자가 다과를 앞에 올려놓자, 향기로운 차와 맛있는 과일의 아름다운 향내가 온 전각에 퍼졌다. 차를 다 마시자 왕이 박생에게 말하였다.

“선비께선 이 땅이 어디인지 모르시겠지요. 속세에서 염부주(炎浮洲)불교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앙에 있다는 산이 수미산이고, 그 산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바다 중 남쪽의 바다를 염부주라고 한다. 남쪽에 세게 타오르는 불이 항상 공중에 떠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염라대왕이 있는 지옥에 해당한다라고 하는 곳입니다. 왕궁의 북쪽 산이 바로 옥초산(沃焦山)큰 바다 속에 있다는 상상의 산. 바닷물이 늘지 않는 것은 이 산이 바닷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옥초는 바다 밑에 있는 물을 흡수하는 돌의 이름인데, 그 아래 잇는 무간지옥의 불기운 때문에 늘 뜨겁게 타고 있다고 한다 입니다. 이 섬은 하늘과 땅의 남쪽에 있으므로, 남염부주라고 부릅니다. ‘염부(炎浮)’라는 말은 불꽃이 활활 타서 언제나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불린 이름이지요.

내 이름은 염마(燄魔)염라대왕. 저승에서,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이 지은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는 왕입니다. 불꽃이 내 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내가 이 땅의 왕이 된 지가 벌써 만여 년이나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영통해져, 마음 가는 대로 하여도 신통하지 않음이 없고, 하고 싶은 대로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적이 없었습니다.

창힐(蒼頡)중국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黃帝) 때의 신하로, 새와 짐승의 발자국을 본떠 처음으로 문자를 만들었다고 한다이 글자를 만들 때에는 우리 백성을 보내어 울어주었고, 석가가 부처가 될 때에는 우리 무리를 보내어 지켜 주었소. 그러나 삼황(三皇)중국 전설에 나오는 세 왕. 태호 복희씨, 염제 신농씨, 황제 유웅씨⋅오제(五帝)중국 전설에 나오는 다섯 왕. 소호, 전욱, 제곡, 요왕, 순왕와 주공(周公)⋅공자(孔子)는 자기의 도를 지켰으므로, 나는 그 사이에 바로 설 수가 없었습니다."

박생이 물었다.

“주공과 공자와 석가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주공과 공자는 중화(中華) 문물(文物) 가운데서 탄생한 성인이요, 석가는 서역(西域)중국 서쪽에 있던 여러 나라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넓게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인도를 포함한다의 간흉한 민족 가운데서 탄생한 성인입니다. 문물이 비록 개명하였다 하더라도 성품이 박잡(駁雜)한 사람도 있고 순수한 사람도 있으므로, 주공과 공자가 이들을 통솔하였습니다. 간흉한 민족이 비록 몽매하다고 하더라도 기질이 날카로운 사람도 있고 노둔한 사람도 있으므로, 석가가 이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주공과 공자의 가르침은 정도(正道)로써 사도(邪道)를 물리치는 일이었고, 석가의 법은 사도로써 사도를 물리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정도로써 사도를 물리친 (주공과 공자의) 말씀은 정직하였고, 사도로써 사도를 물리친 (석가의) 말씀은 황탄(荒誕)말이나 하는 짓이 헛되고 황당하며 미덥지 못하다하였습니다. (주공과 공자의 말씀은) 정직하였으므로 군자들이 따르기가 쉬웠고, (석가의 말씀은) 황탄하였으므로 소인들이 믿기가 쉬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모두 군자와 소인들로 하여금 마침내 바른 도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의혹시키고 백성을 속여서 이도로써 그릇되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박생이 또 물었다.

“귀신이란 어떤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귀(鬼)’는 음(陰)의 영이고, ‘신(神)’은 양(陽)의 영입니다. 귀신은 대개 조화(造化)의 자취이고, (음양) 두 기의 양능(良能)타고난 재능. 또는 그 재능이 있는 사람입니다. 살아있을 때에는 ‘인물’이라 하고 죽은 뒤에는 ‘귀신’이라 하지만, 그 이치는 다르지 않습니다.”

박생이 말하였다.

“속세에서는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예법이 있는데, 제사를 받는 귀신과 조화의 귀신은 다릅니까?”

“다르지 않습니다. 선비는 어찌 그것도 알지 못합니까? 옛 선비가 이르기를, ‘귀신은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물질이 끝나고 시작되는[始終] 것은 음양이 어울리고 흩어지는 데[合散] 따르는 것이고, 하늘과 땅에 제사지내는 것은 음양의 조화(造化)를 존경하는 것이며, 산천에 제사지내는 것은 기화(氣化)음양의 변화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답하려는 것입니다. 조상께 제사지내는 것은 근본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고, 육신(六神)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방위를 지키는 여섯 신. 청룡은 동쪽, 백호는 서쪽, 주작은 남쪽, 현무는 북쪽, 구진과 등사는 중앙을 지킨다고 한다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재앙을 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제사들은)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지냅니다. (이 귀신들이) 형체가 있어서 인간에게 화와 복을 함부로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향불을 사르고 슬퍼하면서 마치 귀신이 옆에 있는 것처럼 지냅니다. 공자가 ‘귀신은 공경하면서도 멀리하라’고 하신 말씀은 바로 이러한 태도를 일러주신 것입니다.”

박생이 말하였다.

