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어역
개성에 천마산이 있는데, 그 산이 공중에 높이 솟아 가파르므로 ‘천마산(天磨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산 가운데 용추(龍湫)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생긴 웅덩이가 있으니 그 이름을 표연(瓢淵)박연(朴淵)이라 하였다. 그 못은 좁으면서도 깊어서 몇 길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이 넘쳐서 폭포가 되었는데, 그 높이가 백여 길은 되어 보였다. 경치가 맑고도 아름다워서 놀러 다니는 스님이나 나그네들이 반드시 이곳을 구경하였다. 옛날부터 이곳에 신령한 이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기에 실려 있어서, 나라에서 세시(歲時)1년 중(中)의 때때. 1년 동안의 제철가 되면 커다란 소를 잡아 제사지내게 하였다. 고려 때에 한생(韓生)이 살고 있었는데, 젊어서부터 글을 잘 지어 조정에까지 알려지고 문사(文士)문학하는 선비로 평판이 있었다. 하루는 한생이 거실에서 해가 저물 무렵에 편안히 앉아 있었는데, 홀연히 푸른 저고리를 입고 복두(㡤頭)과거 급제자가 홍패를 받을 때 쓰던 관. 귀신도 이런 모자를 썼다고 한다를 쓴 낭관(郎官)조선시대 정오품 통덕랑 이하의 당하관을 통틀어 이르던 말 두 사람이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그들이 뜰에 엎드려 말하였다. “박연에 계신 용왕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한생이 깜짝 놀라 얼굴빛이 변해지면서 말하였다. “신과 인간 사이에는 길이 막혀 있는데, 어찌 서로 통할 수 있겠소? 더군다나 수부(水府)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전설(傳說) 속의 신의 궁전(宮殿). 용궁(龍宮)는 길이 아득하고 물결이 사나우니, 어찌 갈 수가 있겠소?” 두 사람이 말하였다. “준마를 문 앞에다 대기시켰으니, 사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몸을 굽혀 한생의 소매를 잡고 문 밖으로 나서자, 과연 총이말갈기와 꼬리가 파르스름한 흰 말 한 마리가 있었다. 금안장 옥굴레에 누런 비단으로 배 띠를 둘렀으며, 날개가 돋쳐 있었다. 종자(從者)들은 모두 붉은 수건으로 이마를 싸매고 비단 바지를 입었는데, 열댓 명이나 되었다. 종자들이 한생을 부축하여 말 위에 태우자, 깃발과 일산을 든 사람이 앞에서 인도하고 기생과 악공들이 뒤를 따랐다. 그 두 사람도 홀(笏)조선 시대에, 벼슬아치가 임금을 만날 때에 손에 쥐던 물건으로 임금의 명을 받거나 아뢸 일이 있을 때 이 위에 기록했다. 후세에는 의례적인 것이 되었다을 잡고 따라왔다. (한생이 탄) 말이 공중으로 올라가 날기 시작하자, 발아래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이는 것만 보였다. 땅 아래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용궁 문 앞에 이르렀다. 말에서 내려서자 문지기들이 모두 방기팽기(彭蜞). 작은 게를 말함. 어휘사전인 유희의 『물명고(物名攷)』에 ‘방기’를 ‘갈퉁이’라고 했다, 자라의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늘어섰는데, 그들의 눈자위가 한 치나 되었다. 한생을 보고 모두 머리를 숙여 절하고는 의자를 내어주며 쉬라고 하였는데,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서 아뢰자, 곧바로 푸른 옷을 입은 동자 둘이 나와서 손을 마주잡고 한생을 인도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한생이 천천히 걸어가다가 궁궐 문을 쳐다보았더니, 현판에 ‘함인지문(含仁之門)’이라 씌어 있었다. 한생이 그 문에 들어서자 용왕이 절운관(切雲冠)구름에라도 닿을 듯 높이 솟은 관을 쓰고 칼을 차고 홀을 쥐고서 뜰 아래로 내려왔다. (용왕이) 한생을 맞이하여 섬돌을 거쳐 궁전에 올라앉기를 청하니, 수정궁 안에 있는 백옥상(白玉牀)이었다. 한생이 엎드려 굳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아래 땅의 어리석은 백성은 초목과 한가지로 썩을 몸인데, 어찌 (신령한 분의) 위엄을 헤아리지 않고 외람되게 융숭한 대접을 받겠습니까?” 용왕이 말하였다. “오랫동안 선생의 명성을 듣다가 이제야 높으신 얼굴을 뵙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용왕이 손을 내밀어 앉기를 청하였다. 한생은 서너 번 사양한 뒤에 자리로 올라갔다. 용왕은 남쪽을 향하여 칠보화상(七寶華牀)일곱 가지 주요 보배로 꾸민 화려한 평상. 한나라 무제가 칠보상을 가졌다고 한다에 앉고, 한생은 서쪽을 향하여 앉으려고 하였다. 한생이 채 앉기도 전에 문지기가 아뢰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용왕이 또 문 밖으로 나가서 맞이하였다. 