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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속으로콜콜Call/옛소설의 향기

[홍길동전] 이상세계로 향하는 홍길동의 일대기… 허균『홍길동전』

우리의 훌륭한(?) 교육으로 허균의 『홍길동전』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 소설이며, 적서 차별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사회 비판적 소설이라는 것은 외워서 알고 있다. 교육의 힘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라면 의적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문서의 아무개 이름을 ‘홍길동’으로 쓰는 만큼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며, 잊을 만하면 드라마, 영화, 만화 각 분야에서 각색하여 되새겨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말은 또 얼마나 유명한 구절인가. 우리는 한글뿐 아니라 “호부호형(呼父呼兄)”이라는 한자까지도 알고 있지 않은가.

 

수많은 고전이 그렇듯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홍길동전』의 내용을 제대로 아는 이는 적다. 며칠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아이가 『홍길동전』의 줄거리가 어떻게 되느냐고 내게 물었는데, 그 순간 내가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혹감에 얼른 『홍길동전』을 찾았는데, 시중에 수많은 『홍길동전』이 있어 책을 고르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조선 사회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적서차별을 비판하고, 지배계층의 무능함을 보여 주며, 마침내 율도국이라는 이상 세계를 건설한다는 홍길동의 일대기를 들여다본다.

 

▲ 이미지출처 : 단추수프 http://blog.naver.com/charlie213

 

조선조 세종 때 이조판서 홍공과 시비 춘섬 사이에서 태어난 홍길동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병서와 도술, 학문에 탁월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남다른 능력에도 태생이 천했던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노비에 불과했다. 능력이 있어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노비의 탁월한 능력은 오히려 집안의 골칫거리였다. 홍판서의 또 다른 첩 초란의 모함임에도 길동의 출중한 능력이 집안의 화근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가족들이 바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능력과 신분 사이의 차이에서 오는 길동의 한을 가족들이 평소에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족들이 보낸 자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길동은 집을 나와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난다. 도적의 소굴로 들어가 무거운 바위를 드는 괴력을 보이며 도적의 두목이 되었고, 기이한 계책으로 해인사의 보물을 탈취하였다. 그 뒤로 길동은 ‘활빈당’을 자처하며 팔도를 돌면서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탈취하여 백성에게 나눠준다. 조선 팔도에 홍길동에 대한 소문으로 소란스러워지자 전국에 체포령이 내려진다. 우포장 이흡은 길동을 잡으려 나서지만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었고, 길동의 형 인형이 나서지만 도술을 부리는 길동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길동은 왕에게 자신을 병조판서로 제수해 줄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고, 왕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자 길동은 관복을 입고 대궐로 왔고, 자신의 은혜를 풀어준 은혜에 감사하고 공중으로 자취를 감춘다. 왕은 그 기이한 재주에 감복하여 길동 잡기를 단념한다.

 

그 후 길동은 무리를 이끌고 남경 땅 제도 섬으로 들어가 군사 훈련을 하며 힘을 기른다. 어느 날 약을 구하러 망당산에 들어갔다가 울동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신묘한 솜씨로 퇴치하고 볼모로 잡혀 있던 백소저와 조소저를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아버지의 사망의 기운을 느끼고 월봉산에서 묘터를 구한 후 조선으로 가 부친을 그 묘에 모시고 3년 상을 치른다. 그 후 사방 수천 리 크기의 비옥한 섬 율도국을 점령하여 왕이 되었고, 이상적인 정치를 펼쳐 태평성대를 누리다 칠십이 세의 나이에 별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