“인간 세상에 여기(厲氣)강력한 전염성(傳染性)의 병을 초래하는 흉악한 기운와 요매(妖魅)사람을 홀릴 정도로 요사스러운 도깨비들이 나타나서 사람을 해치고 미혹시키는 일이 있는데, 이것도 또한 귀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귀(鬼)는 굽힌다[屈]는 뜻이고, 신(神)은 편다[伸]는 뜻입니다. 굽히되 펼 줄 아는 것은 조화의 신이며, 굽히되 펼 줄 모르는 것은 울결(鬱結)기혈이 한곳에 몰려 흩어지지 않음된 요매(妖魅)들입니다. 조화의 신은 조화와 어울렸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음양과 더불어 하며 자취가 없습니다. 그러나 요매들은 울결되었으므로 인물(人物)에 뒤섞여 원망을 품고 형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에 있는 요물을 소(魈)라 하고, 물에 있는 요물을 역(魊)이라 하며, 수석에 있는 요괴는 용망상(龍罔象)이라 하고, 목석에 있는 요괴는 기망량(夔魍魎)이라 합니다. 만물을 해치는 요물은 여(厲)라 하고, 만물을 괴롭히면 마(魔)라 하며, 만물에 붙어 있으면 요(妖)라 하고, 만물을 미혹시키면 매(魅)라 합니다. 이들이 모두 귀(鬼)들입니다.

(『주역』에서) 음양불측(陰陽不測)음양의 변화를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음을 신(神)이라고 하니, 이게 바로 신입니다. 신이란 묘용(妙用)묘하게 사용함. 또는 묘한 용법. 신묘(神妙)한 작용을 말하는 것이고 귀(鬼)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이고,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에 간격이 없으니,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정(靜)이라 하고, 천명을 회복하는 것을 상(常)이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와 함께 하면서도 그 조화의 자취를 알 수 없는 것이 있느니, 이것을 바로 도(道)라고 합니다. 그래서『중용』에서도 ‘귀신이 덕이 크다’고 한 것입니다.”

박생이 또 물었다.

“제가 일찍이 불자들에게서 '하늘 위에는 천당이라는 쾌락한 곳이 있고, 땅 아래에는 지옥이라는 고통스러운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부(冥府)사람이 죽은 뒤에 심판을 받는 곳에 시왕(十王)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그가 생전에 지은 죄가 많은지 적은지를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을 말한다.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왕, 변성왕, 태산왕, 평등왕, 도시왕, 오도전륜왕이 있다을 배치하여 십팔옥(十八獄)저승에 있다는 열여덟 곳의 지옥의 죄인들을 다스린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또 ‘사람이 죽은 지 칠 일 뒤에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재(齋)를 베풀어 그 영혼을 천거하고, 대왕께 정성 드리며 지전(紙錢)종이로 만든 가짜 돈. 저승에 가서 쓰라는 뜻으로 관에 넣거나 제사를 지낼 때 태웠음을 사르면 지은 죄가 벗겨진다.’고 합니다. 간사하고 포악한 사람들도 왕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하시겠습니까?”

왕이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한 번 음(陰)이 되고 한 번 양(陽)이 되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한 번 열리고 한 번 닫히는 것을 변(變)이라고 한다. 낳고 또 낳음[生生]을 역(易)이라 하고, 망령됨이 없음을 성(性)이라고 한다.’ 하였습니다. 사리가 이와 같은데 어찌 건곤(乾坤) 밖에 다시금 건곤(乾坤)이 있으며, 천지밖에 다시금 천지가 있겠습니까?

왕이라 함은 만백성이 추대한 자를 말합니다. 삼대(三代)중국 고대의 하(夏), 은(殷), 주(周) 세 왕조를 가리킨다 이전에는 모든 백성의 군주를 다 왕이라 불렀고, 다른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공자께서『춘추』를 엮으실 때에 백세에 바꿀 수 없는 커다란 법을 세워, 주(周)나라 왕실을 높여 천왕(天王)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니 왕이라는 이름보다 더 높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진(秦)나라 왕이 여섯 나라중국 전국시대에 각지를 나누어 가졌던 제후 가운데 강대국이 일곱이었는데,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를 가리킨다. 초(楚), 제(齊), 연(燕), 한(韓), 위(魏), 조(趙)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뒤에, ‘나의 덕은 삼황(三皇)중국 전설에 나오는 세 왕. 태호 복희씨, 염제 신농씨, 황제 유웅씨을 겸하고 공훈은 오제(五帝)중국 전설에 나오는 다섯 왕. 소호, 전욱, 제곡, 요왕, 순왕보다도 높다’고 하여, 왕이라는 칭호를 고쳐 황제(皇帝)진나라 장양왕의 아들인 정(政)이 첫 번째 황제가 되었으므로 시황제(始皇帝)라 자칭했다. 흔히 진시황이라 부른다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참람(僭濫)분수에 넘쳐 너무 지나치다하게 왕이라고 일컬은 자들이 아주 많았으니, 위(魏)나라『맹자』「양혜왕」 상에 위나라 혜왕이 나오는데, 위나라가 대량에 도읍하고 왕이라 자칭했다. 다른 제후들은 모두 왕이 아니라 공(公)으로 기록되었다와 초(楚)나라 군주가 그러하였습니다. 그런 뒤부터 왕이라는 명분이 어지러워져서 문왕, 무왕, 성왕, 강왕의 존호(尊號)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인간세상의 사람들은 아는 게 없어서 인정으로 서로 분에 넘치는 짓을 하니, 이런 것들은 말할 게 못 됩니다.

그러나 신의 도는 여전히 존엄함을 숭상하니, 어찌 한 지역 안에 왕이 그와 같이 많겠습니까? 선비께선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나라에는 두 왕이 없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그러니 (부처를 믿는 자들의) 그런 말은 믿을 게 못 됩니다. 그러므로 재(齋)를 베풀어 영혼을 천거하고 대왕에게 제사 지낸 뒤에 지전(紙錢)을 사르는 짓을 왜 하는지,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비께서 인간 세상의 거짓된 일들을 상세히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박생이 자리에서 물러나 옷자락을 여미고 말하였다.