세 사람이 보였는데, 붉은 도포를 입고 채색 수레를 탄 그의 위의(威儀)무게가 있어 외경(畏敬)할만한 규율에 맞는 행위와 몸가짐와 시종들을 보아서 왕의 행차 같았다. 용왕이 또 그들도 궁전 위로 안내하였다. 한생은 들창 아래 숨었다가 그들이 자리를 정한 뒤에 인사를 청하려 하였다. 그런데 용왕이 그들 세 사람에게 권하여 동쪽을 향하여 앉힌 뒤에 말하였다. “마침 양계(陽界)육지 세계를 수중 세계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사람이 사는 세상에 계신 문사(文士) 한 분을 모셨으니, 여러분들은 서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용왕이 좌우의 사람들을 시켜 한생을 모셔 오게 하였다. 한생이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절하자, 그들도 모두 머리를 숙이고 답례하였다. 한생이 윗자리우리나라에서는 오른쪽보다 왼쪽자리를 더 높이 여겼다. 임금은 북쪽 자리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며, 신하들 사이에는 윗사람이 동쪽에 앉아 서쪽을 바라보았다. 문관과 무관을 동반과 서반으로 나누는 것도 이러한 이치며,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것도 그러하다에 앉기를 사양하면서 말하였다. “존귀하신 신들께서는 귀중한 몸이지만, 저는 한갓 빈한한 선비일 뿐입니다. 그러니 어찌 높은 자리를 감당하겠습니까?” 한생이 굳이 사양하자 그들이 말하였다. “(우리와 선생은) 음양(陰陽)음계(陰界)와 양계(陽界)를 말하는데, 양계는 인간세계이고 음계는 귀신의 세계다. 곧 이승과 저승을 말한다의 길이 달라서 서로 통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용왕께서 위엄이 있으신 데다 사람을 보는 눈도 밝으시니, 그대는 반드시 인간세상에서 문장의 대가일 것입니다. 용왕의 명이니 거절하지 마십시오.” 용왕도 말하였다. “앉으시지요.” 세 사람이 한꺼번에 자리에 앉자, 한생도 몸을 굽히며 올라가서 자리 끝에 꿇어앉았다. 용왕이 말하였다. “편히 앉으시지요.” 다들 자리에 앉아 찻잔을 한 차례 돌린 뒤에 용왕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과인은 오직 딸 하나를 두었을 뿐인데, 이미 시집보낼 나이가 되었습니다. 장차 알맞은 사람과 혼례를 치르려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집이 누추하여 사위를 맞이할 집도 없고, 화촉을 밝힐 만한 방도 없습니다. 그래서 따로 별당 한 채를 지어 가회각(佳會閣)아름답게 모이는 집, 꽃다운 인연을 맺는 집이란 뜻이다. 『주역』 건괘에 나오는 말이다이라 이름 붙일까 합니다. 공장도 이미 모았고, 목재와 석재도 다 갖추었습니다. 아직 없는 것이라고는 상량문(上梁文)공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상량할 때 축복하는 글이다. 상량은 기둥에 보를 얹은 다음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걸고, 마지막으로 마룻대를 옮기는 과정을 말한다뿐입니다. 소문에 들으니 선생의 이름이 삼한(三韓)에 널리 알려졌으며 글솜씨가 백가(百家)여러 학자들이나 작가(作家)들. 백가서(百家書)의 준말에 으뜸이라고 하므로, 특별히 멀리서 모셔온 것입니다. 과인을 위하여 상량문을 지어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두 아이가 들어왔다. 한 아이는 푸른 옥돌벼루와 상강(湘江)의 반죽(斑竹)소상강 유역의 얼룩진 대나무를 말한다. 순임금이 남쪽 지방을 돌아보다가 창오산에서 죽자, 그의 두 아내 아황과 여영이 이곳에 찾아와 피눈물을 뿌리고 울다가 상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 피눈물이 대나무에 묻어서, 소상강 유역의 대나무는 아롱진 무늬가 아름답다고 한다으로 만든 붓을 받들었으며, 한 아이는 흰 명주 한 폭을 받들었다. 그들이 한생 앞에 꿇어앉아 바쳤다. 한생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붓에 먹물을 찍어서 곧바로 상량문을 지어내었다. 그 글씨는 구름과 연기가 서로 얽힌 듯하였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삼가 생각하건대 천지 안에서는 용신이 가장 신령스럽고, 인물 사이에는 배필이 가장 중하다. 용왕께서 이미 만물을 윤택하게 하신 공로가 있으니, 어찌 복 받을 터전이 없으랴? 그러므로 ‘관저호구(關雎好逑)’『시경』주남「관저」장에 나온 말이다. 아름다운 부부 관계의 비유로 쓰이는 물수리에 빗대어 문왕 부부의 화합을 읊은 구절이다. 여기서는 용왕 딸의 혼인을 축복하는 말이다는 만물이 조화되는 시초를 나타낸 것이며, ‘비룡이견(飛龍利見)’『주역』건괘의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기에 좋다.)”