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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의 경제 - 폭이 넓을수록 좋다 … 이준구『새 열린경제학』

※ 범위의 경제

① 범위의 경제(economics of scope)란 한 기업이 여러 가지 재화를 동시에 생산하는 것이 여러 기업이 각각 한 가지 재화를 생산할 때보다 생산비용이 더 적게 소요되는 경우를 말한다.

② X재와 Y재를 독립적으로 생산할 때의 비용이 각각 C(X), C(Y)이고, X재와 Y재를 결합생산할 때의 비용이 C(X,Y)라면 범위의 경제가 존재할 때는 다음의 관계가 성립한다.

C(X, Y) < C(X) + C(Y)

 

※ 범위의 경제가 발생하는 이유

① 생산요소의 공동이용  ☞ 동일한 조립라인에서 자동차와 트랙터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조립라인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② 기업운영상의 측변  ☞ 1개의 기업이 2종류의 재화를 모두 생산한다면 하나의 경영진만 있으면 된다.

③ 생산물의 특성  ☞ 쇠고기와 가죽, 휘발유와 피치 등은 주산물과 부산물의 관계이므로 결합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 

 

 

구두와 핸드백을 생산하던 기업이 있었는데, 구두를 생산하는 부서와 핸드백을 생산하는 부서가 따로 떨어져 나가 각각 독립된 기업이 있다고 하자. 종전에는 기죽을 수리하고 가공하는 시설 하나로 구두와 핸드백을 함께 생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두 기업으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따로 그 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 그 시설이 한 가지 상품을 생산하는 데만 사용되기 때문에 놀려두는 상태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활용도가 낮은 시설을 각 기업이 따로 유지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생산비용이 자연히 더 높아진다. 만약 예전처럼 한 기업으로 통합되어 구두와 핸드백을 모두 생산하게 된다면 그 시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생산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독립된 두 기업이 한 상품씩 따로 생산할 경우, 구두 3백 켤레를 생산하는 데 6백만원의 비용이 들고 핸드백 2백개를 생산하는데 8백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한 기업이 이들을 동시에 생산하면 총 1천 2백만원의 비용으로 앞에서와 같은 양의 구두와 핸드백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상품씩 따로 생산할 때의 비용을 더하면 1천 4백만원이 되는데, 한꺼번에 생산하면 그보다 2백만원 더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이다. 한 기업이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비용상의 이점이 생긴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결과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만약 구두와 핸드백을 생산하는 기업이 가죽코트까지 생산하게 되면 비용상의 이득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이렇게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범위가 더 커짐에 따라 비용이 절약되는 현상을 가리켜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라고 부른다. 바로 앞에서 든 예는 한 생산시설을 여러 생산 공정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생기는 범위의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밖에도 한 경영진이 여러 상품의 생산라인을 함께 관리함으로써 각 라인에 별도의 경영진을 두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생기는 범위의 경제도 있을 수 있다. 요즈음의 기업들을 보면 하나의 상품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여러 가지 상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보면 현실의 생산과정에 범위의 경제가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심증을 얻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 상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것이 반드시 이득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예컨대 하나의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사람이 다른 생산라인에 방해를 일으키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한 상품의 생산에 온 정성을 쏟아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범위의 불경제’가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설명하고 있는 범위의 경제는 바로 앞에서 설명한 규모의 경제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 규모의 경제가 있기 때문에 범위의 경제가 생긴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사실은 양자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다. 다음과 같은 예를 보면 규모의 경제가 없는 경우에도 범위의 경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악기는 아주 숙련된 기술자가 소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대량으로 생산하면 비용이 절약될지 몰라도 불가피하게 나타날 품질의 저하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전혀 경제적이 아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본 구두와 핸드백의 예처럼 두 악기를 한 기업이 함께 생산함으로써 비용상의 이점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 예를 보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아무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범위의 경제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 동안 재벌들의 과도한 확장욕이 여러 가지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온 것이 사실이다. 어떤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정당화되려면 범위의 경제로 인한 효율성의 상승폭이 커서 확장에 따르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 재벌그룹 안에 포함되어 있는 수십 개에 달하는 기업들의 면모를 보면 그들 사이에서 그리 큰 범위의 경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범위의 경제로 정당화할 수도 없으면서 이리저리 확장만을 일삼는다면 여론의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다.

 

 

 

 

 

 

 

 

 

 

 

 

 

 

 

 

 

 

 

 

 

 

 

 

 

 

 

 

 

 

 

 

 

 

 

 

 

 

 

 

 

 

 

 

새 열린경제학

이준구 | 다산출판사 | 2011