“인간세상에서는 어버이가 돌아가신 지 사십구 일이 되면 지위가 높든지 낮든지 가리지 않고 상장(喪葬)초상과 장사의 예를 돌보지 않으며, 오로지 (절에 가서) 추천하는 것만 일삼습니다. 부자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면서 남이 듣고 보는 데에서 자랑하고, 가난한 사람도 논밭과 집을 팔고 돈과 곡식을 빌립니다. 종이를 아로새겨 깃발을 만들고 비단을 오려 꽃을 만들며, 여러 스님들을 불러다 공양하여 복을 구하고 불상을 세우며 도사(導師)어리석은 중생에게 바른 길을 가르쳐 깨우침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스님을 말함로 삼아 범패(梵唄)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로 주로 절에서 재를 올릴 때 부른다를 합니다. 그렇지만 새가 울고 쥐가 찍찍대는 것 같아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상주(喪主)는 아내와 자식들을 거느리고 친척과 벗들까지 불러들이므로 남녀가 뒤섞여서 똥오줌이 널려지게 되니, 정토(淨土)부처와 보살이 사는 곳으로 번뇌의 속박을 벗어난 아주 깨끗한 땅. 여기서는 절을 뜻한다는 더러운 뒷간으로 바뀌고, 적량(寂場)적멸도량 (寂滅道場)의 준말.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고 화엄경을 풀어낸 곳으로, 인도 마가다국(Magadha國) 가야성 보리수 아래다. 여기서는 정토와 함께 절을 가리킨다은 시끄러운 시장바닥으로 바뀌게 됩니다. 또 이른바 시왕상(十王像)을 모셔 놓고 음식을 갖추어 그들에게 제사지내고, 지전(紙錢)을 불살라 죄를 속하게 합니다. 시왕이 예의를 돌보지 않고 탐욕스럽게 이를 받아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 법도를 살펴서 법에 따라 이들을 중하게 처벌해야 하겠습니까?

이것이 제게는 분통 터지는 일이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아아. 그렇게까지 되었구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 하늘은 어진 성품을 주셨으며, 땅은 생명을 주어 길러 주었습니다. 왕은 법으로 다스리고, 스승은 도의를 가르쳤으며, 어버이는 은혜로 길러 주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오전(五典)오륜(五倫).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말한다이 차례가 있고 삼강(三綱)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로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을 말한다이 문란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를 잘 따르면 상서로운 일이 생기고, 이를 거스르면 재앙이 옵니다. 상서와 재앙은 사람이 (삼강오륜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정신과 기운은 이미 흩어져,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몸뚱이는 땅으로 내려와 근본으로 돌아가는데, 어찌 다시 어두운 저승 속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또 원한을 품거나 원망하는 혼령과 뜻밖의 변을 당해 요절한 귀신은 올바르게 죽지 못하였으므로 그 기운을 펴지 못해, 싸움터였던 모래밭에서 시끄럽게 울기도 하고, 목숨을 잃어 원한 맺힌 집에서 처량하게 울기도 합니다.

그들은 무당에게 부탁해서 (억울한) 사정을 호소해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의지하여 원망해 보기도 하는데, 비록 정신이 그 당시에는 흩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다 없어지고 말게 됩니다. 그들이라도 해서 어찌 명부(冥府)사람이 죽은 뒤에 심판을 받는 곳에 잠깐 형체를 나타내서 지옥의 벌을 받겠습니까? 이런 일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군자가 마땅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 재를 올리고 시왕에게 제사지내는 일은 더욱 허탄합니다. 또 ‘재(齋)’란 정결하게 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부정한 것을 재를 올려 정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처는 청정(淸淨)함을 일컫는 칭호이고, 왕은 존엄함을 일컫는 칭호입니다. 왕이 수레를 요구하고 금을 요구한 일은『춘추』에서 비판받았고, 불공드릴 때에 돈을 사용하고 명주를 사용한 일은 한나라나 위나라 때에 와서 시작되었습니다. 어찌 청정한 신이 인간 세상의 공양을 받고, 존엄한 왕이 죄인의 뇌물을 받으며, 저승의 귀신이 인간 세상의 형벌을 용서하겠습니까? 이것도 또한 이치를 연구하는 선비가 마땅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박생이 또 물었다.

“사람이 윤회(輪回)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중생이 번뇌와 업에 의하여 삼계 육도(三界六道)의 생사 세계를 그치지 아니하고 돌고 도는 일를 그치지 않고, 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서 산다는 뜻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정령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윤회가 있을 듯하지만, 오래 되면 흩어져 소멸되지요.”

박생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이 이역(異域)에서 왕이 되셨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인간 세상에 있을 때에 왕에게 충성을 다하며 힘내어 도적을 토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맹세하기를 ‘죽은 뒤에도 마땅히 여귀(厲鬼)불행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거나 제사를 지낼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어 전염병과 같은 해를 일으킨다고 여겨지는 귀신가 되어 도적을 죽이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죽은 뒤에도 그 소원이 다 이루어지지 않았고 충성심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흉악한 곳에 와서 왕이 된 것이지요.

지금 이 땅에 살면서 나를 우러러보는 자들은 모두 전세에 부모나 왕을 죽인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들입니다. 이들은 이곳에 의지해 살면서 내게 통제를 받아 그릇된 마음을 고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직하고 사심 없는 사람이 아니면 하루도 이곳에서 왕 노릇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들으니 그대는 정직하고도 뜻이 굳어서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지조를 굽히지 않았다고 하니, 참으로 달인(達人)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이치에 통달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 뜻을 세상에 한 번도 펴보지 못하였으니, 마치 형산의 옥덩이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변화가 형산에서 옥덩이를 얻었는데 아주 커다랗고 값비싼 보물이었다고 한다. ‘천하의 귀중한 보배’라는 뜻으로 쓰인다가 티끌 덮인 벌판에 내버려지고 명월주(明月珠)밤에 광채(光彩)를 발하는 구슬가 깊은 못에 잠긴 것과도 같습니다. 뛰어난 장인을 만나지 못하면 누가 지극한 보물을 알아보겠습니까? 이 어찌 안타깝지 않습니까?

나는 시운(時運)시대나 그때의 운수이 이미 다하여 장차 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그대도 또한 명수(命數)가 이미 다하였으므로, 곧 쑥 덤불 사이에 묻힐 것입니다. 그러니 이 나라를 맡아 다스릴 분이 그대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그리고는 잔치를 열어 극진히 즐겁게 하여 주었다.