에서 나온 말로 성인이 임금 자리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겠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용왕의 신령함을 뜻한다은 신령스런 변화의 자취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새로 아방궁(阿房宮)진시황이 성서성 장안현에 세운 궁전인데, 규모가 거대했다. 여기서는 용궁을 말한다같은 궁전을 지어 아름다운 이름을 높이 붙였다. 이무기와 자라를 불러 힘을 내게 하고, 조개를 모아 재목을 삼았으며, 수정과 산호로 기둥을 세웠다. 용골(龍骨)건물에서 중앙을 받치는 길고 큰 재목과 낭간(琅玕)중국에서 나는 옥 가운데 하나이다. 짙은 녹색 또는 청백색이 나는 반투명한 돌로, 장식에 많이 쓰인다으로 들보를 걸었으니, 주렴을 걷으면 높이 솟은 산이 푸르고, 백옥 들창을 열면 골짜기에 구름이 둘려 있다. 이곳에서 가족이 화합하여 만년토록 복을 누릴 것이며, 부부가 화락하여 금지(金枝)금지옥엽(金枝玉葉)의 준말로, 왕족이나 그 자손을 나무에 비유한 말이다가 억대에 뻗치리라. (용왕께서는) 풍운(風雲)의 변화를 돕고 조화의 공덕을 나타내어, 높은 하늘에 오를 때에나 깊은 못에 있을 때에나 백성들의 목마름을 씻어주고 물에 잠기거나 하늘로 튀어 올라 상제의 어진 마음을 도와주었다. 그 기세가 천지에 떨치고 위엄과 덕망이 원근에 흡족하여, 검은 거북과 붉은 잉어는 뛰놀며 소리치고, 나무귀신과 산도깨비도 차례로 와서 축하한다. 마땅히 짧은 노래를 지어 대들보에 걸어 두리라. 『문체명변』에 “상량문은 우두머리 목수가 들보를 올리면서 송축하는 글이다. 세속에서 집을 지을 때 반드시 길일을 택하여 들보를 올리는데, 친한 손님들이 떡을 싸 가지고 와서 다른 음식들과 함께 축하하였고, 이 음식들로 장인들을 먹였다. 이때 장인의 우두머리가 떡을 들보에 던지면서 이 글을 외워 축하하였다.”고 했다 들보 서쪽으로 떡을 던지네. 들보 남쪽으로 떡을 던지네. 들보 북쪽으로 떡을 던지네. 들보 위로 떡을 던지네. 들보 아래도 떡을 던지네. 바라건대 이 집을 이룩한 뒤에 화촉의 밤을 맞이하여 만복(萬福)이 함께 이르고, 온갖 상서(祥瑞)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가 모여들진저. 요궁(瑤宮)과 옥전(玉殿)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찬란하고, 봉황 베개와 원앙 이불에는 즐거운 소리가 들끓게 되어, 그 덕이 나타나고 그 신령이 빛나게 될진저. 한생이 글을 다 써서 용왕에게 바치자, 용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이내 세 신(神)에게 돌려 보이자, 세 신도 모두 떠들썩하게 탄복하며 칭찬하였다. 이에 용왕이 윤필연(潤筆宴)글을 써 주거나 그림을 그려 준 사람에게 감사하는 잔치을 열자, 한생이 꿇어앉아서 말하였다. “존귀한 신들께서 모두 모이셨는데, 아직 높으신 이름을 묻지 못하였습니다.” 용왕이 말하였다. “선생은 양계의 사람이라 응당 모를 것입니다. 첫째 분은 조강신(祖江神)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이루는 강을 조강이라고 하는데, 이 강을 다스리는 신을 조강신이라고 한다이고 둘째 분은 낙하신(洛河神)임진강을 흔히 낙하라고도 하며 임진강을 다스리는 신을 낙하신이라고 한다이며 셋째 분은 벽란신(璧瀾神)황해도 예성강 하류에 있는 고려시대의 중요한 나루인 벽란도를 지키는 신이다입니다. 우리가 선생과 함께 놀아 볼까 하여 초대한 것이지요.” 곧 술을 권하고 풍류를 시작하자, 미인 열댓 명이 푸른 소매를 흔들며 머리 위에 구술 꽃을 꽂고 나왔다.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춤을 추면서「벽담곡(碧潭曲)」깊고 푸른 웅덩이를 읊은 노래다 한가락을 불렀는데,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푸른 뫼는 창창하고 춤이 끝나자 다시 총각 열댓 명이 왼손에는 피리를 잡고 오른손에는 도(翿)깃으로 만든 일산(日傘). 춤출 때 쓴 물건를 들었다. 빙빙 돌고 서로 돌아보면서 「회풍곡(回風曲)」가곡 이름인데, 회풍은 회오리바람이다. 「동명기」에 “이연년이 지생전에서 「회풍곡」을 노래하였더니 뜰 앞에 있던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났다.”고 했다 한 가락을 불렀다. 그 가사는 이렇다. 높은 언덕에 계신 임은 춤이 끝나자 용왕이 기뻐하였다. 술잔을 씻어 다시금 술을 붓고 한생에게 권하였다. 스스로 옥으로 만든 용적을 불면서「수룡음(水龍吟)」가요이름인데, 이백의 시 구절 중 “피리를 불자 물의 용이 노래한다.”는 구절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한 가락을 노래하여 즐거운 흥취를 도왔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풍류소리 가운데 술잔을 돌리니 용왕이 노래를 마치고는 좌우를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놀음은 인간세상의 것과 같지 않으니, 그대들은 귀한 손님을 위하여 솜씨를 보이라.” 