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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의자현/독서_톡톡Talk

내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감'의 책 … 헤르만 헤세『데미안』

 

 

 

 

 

 

데미안

원제 : Demian
헤르만 헤세 | 전영애 역 | 민음사 | 2000

 

너무나 유명한 성장소설의 대표작. 에밀 싱클레어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2004년 5월 23일부터 30일까지 난 일주일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일주일의 다이어리 속 내용은 온통 『데미안』 이야기뿐이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난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와 나를 동일시하며 이 책을 읽었나보다. 무엇이 그렇게 공감이 되고, 감탄까지 자아내는지 이 글을 통해 알 수 없다. 적혀있지 않으니까. 글 쓰는 솜씨도, 설득력도 없는 글. 마냥 와! 하는 감정으로 다이어리를 꽉 채우고 있다. 글을 보면서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그대로를 옮겨본다.(2011.12.18.)

 

긴 시간을 드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어 내려갔다. 책 한 권을 가지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토록 정성을 드려 읽어 가슴에 새긴 책은 없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는 셀 수 없을 만큼의 감탄을 했고, 공감의 소절들을 가졌다. 물론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읽은 것은 아니었다. 과거 데미안을 여러 번 읽었었고, 처음 읽었을 때가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 책에서 유명한 소절인 새와 알의 관계에 대한 것을 노트에 적고, 깊이 생각해 보려 노력했었던 기억은 있다. 몇 번을 읽었지만 매번 다른 느낌과 감상을 가지는 『데미안』! 무엇이 이 책을 반복해서 잡도록 하는 것일까?

 

나는 우선 헤르만 헤세의 문장력에 놀랐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만 보아도 “와~ 감동적이다. 좋다” 등의 단순한 표현 밖에 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이것이 나의 구체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징글레어의 생각, 느낌, 감정 등을 잘 표현했고, 그 구체적으로 그것들을 전달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사람에게 책이 필요하며,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표현력, 생각, 사상 등을 책이 담고 있으며, 그것이 눈에 보이는 영상 따위의 것이 아니라 글로 되어 있어 상상하게 해 주니까.

 

또한 『데미안』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인간, 아니 나에 대한 고찰이었다.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징글레어의 표현처럼, “깜짝 놀란 나는 운명을 앞에 두고 심장이 마치 몹시 추운 때와 마찬가지로 꽉 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징글레어의 삶의 구절구절을 통해 내 자신이 겪었던, 내 자신이 공감했던 것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도.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한다. 그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나는 이 소절의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징글레어의 삶에 공감이 간다. 나 자신도 이런 적이 있었지, 지금 이것은 나의 모습이 아닌가? 아! 이것은 내가 가진 의문이 아니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치 징글레어 같았다. 내 삶의 일부분들…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크나우어, 에바 부인 등 등장인물과의 유대, 가르침이 나의 것 같았다. 도덕적인 생각에 머물며 살았던 것들에 대한 피스트리우스의 말은 가슴에 그냥 박혀 버렸다. 에바 부인은 책을 읽는 내내 내게 신적인 존재였다.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과 느낌을 주는 책. 나는 아마 다시 이 책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이겠지?

 

2004년 5월 30일.
헤르만 헤세 『데미안』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