왕이 박생에게 삼한(三韓)이 흥하고 망한 자취를 물었더니, 박생이 하나하나 이야기하였다. 고려가 창업한 이야기에 이르자, 왕이 두세 번이나 탄식하며 서글퍼하더니 말하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폭력으로 백성을 위협하여서는 안 됩니다. 백성들이 두려워 따르는 것 같지만, 마음속으로는 반역할 뜻을 품고 있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면 커다란 재앙이 일어나게 됩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힘을 가지고 왕 자리에 나아가지 않습니다. 하늘이 비록 (왕이 되라고) 간곡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올바르게 일하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 (백성들의 뜻에 의하여) 왕이 되게 하니, 상제(上帝)의 명은 참으로 엄합니다. 나라는 백성의 나라이고, 명령은 하늘의 명령입니다. 그런데 천명이 떠나가고 민심이 떠나가면, 왕이 비록 제 몸을 보전하려고 하더라도 어찌 되겠습니까?”

박생이 또 역대의 제왕들이 이도(異道)여기서는 불교를 말함를 숭상하다가 재앙 입은 이야기를 하자, 왕이 문득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백성들이 (왕의 덕을) 노래하는데도 큰물과 가뭄이 닥치는 것은 하늘이 왕으로 하여금 일을 삼가라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왕을) 원망하는데도 상서로운 일이 나타나는 것은 요괴가 왕에게 아첨하여 더욱 교만 방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왕들에게 상서로운 일이 나타났다고 해서 백성들이 편안해질 수 있겠습니까? 원통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박생이 말하였다.

“간신이 벌떼처럼 일어나 큰 난리가 자주 생기는 데도 왕이 백성들을 위협하며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명예를 구하려 한다면, 그 나라가 어찌 평안할 수 있겠습니까?”

왕이 한참 있다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그대의 말씀이 옳습니다.”

잔치가 끝나자 왕이 박생에게 왕 자리를 물려주기 위하여 손수 선위문(禪位文)임금 자리를 넘겨주겠다고 선언하는 글을 지었다.

염주의 땅은 실로 풍토병이 생기는 곳이므로, 우(禹)임금의 발자취하나라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중국 전역에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한다도 이르지 못하였고, 목왕(穆王)의 준마주나라 목왕은 여덟 마리 준마를 타고 중국 전역을 다녔다고 한다도 오지 못하였다. 붉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독한 안개가 하늘을 막고 있으며, 목이 마르면 뜨거운 구리물을 마셔야 하고 배가 고프면 불에 쪼인 뜨거운 쇳덩이를 먹어야 한다. 야차(夜叉)나 나찰(羅刹)사천왕에 딸린 여덟 귀신으로 건달바(乾闥婆), 비사사(毘舍闍), 구반다(鳩槃茶), 아귀, 제용중, 부단나(富單那), 야차, 나찰이 있다. 야차와 나찰은 사람을 괴롭히거나 해친다는 사나운 귀신의 일종이다이 아니면 발붙일 곳이 없고, 도깨비가 아니면 그 기운을 펼 수가 없는 곳이다. 불길에 휩싸인 성이 천리나 뻗어 있고 철로 된 산이 만 겹이나 둘린 데다, 백성의 풍속이 강하고 사나워서, 정직하지 않으면 그 간사함을 판단할 수가 없다. 지세도 굴곡이 심해 험준하니, 신통한 위엄이 아니면 이들을 교화시킬 수가 없다.

아아. 동쪽 나라에서 온 그대 박아무개는 정직하고 사심(私心)이 없으며, 강직하고 결단력이 있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덕을 갖추고 있으며, 어리석은 자를 일깨우는 재주도 지니고 있다. (인간 세상에) 살아 있을 때에는 비록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였지만, 죽은 뒤에는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백성이 길게 믿고 의지할 자가 그대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마땅히 도덕으로 인도하고 예법으로 통괄하여, 백성들을 지극한 선의 경지에 이르게 하라. 몸소 실천하고 마음으로 깨달아 세상을 태평하게 만들라. 하늘을 본받아 법을 세우고,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왕 자리를 물려주었던 일을 본받아 나도 이 자리를 그대에게 물려주노니 아아. 그대는 삼가 받을 지어다.

박생이 이 조서를 받아들고 (응낙한 뒤에 일어나고 나아가는 모든 행동을 예법에 맞게 하여) 두 번 절하고 물러 나왔다. 왕은 다시 신하와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려 축하드리게 하고, 태자의 예절로써 그를 전송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박생에게 말하였다.

“머지 않아 다시 돌아오셔야 하오. 이번에 가거든 수고롭지만 내가 한 말들을 전하여 인간 세상에 널리 퍼뜨리시오. 그리하여 황당한 일을 다 없애 주시오.”

박생이 또 두 번 절하여 감사드리고 말하였다.

“만 분의 하나라도 어찌 그 뜻을 널리 전하지 않겠습니까?”

박생이 문을 나서자, 수레를 끄는 자가 발을 헛디뎌 수레바퀴가 넘어졌다. 그 바람에 박생도 땅에 쓰러졌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 깨어 보니 한바탕 꿈이었다.

눈을 떠보니 책은 책상 위에 내던져 있었고, 등잔불은 가물거리고 있었다. 박생은 한참 의아하게 여기다가, 장차 죽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날마다 집안일을 정리하기에 전념하였다.

박생이 몇 달 뒤에 병에 걸렸는데, 결코 일어나지 못할 것을 스스로 알았다. 그래서 의원과 무당을 사절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려던 날 저녁에 이웃집 사람의 꿈에 어떤 신인이 나타나서 말하길, “네 이웃집 아무개가 장차 염라대왕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원문

成化初성화초, 慶州有朴生者경주유박생자, 以儒業自勉이유업자면. 常補太學館상보태학관, 不得登一試부득등일시, 常怏怏有憾상앙앙유감, 而意氣高邁이의기고매, 見勢不屈견세불굴, 人以爲驕俠인이위교협. 然對人接話연대인접화, 淳愿慤厚순원각후, 一鄕稱之일향칭지.