그러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자칭 곽개사(郭介士)게의 별칭. 한나라 유학자 양웅이 『태현경』에서 게를 ‘곽삭’이라 했는데, 여기서 ‘곽’이라는 성을 따왔다. 부광이 지은 『해보』에서 ‘게를 횡행개사라고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개사‘라는 이름을 따왔다. ’횡행(橫行)‘은 옆으로 간다는 뜻이고, ’개(介)‘는 단단한 껍질을 뜻한다라고 하였다. 발을 들어 옆으로 걸으면서 나와 말하였다. 《이어지는 곽개사의 말과 현 선생의 말은 사륙문으로 지어진 가전(假傳)이다.》 늘 손발을 잘려서 솥에 들어갔으며, 비록 정수리를 갈리면서도 사람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맛과 풍류도 장사들의 얼굴을 기쁘게 하였으며, 곽삭(郭索)게가 움직이는 모양을 말한다.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영해시」에 “모습이 납작하다고 부녀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풍미가 있어 장사들의 얽굴을 이미 펴 주었네.”라고 했다한 꼴로 부인들에게 웃음을 끼치기도 하였지요. 조나라 왕윤(王倫)은 물속에서 (만나도) 저를 미워하였지만,왕윤은 진나라 때 해계란 사람과 묵은 감정이 있었는데, 뒤에 해계의 형제를 잡았다. 양나라 왕동 등이 해계를 구원하려고 하자, 왕윤이 “나는 물속에서도 게를 보면 미워하는데, 하물며 이들 형제가 나를 경멸하고 있음에랴.”하고는 마침내 해계를 죽였다. 그의 말에서 ‘게’는 물론 해계를 비유한 말이다 전곤(錢昆)은 지방에 나가 있으면서도 저를 생각하였습니다.송나라 사람 전곤이 지방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자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게마 있고 판관이 없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죽어서는 필이부(畢吏部)의 손에 들어갔지만,게를 몹시 좋아했던 진나라 때 이부상서 필탁은 “술 수백 섬을 마련해 놓고, 왼손에는 게의 집게발을 쥐고 오른손에는 술잔을 잡고서, 술 못 가운데 떠 있으면 한평생을 마칠 수 있겠다.”고 했다 한진공(韓晉公)의 붓에 의해서 초상이 이루어졌습니다.당나라 때 화가 한진공(한황)은 특별히 방게를 절묘하게 그렸다고 한다 오늘 이러한 마당을 만나 놀게 되었으니, 마땅히 다리를 틀어 춤을 추어 보겠습니다.” 곽개사는 곧 그 앞에서 갑옷을 입고 창을 잡아 쥐었으며, 거품을 내뿜고 눈을 부릅떴다. 눈동자를 돌리며 팔다리를 흔들더니, 비틀비틀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서며 팔풍무(八風舞)몸짓이 음란하고 추악한 춤이다. 『당서』에 묘사하기를 “땅에 기대어 머리를 흔들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좌우를 둘러본다.”고 했다를 추었다. 그와 같은 무리 몇 십 명도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돌면서 절도 있게 춤을 추었다. 곽개사가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강과 바다에 몸을 붙여 구멍 속에 살지언정 (그가 춤을 추면서) 왼쪽으로 돌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달려가기도 하니, 자리에 가득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비틀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그의 춤이 끝나자 또 한 사람이 나섰는데, 자칭 현(玄) 선생고대 시에서 거북을 현부(玄夫)라고 했는데, 여기서 ‘현’이라는 성을 따온 것이다이라고 하였다. 꼬리를 끌며 목을 빼고 기운을 뽐내다가,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나와서 말하였다. “저는 시초(蓍草) 그늘에 숨어 지내는 자요,『사기』「구책열전」에 점치는 거북의 설을 인용하여 ”위에 시초가 빽빽하게 나 있으면 그 아래에 신령한 거북이 있다.“고 했다 연잎에서 놀던 사람입니다. 낙수(洛水)에서 등에다 글을 지고 나와 이미 하나라 우임금의 공로를 나타내었으며,오나라 재상 육기의 「낙양기」에 ”우임금 때에 낙수에서 신령스런 거북이 나왔는데, 글을 등에 지고 나와서 우임금에게 주었다. 그 글은 바로 물을 다스리는 글이었다.“고 했다 맑은 강물에서 그물에 잡혔지만 일찍이 송나라 원군(元君)의 계책을 이루어 주었습니다.『장자』에 ”송나라 원군이 밤에 꿈을 꾸었는데, 한 살마이 머리를 흩뜨리고 나타나 말하였다. “나는 청강사자 하백입니다. 어부 예차가 나를 잡을 것입니다.” 원군이 깨어서 해몽가를 불러다 점치게 하였더니, ‘이는 신령스런 거북입니다.’ 하였다. 이튿날 예차가 그물을 쳐서 흰 거북을 잡았는데, 둘레가 다섯 자나 되었다. 원군에게 바쳤더니 곧 죽여서 점을 쳤는데, 칠십 번 점쳐도 한 번도 틀림이 없었다.“고 했다 비록 배를 갈라서 사람을 이롭게 해주기는 하였지만, 껍질 벗겨지는 것은 견뎌 내기가 어렵습니다. 두공(斗栱)에 산을 새기고 동자기둥에 마름을 그렸으니,『논어』「공야장」에 “장문중이 (채나라에 머물면서 거북을 앉히는데) 두공과 동자기둥에 산과 마름을 그렸으니 얼마나 지혜로운가?”라고 했다. 점치는 거북의 집을 화려하게 지었다는 뜻이다 노나라 장공(臧公)노나라 대부 장문중을 가리킴이 제 껍질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돌 같은 내장에다가 검은 갑옷까지 입었으니, 내 가슴에서는 장사의 기상을 토하였습니다. 노오(盧敖)가 만난 신선은 바다 위에서 내 등에 걸터앉았으며,노오는 진나라 사람으로, 북해에서 신선 약사를 만났을 때에 약사가 거북의 등에 걸터앉아 바지락조개를 먹었다고 한다 모보(毛寶)의 군사는 강 가운데서 나를 놓아주었습니다.『속수신기』에 “진나라 예주자사 모보가 한 군인을 데리고 있었는데, 길이가 다섯 자나 되는 흰 거북을 사들였다. 그 거북을 기르다가 차츰 커지자 강 가운데 놓아주었다. 나중에 조난을 당하여 강을 건너던 사람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거북을 기르던 사람만은 갑옷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바위 위에 떨어진 것을 깨닫고 곧 살펴보았더니, 바로 지난번에 놓아주었던 흰 거북이었다.”고 했다. 거북을 놓아준 이가 모보의 군사가 아니라 모보라고 하기도 한다. 적들의 공격에 성이 함락되자 양쯔강을 건너기 위해 병사들이 강물에 뛰어들었지만 강을 건너지 못하고 모두 죽고 만다. 모보도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 양쯔강으로 뛰어 들었는데, 흰 거북이 건너편 강가로 데려다 주었다 살아서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보배가 되고, 죽어서는 좋은 길을 예언하는 보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불러 천년 장륙(藏六)거북이 육근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장륙’이라고도 부른다. 육근은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의근(意根)을 가리킨다의 회포를 풀어 보렵니다.” (현 선생이) 그 앞에서 기운을 토하자 실오리처럼 나부껴 그 길이가 백여 척이나 되더니, 이를 들어 마시자 자취도 없이 되었다. 그리고는 그 목을 움츠려서 사지 속에 감추기도 하고, 혹은 목을 길게 빼어 머리를 흔들기도 하였다. 얼마 뒤에 앞으로 조용히 나아와 구공무(九功舞)중국 당나라 태종 때의 세 가지 춤 가운데 하나를 추면서 혼자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더니,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산 속 연못에 의지하여 나 홀로 지내며 노래는 끝났지만 그래도 황홀하여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춤을 추었다. 그 몸짓을 형용할 수가 없어, 자리에 가득하였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현 선생의 놀음이 끝나자 숲속의 도깨비와 산 속의 괴물들이 일어나서 저마다 장기를 자랑하였다. 누구는 휘파람을 불고 누구는 노래를 불렀으며,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피리를 불었다. 누구는 손뼉을 치고, 누구는 시를 외웠다. 그들이 노는 꼴은 저마다 달랐지만 소리는 같았는데, 그들이 지어 부른 노래는 이러하였다. 용신께서 못에 계시며 노래가 끝나자 강하(江河)의 군장들이 꿇어앉아 시를 지어 바쳤다. 그 첫째인 (조강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푸른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그 형세가 쉼이 없어 둘째인 (낙하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오색 꽃 그림자가 겹자리를 덮었고 셋째 (벽란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용왕님께선 술에 취해 금상에 기대셨는데 (세 강신이) 짓기를 마치고 용왕에게 바치자, 용왕이 웃으면서 읽어 본 뒤에 사람을 시켜 한생에게 주었다. 한생은 이 시를 받고 꿇어앉아 읽었다. 세 번이나 거듭 읽으며 감상한 뒤에, 그 자리에서 이십 운(韻)의 장편시를 지어 성대한 일을 노래하였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천마산이 은하수 위에 높이 솟아 한생이 시를 지어 바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고 칭찬하여 마지않았다. 용왕이 감사하면서 말하였다. “이 시를 마땅히 금석에 새겨 우리 집의 보배로 삼겠습니다.” 