生嘗疑浮屠巫覡鬼神之說생상의부도무격귀신지설, 猶豫未決유예미결, 旣而質之中庸기이질지중용, 參之易辭참지역사, 自負不疑자부불의. 而以淳厚이이순후, 故與浮屠交고여부도교, 如韓之顚여한지전, 柳之巽者유지손자, 不過二三人불과이삼인. 浮屠亦以文士交부도역이문사교, 如遠之宗雷여원지종뢰, 遁之王謝둔지왕사, 爲莫逆友위막역우.

一日일일, 因浮屠인부도, 問天堂地獄之說문천당지옥지설, 復疑云부의운: “天地一陰陽耳천지일음양이. 那有天地之外나유천지지외, 更有天地갱유천지? 必詖辭也필피사야.” 問之浮屠문지부도, 浮屠亦不能決答부도역불능결답, 而以罪福響應之說答之이이죄복향응지설답지, 生亦不能心服也생역불능심복야.

常著一理論상저일리론, 以自警이자경, 蓋不爲他岐所惑개불위타기소혹.

其略曰기략왈: “常聞天下之理상문천하지리, 一而已矣일이이의. 一者何일자하? 無二致也무이치야. 理者何리자하? 性而已矣성이이의. 性者何성자하? 天之所命也천지소명야. 天以陰陽五行천이음양오행, 化生萬物화생만물, 氣以成形기이성형, 理亦賦焉리역부언. 所謂理者소위리자, 於日用事物上어일용사물상, 各有條理각유조리, 語父子則極其親어부자즉극기친, 語君臣則極其義어군신즉극기의, 以至夫婦長幼이지부부장유, 莫不各有當行之路막불각유당행지로, 是則所謂道而理之具於吾心者也시즉소위도이리지구어오심자야. 循其理순기리, 則無適而不安즉무적이불안, 逆其理而拂性역기리이불성, 則菑逮즉치체. 窮理盡性궁리진성, 究此者也구차자야. 格物致知격물치지, 格此者也격차자야. 蓋人之生개인지생, 莫不有是心막불유시심, 亦莫不具是性역막불구시성, 而天下之物이천하지물, 亦莫不有是理역막불유시리. 以心之虛靈이심지허령, 循性之固然순성지고연, 卽物而窮理즉물이궁리, 因事而推源인사이추원, 以求至乎其極이구지호기극, 則天下之理즉천하지리, 無不著現明顯무불저현명현, 而理之至極者이리지지극자, 莫不森於方寸之內矣막불삼어방촌지내의. 以是而推之이시이추지, 天下國家천하국가, 無不包括무불포괄, 無不該合무불해합, 參諸天地而不悖참제천지이불패, 質諸鬼神而不惑질제귀신이불혹, 歷之古今而不墜역지고금이불추, 儒者之事유자지사, 止於此而已矣지어차이이의. 天下豈有二理哉천하기유이리재? 彼異端之說피이단지설, 吾不足信也오부족신야.”

一日일일, 於所居室中어소거실중, 夜挑燈讀易야도등독역, 支枕假寐지침가매, 忽到一國홀도일국, 乃洋海中一島嶼也내양해중일도서야. 其地無草木沙礫기지무초목사력, 所履非銅則鐵也소리비동즉철야. 晝則烈焰亘天주칙열염긍천, 大地融冶대지융야, 夜則凄風自西야즉처풍자서, 砭人肌骨폄인기골, 吒波不勝타파불승. 又有鐵崖如城우유철애여성, 緣于海濱연우해빈, 只有一鐵門지유일철문, 宏壯굉장, 關鍵甚固관건심고. 守門者수문자, 喙牙獰惡훼아영악, 執戈鎚以防外物집과추이방외물. 其中居民기중거민, 以鐵爲室이철위실, 晝則焦爛주즉초란, 夜則凍烈야즉동렬, 唯朝暮蠢蠢유조모준준, 似有笑語之狀사유소어지상, 而亦不甚苦也이역불심고야. 生驚愕逡巡생경악준순, 守門者喚之수문자환지. 生遑遽不能違命생황거불능위명, 踧踖而進축적이진.

守門者수문자, 竪戈而問曰수과이문왈: “子何如人也자하여인야?”

生慄且答曰생율차답왈: “某國某土某모국모토모, 一介迂儒일개우유, 干冒靈官간모영관, 罪當寬宥죄당관유, 法當矜恕법당긍서!”

拜伏再三배복재삼, 且謝搪揬차사당돌.

守門者曰수문자왈: “爲儒者위유자, 當逢威不屈당봉위불굴, 何磬折之如是하경절지여시? 吾儕欲見識理君子久矣오제욕견식이군자구의. 我王亦欲見如君者아왕역욕견여군자, 以一語傳白于東方이일어전백우동방. 少坐소좌! 吾將告子于王오장고자우왕.”

言訖언흘, 趨蹌而入추창이입, 俄然出語曰아연출어왈: “王欲延子於便殿왕욕연자어편전! 子當以訏言對자당이우언대, 不可以威厲諱불가이위려휘, 使我國人民사아국인민, 得聞大道之要득문대도지요!”

有黑衣白衣二童유흑의백의이동, 手把文卷而出수파문권이출, 一黑質靑字일흑질청자, 一白質朱字일백질주자, 張于生之左右以示之장우생지좌우이시지. 生見朱字생견주자, 有名姓유명성, : “現住某國朴某현주모국박모, 今生無罪금생무죄, 當不爲此國民당불위차국민.”

生問曰생문왈: “示不肖以文卷시불초이문권, 何也하야?”

童曰동왈: “黑質者흑질자, 惡簿也악부야. 白質者백질자, 善簿也선부야. 在善簿者재선부자, 王當以聘士禮迎之왕당이빙사례영지, 在惡簿者재악부자, 雖不加罪수불가죄, 以民隸例勑之이민예예래지. 王若見生왕약견생, 禮當詳悉예당상실.”

言訖언흘, 持簿而入지부이입. 須臾飆輪寶車수유표륜보차, 上施蓮座상시연좌, 嬌童彩女교동채녀, 執拂擎盖집불경개, 武隸邏卒무예나졸, 揮戈喝道휘과갈도. 生擧首望之생거수망지, 前有鐵城三重전유철성삼중, 宮闕嶔峩궁궐금아, 在金山之下재금산지하, 火炎漲天화염창천, 融融勃勃융융발발. 顧視道傍人物於火燄中고시도방인물어화염중, 履洋銅融鐵리양동융철, 如蹋濘泥여답녕니, 生之前路可數十步許생지전로가수십보허, 如砥而無流金烈火여지이무유금렬화, 蓋神力所變爾개신력소변이. 至王城지왕성, 四門豁開사문활개, 池臺樓觀지대누관, 一如人間일여인간. 有二美姝유이미주, 出拜扶携而入출배부휴이입. 王戴通天之冠왕대통천지관, 束文玉之帶속문옥지대, 秉珪下階而迎병규하계이영. 生俯伏在地생부복재지, 不能仰視불능앙시.

王曰왕왈: “土地殊異토지수이, 不相統攝불상통섭, 而識理君子이식이군자, 豈可以威勢屈其躬也기가이위세굴기궁야?”

挽袖而登殿上만수이등전상, 別施一床별시일상, 卽玉欄金床也즉옥난금상야. 坐定좌정, 王呼侍者進茶왕호시자진다. 生側目視之생측목시지, 茶則融銅다즉융동, 果則鐵丸也과즉철환야. 生且驚且懼생차경차구, 而不能避이불능피, 以觀其所爲이관기소위. 進於前진어전, 則香茗佳果즉향명가과, 馨香芬郁형향분욱, 薰于一殿훈우일전.

茶罷다파, 王語生曰왕어생왈: “士不識此地乎사불식차지호? 所謂炎浮洲也소위염부주야. 宮之北山궁지북산, 卽沃焦山也즉옥초산야. 此洲在天之南차주재천지남, 故曰南炎浮洲고왈남염부주, 炎浮者염부자, 炎火赫赫염화혁혁, 常浮大虛상부대허, 故稱之云耳고칭지운이. 我名燄魔아명염마, 言爲燄所魔也언위염소마야. 爲此土君師위차토군사, 已萬餘載矣이만여재의. 壽久而靈수구이령, 心之所之심지소지, 無不神通무불신통, 志之所欲지지소욕, 無不適意무불적의. 蒼頡作字창힐작자, 送吾民以哭之송오민이곡지, 瞿曇成佛구담성불, 遣吾徒以護之견오도이호지. 至於三五周孔지어삼오주공, 則以道自衛즉이도자위, 吾不能側足於其間也오불능측족어기간야.”

生問曰생문왈: “周孔瞿曇주공구담, 何如人也하여인야?”

王曰왕왈: “周孔주공, 中華文物中之聖也중화문물중지성야. 瞿曇구담, 西域姦兇中之聖也서역간흉중지성야. 文物雖明문물수명, 人性駁粹인성박수, 周孔率之주공솔지. 姦兇雖昧간흉수매, 氣有利鈍기유이둔, 瞿曇警之구담경지. 周孔之敎주공지교, 以正去邪이정거사, 瞿曇之法구담지법, 設邪去邪설사거사. 以正去邪이정거사, 故其言正直고기언정직, 以邪去邪이사거사, 故其言荒誕고기언황탄. 正直故君子易從정직고군자역종, 荒誕故小人易信황탄고소인역신, 其極致기극치, 則皆使君子小人즉개사군자소인, 終歸於正理종귀어정리, 未嘗惑世誣民미상혹세무민, 以異道誤之也이이도오지야.”

生又問曰생우문왈: “鬼神之說귀신지설, 乃何내하?”

王曰왕왈: “鬼者귀자, 陰之靈음지영, 神者신자, 陽之靈양지영, 蓋造化之迹개조화지적, 而二氣之良能也이이기지량능야. 生則曰人物생즉왈인물, 死則曰鬼神사즉왈귀신, 而其理則未嘗異也이기리즉미상이야.”

生曰생왈: “世有祭祀鬼神之禮세유제사귀신지예, 且祭祀之鬼神차제사지귀신, 與造化之鬼神여조화지귀신, 異乎이호?”

: “不異也불이야. 士豈不見乎사기불견호? 先儒云선유운: ‘鬼神無形無聲귀신무형무성’, 然物之終始연물지종시, 無非陰陽合散之所爲무비음양합산지소위. 且祭天地차제천지, 所以謹陰陽之造化也소이근음양지조화야. 祀山川사산천, 所以報氣化之升降也소이보기화지승강야. 享祖考향조고, 所以報本소이보본, 祀六神사육신, 所以免禍소이면화, 皆使人致其敬也개사인치기경야, 非有形質以妄加禍福於人間비유형질이망가화복어인간, 特人焄蒿悽愴특인훈호처창, 洋洋如在耳양양여재이. 孔子所謂공자소위, 敬鬼神而遠之경귀신이원지, 正謂此也정위차야.”

生曰생왈: “世有厲氣妖魅세유려기요매, 害人惑物해인혹물, 此亦當言鬼神乎차역당언귀신호?”

王曰왕왈: “鬼者귀자, 屈也굴야. 神者신자, 伸也신야. 屈而伸者굴이신자, 造化之神也조화지신야. 屈而不伸者굴이불신자, 乃鬱結之妖也내울결지요야. 合造化합조화, 故與陰陽終始而無跡고여음양종시이무적, 滯鬱結체울결, 故混人物寃懟而有形고혼인물원대이유형. 山之妖曰魈산지요왈소, 水之怪曰魊수지괴왈역, 水石之怪曰龍罔象수석지괴왈용망상, 木石之怪曰夔魍魎목석지괴왈기망량, 害物曰厲해물왈려, 惱物曰魔뇌물왈마, 依物曰妖의물왈요, 惑物曰魅혹물왈매, 皆鬼也개귀야. 陰陽不測之謂神음양불측지위신, 卽神也즉신야. 神者신자, 妙用之謂也묘용지위야, 鬼者귀자, 歸根之謂也귀근지위야. 天人一理천인일리, 顯微無間현미무간, 歸根曰靜귀근왈정, 復命曰常복명왈상, 終始造化종시조화, 而有不可知其造化之跡이유불가지기조화지적, 是卽所謂道也시즉소위도야. 故曰고왈: ‘鬼神之德귀신지덕, 其盛矣乎기성의호!’”