한생이 절하고 감사드린 뒤에 앞으로 나아가 용왕에게 아뢰었다. “용궁의 좋은 일들은 이미 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웅장한 건물들과 넓은 강토도 둘러 볼 수가 있겠습니까?” 용왕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한생이 용왕의 허락을 받고 문 밖에 나와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는데, 오색구름이 주위에 둘려 있는 것만 보여서 동서를 분별할 수가 없었다. 용왕이 구름을 불어 없애는 자에게 명하여 구름을 쓸어버리게 하자, 한 사람이 궁전 뜰에서 입을 오므리며 한 번에 불어 버렸다. 그러자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는데, 산과 바위, 벼랑도 없고 다만 넓은 세계가 바둑판처럼 보였는데 수십 리나 되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그 가운데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다. 둘레는 금성으로 쌓아졌으며, 그 행랑과 뜰에는 모두 푸른 유리 벽돌을 펴고 깔아서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치었다. 용왕이 두 사람에게 명하여 한생을 이끌고 구경시키도록 하였다.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그 이름을 ‘조원지루(朝元之樓)’하늘에 조회하는 누각라고 하였다. 이 누각은 순전히 파려(玻瓈)파리(玻璃). 일곱 가지 보석 가운데 ‘수정’을 이르는 말로 이루어졌고 진주와 구슬로 장식하였으며,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아로 새겨있었다. 그 위에 오르자 마치 허공을 밟는 것 같았으며, 그 층이 열이나 되었다. 한생이 그 위층까지 다 올라가려고 하자 사자가 말하였다. “여기는 용왕께서 신력(神力)으로 혼자만 오르실 뿐이고, 저희들도 또한 다 둘러보지를 못하였습니다.” 이 누각의 위층이 구름 위에 솟아 있었으므로 보통 사람이 올라 갈 수는 없었다. 한생이 칠 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 또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그 이름은 ‘능허지각(凌虛之閣)’능운각(凌芸閣), 능소각(凌霄閣)과 같은 말인데, 하늘에 높이 솟은 누각이라는 뜻이다이었다. 한생이 물었다. “이 누각은 무엇 하는 곳입니까?” “이 누각은 용왕께서 하늘에 조회하실 때에 그 의장(儀仗)을 갖추고 의관을 손질하는 곳이랍니다.” 한생이 청하였다. “그 의장을 보고 싶습니다.” 사자가 한생을 인도하여 한 곳에 이르렀더니 한 물건이 있었는데, 마치 둥근 거울과 같았다. 그런데 번쩍번쩍 빛나서 눈이 어지러워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한생이 말하였다. “이것은 무슨 물건입니까?” “(번개를 맡은) 전모(電母)기우(祈雨)를 행할 때, 이 전모에게 빌어 뇌전(雷電)을 일으켜 비를 내리도록 하였음의 거울이지요.” 또 북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어울렸다. 한생이 이를 쳐다보려고 하자 사자가 말리면서 말하였다. “이 북을 한번 친다면 온갖 물건이 모두 진동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레를 주관하는) 뇌공(雷公)의 북입니다.” 또 한 물건이 있었는데 풀무 같았다. 한생이 흔들어 보려고 하자 사자가 다시 말리면서 말하였다. “만약 한 번 흔든다면 산의 바위가 다 무너지며 큰 나무들도 다 뽑히게 됩니다. 이것은 바람을 일게 하는 풀무랍니다.” 또 한 물건이 있었는데 빗자루처럼 생겼고, 그 옆에는 물 항아리가 있었다. 한생이 물을 뿌려 보려고 하자 사자가 또 말리면서 말하였다. “물을 한 번 뿌리면 홍수가 나서, 산이 잠기고 언덕까지 물이 오르게 된답니다.” 한생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찌 구름을 불어 내는 기구는 두지 않습니까?” “구름은 용왕의 신력으로 되는 것이지요. 기계가 움직여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랍니다.” 한생이 또 말하였다. “뇌공(雷公)과 전모(電母)대개 전(電)은 음(陰)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 전모(電母)라 하였고, 뇌(雷)는 양(陽)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뇌공(雷公)이라 하였음와 풍백(風伯)과 우사(雨師)는 어디에 있습니까?” “천제(天帝)께서 그윽한 곳에 가두어 두고 돌아다지지 못하게 하였지요. 용왕께서 나오시면 곧 모여든답니다.” 그 나머지 기구들은 다 알 수가 없었다. 