生又問曰생우문왈: “僕嘗聞於爲佛者之徒복상문어위불자지도, 有曰유왈: ‘天上有天堂快樂處천상유천당쾌락처, 地下有地獄苦楚處지하유지옥고초처, 列冥렬명()府十王부시왕, 鞠十八獄囚국십팔옥수.’ 有諸유제? 且人死七日之後차인사칠일지후, 供佛設齋以薦其魂공불설재이천기혼, 祀王燒錢以贖其罪사왕소전이속기죄, 姦暴之人간포지인, 王可寬宥否왕가관유부?”

王驚愕曰왕경악왈: “是非吾所聞시비오소문. 古人曰고인왈: ‘一陰一陽之謂道일음일양지위도, 一闢一闔之謂變일벽일합지위변. 生生之謂易생생지위역, 無妄之謂誠무망지위성.’ 夫如是부여시, 則豈有乾坤之外즉기유건곤지외, 復有乾坤부유건곤, 天地之外천지지외, 更有天地乎갱유천지호/RT>? 如王者여왕자, 萬民所歸之名也만민소귀지명야. 三代以上삼대이상, 億兆之主억조지주, 皆曰王개왈왕, 而無稱異名이무칭이명. 如夫子修春秋여부자수춘추, 立百王不易之大法입백왕불이지대법, 尊周室曰天王존주실왈천왕, 則王者之名즉왕자지명, 不可加也불가가야. 至秦滅六國一四海지진멸육국일사해, 自以爲德兼三皇자이위덕겸삼황, 功高五帝공고오제, 乃改王號曰皇帝내개왕호왈황제. 當是時당시시, 僭竊稱之者頗多참절칭지자파다, 如魏梁荊楚之君여위양형초지군, 是已시이. 自是以後자시이후, 王者之名分紛如也왕자지명분분여야, 文武成康之尊號문무성강지존호, 已墜地矣이추지의. 且流俗無知차류속무지, 以人情相濫이인정상람, 不足道부족도. 至於神道則尙嚴지어신도즉상엄, 安有一域之內안유일역지내, 王者如是其多哉왕자여시기다재? 士豈不聞天無二日國無二王乎사기불문천무이일국무이왕호? 其語不足信也기어부족신야. 至於設齋薦魂지어설재천혼, 祀王燒錢사왕소전, 吾不覺其所爲也오불각기소위야. 士試詳其世俗之矯妄사시상기세속지교망!”

生退席敷袵而陳曰생퇴석부임이진왈: “世俗當父母死亡七七之日세속당부모사망칠칠지일, 若尊若卑약존약비, 不顧喪葬之禮불고상장지예, 專以追薦爲務전이추천위무. 富者부자, 糜費過度미비과도, 炫燿人聽현요인청, 貧者빈자, 至於賣田貿宅지어매전무택, 貸錢賖穀대전사곡, 鏤紙爲旛루지위번, 剪綵爲花전채위화, 招衆梵爲福田초중범위복전, 立瓌입괴()像爲導師상위도사, 唱唄諷誦창패풍송, 鳥鳴鼠喞조명서즐, 曾無意謂증무의위. 爲喪者위상자, 携妻率兒휴처솔아, 援類呼朋원류호붕, 男女混雜남녀혼잡, 矢溺狼籍시익랑적, 使淨土變爲穢溷사정토변위예혼, 寂場變爲鬧市적장변위료시, 而又招所謂十王者이우초소위시왕자, 備饌以祭之비찬이제지, 燒錢以贖之소전이속지. 爲十王者위시왕자, 當不顧禮義당불고예의, 縱貪而濫受之乎종탐이람수지호? 當考其法度당고기법도, 循憲而重罰之乎순헌이중벌지호? 此不肖所以憤悱차불초소이분비, 而不敢忍言也이불감인언야. 請爲不肖辨之청위불초변지!”

王曰왕왈: “噫哉희재! 至於此極也지어차극야? 且人之生也차인지생야, 天命之以性천명지이성, 地養之以生지양지이생, 君治之以法군치지이법, 師敎之以道사교지이도, 親育之以恩친육지이은. 由是유시, 五典有序오전유서, 三綱不紊삼강불문, 順之則祥순지즉상, 逆之則殃역지즉앙, 祥與殃在人生受之耳상여앙재인생수지이. 至於死지어사, 則精氣已散즉정기이산, 升降還源승강환원, 那有復留於幽冥之內哉나유부유어유명지내재? 且寃懟之魂차원대지혼, 橫夭之鬼횡요지귀, 不得其死부득기사, 莫宣其氣막선기기, 嗸嗸於戰場黃沙之域오오어전장황사지역, 啾啾於負命啣寃之家者추추어부명함원지가자, 間或有之간혹유지, 或托巫以致款혹탁무이치관, 或依人以辨懟혹의인이변대, 雖精神未散於當時수정신미산어당시, 畢竟當歸於無朕필경당귀어무짐. 豈有假形於冥地기유가형어명지, 以受犴獄乎이수안옥호? 此格物君子차격물군자, 所當斟酌也소당짐작야. 至於齋佛祀王之事지어재불사왕지사, 則尤誕矣즉우탄의. 且齋者차재자, 潔淨之義결정지의, 所以齋不齋而致其齋也소이재불재이치기재야. 佛者불자, 淸淨之稱청정지칭, 王者왕자, 尊嚴之號존엄지호. 求車求金구거구금, 貶於春秋폄어춘추, 用金用綃용금용초, 始於漢魏시어한위. 那有以淸淨之神而享世人供養나유이청정지신이향세인공양, 以王者之尊而受罪人賄賂이왕자지존이수죄인회뇌, 以幽冥之鬼而縱世間刑罰乎이유명지귀이종세간형벌호? 此亦窮理之士차역궁리지사, 所當商略也소당상략야.”