또 기다란 행랑이 몇 리쯤 잇따라 뻗어 있었는데, 문에는 용의 모습을 새긴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한생이 물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사자가 말하였다. “여기는 용왕께서 칠보(七寶)일곱 가지 주요 보배. 『무량수경』에서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마노ㆍ거거ㆍ산호를 이르며, 『법화경』에서는 금ㆍ은ㆍ마노ㆍ유리ㆍ거거ㆍ진주ㆍ매괴를 이른다를 간직하여 두신 곳이랍니다.” 한생이 한참 동안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였지만, 다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한생이 말하였다.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사자가 말하였다. “그러시지요.” 한생이 돌아오려고 하였더니 그 문들이 겹겹이 막혀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자에게 부탁하여 앞에서 인도하게 하였다. 한생이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서 용왕에게 감사드렸다. “대왕의 두터우신 은덕을 입어 훌륭한 곳들을 두루 둘러보았습니다.” 한생이 두 번 절하고 작별하였다. 그랬더니 용왕이 산호쟁반에다 진주 두 알과 흰 비단 두 필을 담아서 노잣돈으로 주고, 문 밖에 나와서 절하며 헤어졌다. 세 신도 함께 절하고 하직하였다. 세 신은 수레를 타고 곧바로 돌아갔다. 용왕이 다시 두 사자에게 명하여 산을 뚫고 물을 헤치는 무소뿔통천서각(通天犀角)을 말하는데, 이것을 가지고 물에 들어가면 물길이 열린다고 한다을 가지고 한생을 인도하게 하였다. 한 사람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제 등에 올라타고 잠깐만 눈을 감고 계십시오.” 한생이 그 말대로 하였다. 한 사람이 서각을 휘두르면서 앞에서 인도하는데, 마치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오직 바람소리와 물소리만 들렸는데, 잠시도 끊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그 소리가 그쳐서 눈을 떠보았더니, 자기 몸이 거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한생이 문 밖에 나와서 보았더니 커다란 별이 드문드문 보였다. 동방이 밝아 오고 닭이 세 홰나 쳤으니, 밤이 오경쯤 되었다. 재빨리 품속을 더듬어 보았더니 진주와 비단이 있었다. 한생은 이 물건들을 비단 상자에 잘 간직하였다. 귀한 보배로 여기면서, 남에게 보여 주지도 않았다. 그 뒤에 한생은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갔다.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
원문
松都有天磨山. 其山高揷而峭秀, 故曰天磨山. 中有龍湫, 名曰瓢淵, 窄而深, 不知其幾丈, 溢而爲瀑, 可百餘丈. 景槪淸麗, 遊僧過客, 必於此而觀覽焉. 夙著異靈, 載諸傳記, 國家歲時, 以牲牢祀之. 前朝有韓生者, 少而能文, 著於朝廷, 以文士稱之. 嘗於所居室, 日晩宴坐, 忽有靑衫㡤頭郞官二人, 從空而下, 俯伏於庭曰: “瓢淵神龍奉邀.” 生愕然變色曰: “神人路隔, 安能相及? 且水府汗漫, 波浪相囓, 安可利往?” 二人曰: “有駿足在門, 願勿辭也.” 遂鞠躬挽袂出門, 果有驄馬, 金鞍玉勒, 蓋黃羅帕, 而有翼者也. 從者皆紅巾抹額, 而錦袴者十餘人. 扶生上馬, 幢蓋前導, 妓樂後隨, 二人執笏從之. 其馬緣空而飛, 但見足下煙雲苒惹, 不見地之在下也. 頃刻間, 已至於宮門之外, 下馬而立. 守門者, 皆著彭蜞鰲鱉之甲, 矛戟森然, 眼眶可寸許. 見生皆低頭交拜, 鋪牀請憩, 似有預待. 二人趨入報之, 俄而靑童二人, 拱手引入. 生舒步而進, 仰視宮門, 榜曰含仁之門. 生纔入門, 神王戴切雲冠, 佩劍秉簡而下, 延之上階, 升殿請坐, 卽水晶宮白玉牀也. 生屈伏固辭曰: “下土愚人, 甘與草木同腐, 安得干冒神威, 濫承寵接?” 神王曰. “久望令聞, 仰屈尊儀, 幸毋見訝.” 遂揮手揖坐, 生三讓而登. 神王南向, 踞七寶華牀, 生西向而坐. 坐未定, 閽者傳言曰: “賓至.” 王又出門迎接. 見有三人, 著紅袍, 承綵輦, 威儀侍從, 儼若王者. 王又延之殿上. 生隱於牖下, 欲竢其定而請謁. 王勸三人, 東向揖坐而告曰: “適有文士在陽界, 奉邀, 諸君勿相疑也.” 命左右引入, 生趨進禮拜, 諸人皆俛首答拜. 生讓坐曰: “尊神貴重, 僕乃一介寒儒, 敢當高座?” 固辭. 諸人曰: “陰陽路殊, 不相統攝, 而神王威重, 鑑人惟明, 子必人間文章鉅公, 神王是命, 請勿拒也.” 神王曰: “坐.” 三人一時就坐. 生乃跼蹐而登, 跪於席邊. 神王曰: “安坐.” 座定, 行茶一巡. 神王告曰: “寡人止有一女, 已加冠笄, 將欲適人, 而弊居僻陋, 無迎待之館, 花燭之房, 今欲別構一閣, 命名佳會, 工匠已集, 木石咸具, 而所乏者, 上梁文耳. 側聞秀才, 名著三韓, 才冠百家, 故特遠招, 幸爲寡人製之.” 言未旣, 有二丫童, 一捧碧玉之硯, 湘竹之管, 一捧氷綃一丈, 跪進於前. 生俛伏而起, 染翰立成, 雲煙相糺. 其詞曰: “切以堪輿之內, 龍神最靈, 人物之間, 配匹至重, 旣有潤物之功, 可無衍福之基, 是以關雎好逑, 所以著萬化之始, 飛龍利見, 亦以象靈變之迹. 是用新構阿房, 昭揭盛號, 集蜃鼉而作力, 聚寶貝以爲材, 竪水晶珊瑚之柱, 掛龍骨琅玗之梁, 珠簾捲而山靄靑葱, 玉戶開而洞雲繚繞. 宜室宜家, 享胡福於萬年, 鼓瑟鼓琴, 毓金枝於億世. 用資風雲之變, 永補造化之功, 在天在淵, 蘇下民之渴望, 或潛或躍, 祐上帝之仁心, 騰翥快於乾坤, 威德洽于遐邇, 玄龜赤鯉, 踊躍而助唱, 木怪山魈, 次第而來賀, 宜作短歌, 用揭雕梁. 抛梁東, 紫翠岧繞撑碧空. 一夜雷聲喧繞澗, 蒼崖萬仞珠玲瓏. 伏願營室之後, 合巹之晨, 萬福咸臻, 千祥畢至, 瑤宮玉殿, 挾卿雲之靉靆, 鳳枕鴦衾, 聳歡聲之騰沸, 不顯其德, 以赫厥靈.” 書畢進呈, 神王大喜. 乃命三神傳閱, 三神皆嘖嘖歎賞. 於是, 神王開潤筆宴. 生跪曰: “尊神畢集, 不敢問諱.” 神王曰: “秀才陽人, 固不知矣. 一祖江神, 二洛河神, 三碧瀾神也. 余欲與秀才光伴, 故相邀爾.” 酒盡樂作, 有蛾眉十餘輩, 搖翠袖, 戴瓊花, 相進相退, 舞而歌碧潭之曲曰: 靑山兮蒼蒼, 碧潭兮汪汪. 舞竟, 復有總角十餘輩, 左執籥, 右執翿, 相旋相顧, 而歌回風之曲曰: 若有人兮山之阿, 披薛荔兮帶女蘿. 舞竟, 神王喜抃, 洗爵捧觥, 致於生前, 自吹玉龍之笛, 歌水龍吟一闋, 以盡歡娛之情. 其詞曰: 管絃聲裏傳觴, 瑞麟口噴靑龍腦. 歌竟, 顧謂左右曰: “此間伎戱, 不類人間, 爾等爲嘉賓呈之.” 有一人, 自稱郭介士, 擧足橫行. 進而告曰: “僕巖中隱士, 沙穴幽人, 八月風淸, 輸芒東海之濱, 九天雲散, 含光南井之傍, 中黃外圓, 被堅執銳. 常支解以入鼎, 縱摩頂而利人. 滋味風流, 可解壯士之顔, 形摸郭索, 終貽婦人之笑. 趙倫雖惡於水中, 錢昆常思於外郡, 死入畢吏部之手, 神依韓晉公之筆. 且逢場而作戱, 宜弄脚以周旋.” 卽於席前, 負甲執戈, 噴沫瞪視, 回瞳搖肢, 蹣跚趨蹌, 進前退後, 作八風之舞, 其類數十, 折旋俯伏, 一時中節, 乃作歌曰. 依江海以穴處兮, 吐氣宇與虎爭. 於是, 左旋右折, 殿後奔前, 滿座皆輾轉失笑. 戱畢, 又有一人, 自稱玄先生, 曳尾延頸, 吐氣凝眸, 進而告曰: “僕蓍叢隱者, 蓮葉遊人, 洛水負文, 已旌夏禹之功, 淸江被網, 曾著元君之策. 縱刳腸以利人, 恐脫殼之難堪. 山節藻梲, 殼爲臧公之珍, 石腸玄甲, 胸吐壯士之氣. 盧敖踞我於海上, 毛寶放我於江中. 生爲嘉世之珍, 死作靈道之寶. 宜張口而呵呻, 聊以舒千年藏六之胸懷.” 卽於席前, 吐氣裊裊如縷, 長百餘尺, 吸之則無迹, 或縮頸藏肢, 或引頸搖項, 俄而, 進蹈安徐, 作九功之舞, 獨進獨退, 乃作歌曰. 依山澤以介處兮, 愛呼吸而長生. 曲終, 夷猶恍惚, 跳梁低昻, 莫辨其狀, 萬座嗢噱. 戱畢, 於是, 木石魍魎, 山林精怪, 起而各呈所能, 或嘯或歌, 或舞或吹, 或忭或踊, 異狀同音, 乃作歌曰: 神龍在淵, 或躍于天. 於千萬年, 厥祚延綿. 歌竟, 於是. 江河君長, 跪而陳詩, 其第一座曰: 碧海朝宗勢未休, 奔波汨汨負輕舟. 第二座曰: 五花樹影蔭重茵, 籩豆笙簧次第陳. 第三座曰: 神王酩酊倚金牀, 山靄霏霏已夕陽. 題畢進呈, 神王笑閱, 使人授生. 生受之跪讀, 三復賞玩, 卽於座前, 題二十韻, 以陳盛事, 詞曰: 天磨高出漢, 巖溜遠飛空. 直下穿林壑, 奔流作巨淙. 詩進, 滿座皆歎賞不已. 神王謝曰: “當勒之金石, 以爲弊居之寶.” 生拜謝, 進而告曰: “龍宮勝事, 已盡見之矣. 且宮室之廣, 疆域之壯, 可周覽不?” 神王曰: “可”. 生受命, 出戶盱衡, 但見綵雲繚繞, 不辨東西. 神王命吹雲者掃之. 有一人, 於殿庭, 蹙口一吹, 天宇晃朗, 無山石巖崖, 但見世界平闊, 如碁局, 可數十里, 瓊花琪樹, 列植其中, 布以金沙, 繚以金墉, 其廊廡庭除, 皆鋪碧琉璃塼, 光影相涵. 神王命二人, 指揮觀覽, 行到一樓, 名曰朝元之樓, 純是玻瓈所成, 飾以珠玉, 錯以金碧, 登之若凌虛焉. 其層十級. 生欲盡登, 使者曰: “神王以神力自登, 僕等亦不能盡覽矣.” 蓋上級, 與雲霄幷, 非塵凡可及, 生登七層而下. 又到一閣, 名曰凌虛之閣. 生問曰: “此閣何用?” 曰: “此神王朝天之時, 整其儀仗, 飾其衣冠之處.” 生請曰: “願觀儀仗.” 使者, 引至一處, 有一物, 如圓鏡, 燁燁有光, 眩目不可諦視. 生曰: “此何物也?” 曰: “電母之鏡.” 又有鼓, 大小相稱. 生欲擊之. 使者止之曰: “若一擊, 則百物皆震, 卽雷公之鼓也.” 又有一物, 如橐籥. 生欲搖之. 使者復止之曰: “若一搖, 則山石盡崩, 大木斯拔, 卽哨風之橐也.” 又有一物, 如拂箒, 而水甕在邊. 生欲灑之. 使者又止之曰: “若一灑, 洪水滂沱, 懷山襄陵.” 生曰: “然則何乃不置噓雲之器?” 曰: “雲則神王, 神力所化, 非機括可做.” 生又曰: “雷公電母, 風伯雨師, 何在?” 曰: “天帝囚於幽處, 使不得遊, 王出則斯集矣.” 其餘器具, 不能盡識. 又有長廊, 連亙數里, 戶牖鎖以金龍之鑰. 生問: “此何處?” 使者曰: “此神王, 七寶之藏也.” 周覽許時, 不能遍見. 生曰: “欲還.” 使者曰: “唯.” 生將還, 其門戶重重, 迷不知其所之, 命使者而先導焉. 生到本座, 致謝於王曰: “厚蒙恩榮, 周覽佳境.” 再拜而別. 於是, 神王以珊瑚盤, 盛明珠二顆, 氷綃二匹, 爲贐行之資, 拜別門外. 三神同時拜辭, 三神乘輦直返. 復命二使者, 持穿山簸水之角, 揮以送之. 一人謂生曰: “可登吾背, 閉目半餉.” 生如其言. 一人揮角先導, 恰似登空, 唯聞風水聲, 移時不絶, 聲止開目, 但偃臥居室而已. 生出戶視之, 大星初稀, 東方向明, 鷄三鳴而更五點矣. 急探其懷而視之, 則珠綃在焉. 生藏之巾箱, 以爲至寶, 不肯示人. 其後, 生不以名爲懷, 入名山, 不知所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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