生又問曰생우문왈: “輪回不已륜회불이, 死此生彼之義사차생피지의, 可問否가문부?”

: “精靈未散정령미산, 則似有輪回즉사유륜회, 然久則散而消耗矣연구즉산이소모의.”

生曰생왈: “王何故居此異域而爲王者乎왕하고거차이역이위왕자호?”

: “我在世아재세, 盡忠於王진충어왕, 發憤討賊발분토적. 乃誓曰내서왈: ‘死當爲厲鬼사당위려귀, 以殺賊이살적!’ 餘願未殄而忠誠不滅여원미진이충성불멸, 故托此惡鄕爲君長고탁차악향위군장. 今居此地而仰我者금거차지이앙아자, 皆前世弑逆姦兇之徒개전세시역간흉지도, 托生於此탁생어차, 而爲我所制이위아소제, 將格其非心者也장격기비심자야. 然非正直無私연비정직무사, 不能一日爲君長於此地也불능일일위군장어차지야. 寡人聞子正直抗志과인문자정직항지, 在世不屈재세불굴, 眞達人也진달인야. 而不得一奮其志於當世이불득일분기지어당세, 使荊璞棄於塵野사형박기어진야, 明月沉于重淵명월침우중연, 不遇良匠불우량장, 誰知至寶수지지보? 豈不惜哉기불석재? 余亦時運已盡여역시운이진, 將捐弓劒장연궁검, 子亦命數已窮자역명수이궁, 當瘞蓬蒿당예봉호, 司牧此邦사목차방, 非子而誰비자이수?”

乃開宴極歡내개연극환, 問生以三韓興亡之跡문생이삼한흥망지적. 生一一陳之생일일진지. 至高麗創業之由지고려창업지유, 王歎傷再三曰왕탄상재삼왈: “有國者유국자, 不可以暴劫民불가이폭겁민, 民雖若瞿瞿以從민수약구구이종, 內懷悖逆내회패역, 積日至月적일지월, 則堅冰之禍起矣즉견빙지화기의. 有德者유덕자, 不可以力進位불가이력진위, 天雖不諄諄以語천수불순순이어, 示以行事시이행사, 自始至終자시지종, 而上帝之命嚴矣이상제지명엄의. 蓋國者民之國개국자민지국, 命者天之命也명자천지명야. 天命已去천명이거, 民心已離민심이리, 則雖欲保身즉수욕보신, 將何爲哉장하위재?”

又復敍歷代帝王崇異道致妖祥之事우복서역대제왕숭이도치요상지사. 王便蹙額曰왕편축액왈: “民謳謌而水旱至者민구가이수한지자, 是天使人主重以戒謹也시천사인주중이계근야. 民怨咨而祥瑞現者민원자이상서현자, 是妖媚人主益以驕縱也시요미인주익이교종야. 且歷代帝王致瑞之日차력대제왕치서지일, 民其按堵乎민기안도호? 呼寃乎호원호?”

: “姦臣蠭起간신봉기, 大亂屢作대난루작, 而上之人이상지인, 脅威爲善以釣名협위위선이조명, 其能安乎기능안호?”

王良久왕량구, 歎曰탄왈: “子之言자지언, 是也시야.”

宴畢연필, 王欲禪位于生왕욕선위우생, 乃手制曰내수제왈: “炎洲之域염주지역, 實是瘴厲之鄕실시장려지향, 禹跡之所不至우적지소부지, 穆駿之所未窮목준지소미궁. 彤雲蔽日동운폐일, 毒霧障天독무장천, 渴飮赫赫之洋銅갈음혁혁지양동, 飢餐烘烘之融鐵기찬홍홍지융철, 非夜叉羅刹비야차나찰, 無以措其足무이조기족, 魑魅魍魎리매망량, 莫能肆其氣막능사기기. 火城千里화성천리, 鐵嶽萬重철악만중, 民俗强悍민속강한, 非正直無以辨其姦비정직무이변기간, 地勢凹隆지세요융, 非神威不可施其化비신위불가시기화. ! 爾東國某이동국모, 正直無私정직무사, 剛毅有斷강의유단, 著含章之質저함장지질, 有發蒙之才유발몽지재, 顯榮雖蔑於身前현영수멸어신전, 綱紀實在於身後강기실재어신후, 兆民永賴조민영뢰, 非子而誰비자이수? 宜導德齊禮의도덕제예, 冀納民於至善기납민어지선, 躬行心得궁행심득, 庶躋世於雍熙서제세어옹희. 體天立極체천입극, 法堯禪舜법요선순, 予其作賓여기작빈, 嗚呼欽哉오호흠재!”

生奉詔생봉조, 周旋再拜而出주선재배이출. 王復勑臣民致賀왕복래신민치하, 以儲君禮送之이저군예송지. 又勑生曰우래생왈: “不久當還불구당환, 勞此一行노차일행, 所陳之語소진지어, 傳播人間전파인간, 一掃荒唐일소황당!”

生又再拜致謝曰생우재배치사왈: “敢不對揚休命之萬一감부대양휴명지만일?”

旣出門기출문, 挽車者만차자, 蹉跌覆轍차질복철, 生仆地驚起而覺생부지경기이각, 乃一夢也내일몽야. 開目視之개목시지, 書冊抛床서책포상, 燈花明滅등화명멸. 生感訝良久생감아양구, 自念將死자념장사, 日以處置家事爲懷일이처치가사위회. 數月有疾수월유질, 料必不起료필불기, 却毉巫而逝각의무이서. 其將化之夕기장화지석, 夢神人告於四鄰曰몽신인고어사린왈: “汝鄰家某公여린가모공, 將爲閻羅王者장위염라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